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뱅킹 시장 163조원

한은, “돈세탁 창구로 변질될 수도”

지역내일 2002-10-17
최근 시중은행들이 앞다투어 진출하고 있는 프라이빗뱅킹(PB) 시장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PB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PB시장 증가세 지속=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국내 프라이빗뱅킹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PB시장 규모가 16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규모는 계좌당 1억원 초과 저축성 예금이 모두 PB로 흡수된다는 전제하에 추정한 결과로 한은의 집계결과 지난 6월말 현재 1억원 이상 저축성 예금 규모는 162조 7780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말 145조6840억원에 비해 11.7% 증가한 수준으로 2000년말 131조5480억원과 99년말 104조6030억원에 비해서도 각각 23.7%와 55.6% 늘었다.
6월말 1억원 이상 예금 계좌수는 33만9000좌로 지난해말 34만1000좌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2000년말 28만4000좌, 99년말 29만1000좌에 비해서는 크게 증가했다.
특히 이중 5억원이 넘는 예금은 110조3650억원으로 지난해말 97조9310억원보다 12.6% 증가했다.
1억원이 넘는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41.9%로 지난해 말 40.5%보다 1.4%포인트 상승했으며 5억원 이상 예금 비중도 28.4%로 1.2%포인트 높아졌다.
한은은 이처럼 거액예금 규모가 증가하고 있어 PB시장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안정적 수익기반 마련해야=PB뱅킹이 확산되면서 PB뱅킹을 통한 수신이 전체 가계수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고 5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이 하나, 한미, 국민, 조흥 등 주요 시중은행 7곳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계수신에서 PB뱅킹을 통한 수신 비중이 20~50%를 차지했고, 이자부문에 대한 수익기여도는 20~4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은행들이 공통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는 △전용 창구 제공 △각종 수수료 할인 또는 면제 △세무·법률 상담 △생일·결혼·장례지원 △문화행사 초정 및 사은품 증정 등 사은행사나 우대조치가 대부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이 PB뱅킹을 통해 얻은 수익원은 수신금액에 대한 예대금리차였고, PB뱅킹 서비스 과정에서 별도의 부가 수수료를 징수하는 은행은 없었다.
이처럼 국내은행들의 PB뱅킹은 고액예금자 등에게 부가적인 우대서비스를 제공하는 초보적 단계에 머물고 있어 수익모델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발전이 필요하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한은은 특히 금융자산 외에 부동산, 법률, 세무, 건강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한편, 예대마진 수익 외에 수수료 수익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기반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수신구성 및 수익구조에 맞게 대상고객을 선정하고 욕구수준에 따라 세분화하는 고객관계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작용에 대비해야=PB뱅킹 확산에 따른 역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PB뱅킹이 무분별하게 확대될 경우 고객유치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거액예치자금 이탈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가 증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담당직원의 횡령, 자산운용 약정 위반 등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차명계좌를 이용한 자금세탁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한은은 이같은 문제점들이 현실화될 경우 시장질서를 왜곡하고 금융시스템 안전성을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은행간 공정경쟁을 유도하고 내부통제기준을 강화하는 등 정책적인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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