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현대건설

올해안 자구이행계획 달성하기 힘들 듯

지역내일 2000-10-16
5조4000억원의 부채를 3조5000억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현대건설의 ‘8.13 자구계획안’은 올해안에 달성하기 힘들게 됐다. 9월말까지 보유지분인 현대상선과 현대중공업 주식, 부동산 등을 매각해 53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증시침체로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현대건설은 현대상선 지분을 주당 5000원에 매각, 1200∼14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현대상선 주가는 3010원(10월 16일 기준)에 머물고 있다. 또 싱가포르 투자기관인 디원(D1)홀딩스사와 현대중공업 주식 560만주를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현대건설은 교환사채 발행으로 2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현대는 ‘8.13 자구계획안’을 통해 8∼9월 한달 동안 5981억원의 자구노력을 이행하겠다고 채권단과에 약속했다. 하지만 결과는 2079억원이나 모자란 3902억원에 그쳤다. 이대로라면 두달남짓 남은 기간 동안 1조1000억원을 만들어야 채권단과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다. 제2금융권의 자금회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삼성생명 등 주요 생보사들은 ‘조합원 퇴직보험 연계대출금 1700억원을 전액 상환하라’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공사 수주실적마저 곤두박질 치고 있다. 올들어 현대건설의 해외수주 실적은 26억 달러에 불과하다. 지난해 실적이 45억 달러였던 데 비하면 6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건설이 연말까지 갚아야 할 상환액은 9400억원. 이 가운데 회사채 등 꼭 갚아야 할 금액은 무려 6400억원에 달한다.
회사채 만기연장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채권은행들이‘8.13 자구계획안’에 따라 대출금 만기연장을 결정했지만 자구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은행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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