북한 개혁개방과 중국의 입장
이영일 한중문화협회 회장 호남대학교 교수
금년도에 북한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정책들은 북한체제에 변화가 올지 모른다는 새로운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우선 북한이 지난 7월부터 실시하는 경제관리개선조치와 그에 뒤이어 발표한 신의주의 특별행정구 지정은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희망적인 신호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제관리개선조치는 식량난, 에너지 난 등으로 파탄된 북한경제를 다시 재건하려는 것인데 조치의 핵심은 그간 1800여 개의 지하시장에 내맡겨졌던 북한의 생활경제 주도권을 국가계획기구로 복원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모든 생필품 가격을 암시장 가격수준 이상으로 현실화하고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환율과 임금과 봉급을 대폭인상, 현실화하였다. 이 조치의 성패는 다시 암시장에 의존하지 않고도 필요한 물자를 국가가 공급할 수 있어야 하며 이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북한경제는 겉잡을 수 없는 인플레에 빠질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일본의 경협자금을 확보하는데 혈안이 된 나머지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일본인 납치사실까지를 있는 그대로 시인, 사과하면서 관계 정상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에서 큰 성과를 올린 경제특구 정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미 북한은 1990년대 후반에 나진 선봉지구의 특구화를 단행하였고 지난달 18일에는 신의주를 특별행정구로 지정, 공포하면서 중국계 화란인인 양빈(楊斌)을 행정장관에 임명하고 신의주를 중국의 홍콩처럼 만들겠다고 선언하였다.
신의주 특구 - 조선족 - 탈북자 연계 우려
나진, 선봉의 특구화 정책이 실패한 선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중국식의 특구정책을 본 따고 있다. 앞으로 개성과 금강산을 새로운 특구로 지정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북한에는 4개 지역에 제한된 개방지역이 만들어지게 된다.
북한의 이러한 조치들은 그 원형을 중국에 두고 있다. 경제관리개선조치는 1979년부터 1982년경에 중국이 취한 초기 개혁정책에 유사하며 특구정책도 중국의 선전(深玔)과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실시하는 홍콩을 그대로 본받고 있다. 사실상 이러한 형태의 중국식 개혁개방은 중국정부가 오랫동안 북한에 권고해 온 것이며 2000년 1월에 있은 김정일의 두 번째 상하이 방문도 이런 정책선택의 주요배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신의주 특구 운영에 관한 북한의 의욕적인 비전발표가 있은 후부터 지금까지 의외라고 할 만큼 냉담 내지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선 중국은 신의주가 무비자 지역이 되려면 중국과 북한간에 체결된 변경협약을 개정해야 하는데 아직 그러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다가 설사 그러한 협의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중국에 몰려들고 있는 탈북자문제를 다스릴 법적 근거 때문에 복잡한 협상의 과제가 뒤따른다.
둘째로 중국은 신의주의 지경학(地經學)적 입지에 비추어 중국 동북지방관리에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신의주와 교량 하나를 사이에 둔 중국의 단둥시는 이제까지는 단순한 국경관문이었으나 앞으로는 신의주로 들어가는 모든 왕래, 물류의 이동, 원자재수급의 관문이 된다. 이처럼 중국의 동북지역이 신의주 특구의 전후방 기지로 변하는 것을 중국정부로서는 현시점에서 결코 달가워할 입장이 아니다.
셋째로 중국정부는 “신의주 특별행정구=조선족=탈북자”라는 연계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신의주를 거점으로 하여 조선족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여기에 탈북자문제가 얽힐 경우 중국정부의 조선족 관리정책에 적잖은 부담이 생길 것이다. 중국은 현재 56개 소수민족을 포용하고 있으나 모국을 가진 소수민족은 조선족뿐이다. 항상 경계를 소홀히 할 수 없는 대상인데 신의주 특구가 만주(滿洲)지역에 미칠 영향을 심각히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 북 개혁에 냉담, 양국 협의 강화해야
현 중국 최고지도자의 한 사람은 김정일에게 북한이 황해도의 개성(開城)을 특구로 지정하면 중국의 선전(深玔)처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권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개성을 특구로 하려면 군부의 동의라는 내부의 쉽지 않은 합의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중국은 양빈을 중국의 경제사범으로 체포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겉에 내세운 이유이고 진의는 현시점에서 신의주의 특구화가 중국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가 없이 발표되었고 또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깔고 있는 것같다. 입으로는 항상 순치관계의 우방임을 역설하면서도 경제적 이해가 대립하면 바로 갈등으로 치닫는 작금의 세태가 북한과 중국관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앞으로 북한식 개혁개방이 성공하려면 중국변수의 해결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지만 그보다 더 긴박하고 중요한 일은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를 둘러싸고 작금에 조성되고 있는 북미갈등을 조속히 해결하는 일일 것이다.
이영일 한중문화협회 회장 호남대학교 교수
이영일 한중문화협회 회장 호남대학교 교수
금년도에 북한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정책들은 북한체제에 변화가 올지 모른다는 새로운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우선 북한이 지난 7월부터 실시하는 경제관리개선조치와 그에 뒤이어 발표한 신의주의 특별행정구 지정은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희망적인 신호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제관리개선조치는 식량난, 에너지 난 등으로 파탄된 북한경제를 다시 재건하려는 것인데 조치의 핵심은 그간 1800여 개의 지하시장에 내맡겨졌던 북한의 생활경제 주도권을 국가계획기구로 복원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모든 생필품 가격을 암시장 가격수준 이상으로 현실화하고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환율과 임금과 봉급을 대폭인상, 현실화하였다. 이 조치의 성패는 다시 암시장에 의존하지 않고도 필요한 물자를 국가가 공급할 수 있어야 하며 이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북한경제는 겉잡을 수 없는 인플레에 빠질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일본의 경협자금을 확보하는데 혈안이 된 나머지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일본인 납치사실까지를 있는 그대로 시인, 사과하면서 관계 정상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에서 큰 성과를 올린 경제특구 정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미 북한은 1990년대 후반에 나진 선봉지구의 특구화를 단행하였고 지난달 18일에는 신의주를 특별행정구로 지정, 공포하면서 중국계 화란인인 양빈(楊斌)을 행정장관에 임명하고 신의주를 중국의 홍콩처럼 만들겠다고 선언하였다.
신의주 특구 - 조선족 - 탈북자 연계 우려
나진, 선봉의 특구화 정책이 실패한 선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중국식의 특구정책을 본 따고 있다. 앞으로 개성과 금강산을 새로운 특구로 지정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북한에는 4개 지역에 제한된 개방지역이 만들어지게 된다.
북한의 이러한 조치들은 그 원형을 중국에 두고 있다. 경제관리개선조치는 1979년부터 1982년경에 중국이 취한 초기 개혁정책에 유사하며 특구정책도 중국의 선전(深玔)과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실시하는 홍콩을 그대로 본받고 있다. 사실상 이러한 형태의 중국식 개혁개방은 중국정부가 오랫동안 북한에 권고해 온 것이며 2000년 1월에 있은 김정일의 두 번째 상하이 방문도 이런 정책선택의 주요배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신의주 특구 운영에 관한 북한의 의욕적인 비전발표가 있은 후부터 지금까지 의외라고 할 만큼 냉담 내지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선 중국은 신의주가 무비자 지역이 되려면 중국과 북한간에 체결된 변경협약을 개정해야 하는데 아직 그러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다가 설사 그러한 협의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중국에 몰려들고 있는 탈북자문제를 다스릴 법적 근거 때문에 복잡한 협상의 과제가 뒤따른다.
둘째로 중국은 신의주의 지경학(地經學)적 입지에 비추어 중국 동북지방관리에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신의주와 교량 하나를 사이에 둔 중국의 단둥시는 이제까지는 단순한 국경관문이었으나 앞으로는 신의주로 들어가는 모든 왕래, 물류의 이동, 원자재수급의 관문이 된다. 이처럼 중국의 동북지역이 신의주 특구의 전후방 기지로 변하는 것을 중국정부로서는 현시점에서 결코 달가워할 입장이 아니다.
셋째로 중국정부는 “신의주 특별행정구=조선족=탈북자”라는 연계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신의주를 거점으로 하여 조선족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여기에 탈북자문제가 얽힐 경우 중국정부의 조선족 관리정책에 적잖은 부담이 생길 것이다. 중국은 현재 56개 소수민족을 포용하고 있으나 모국을 가진 소수민족은 조선족뿐이다. 항상 경계를 소홀히 할 수 없는 대상인데 신의주 특구가 만주(滿洲)지역에 미칠 영향을 심각히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 북 개혁에 냉담, 양국 협의 강화해야
현 중국 최고지도자의 한 사람은 김정일에게 북한이 황해도의 개성(開城)을 특구로 지정하면 중국의 선전(深玔)처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권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개성을 특구로 하려면 군부의 동의라는 내부의 쉽지 않은 합의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중국은 양빈을 중국의 경제사범으로 체포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겉에 내세운 이유이고 진의는 현시점에서 신의주의 특구화가 중국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가 없이 발표되었고 또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깔고 있는 것같다. 입으로는 항상 순치관계의 우방임을 역설하면서도 경제적 이해가 대립하면 바로 갈등으로 치닫는 작금의 세태가 북한과 중국관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앞으로 북한식 개혁개방이 성공하려면 중국변수의 해결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지만 그보다 더 긴박하고 중요한 일은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를 둘러싸고 작금에 조성되고 있는 북미갈등을 조속히 해결하는 일일 것이다.
이영일 한중문화협회 회장 호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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