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행복하니?”
최영희 부회장
한해 학교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6만 명이라고 한다. 이중 1만 여명이 다시 복귀를 한다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파악도 안된다. 대부분 학교 부적응아이들이기에 남아있는 다수를 위해서 잘된 일이라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정부 어느 부처도 이들에 대한 정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학교를 떠났으니 교육부도 손들고, 소년원에 간 것도 아니니 법무부 소관도 아니다. 문광부는 청소년 수련관을 지어주기에 바쁘고 청소년보호위는 힘이 없다.
보다 못한 사람들이 대안학교를 만들어 고생해보지만 겨우 몇 십 명씩을 구제할 뿐이다. 이들은 정부가 도와주지 않아도 좋으니 허가 취소 운운만 하지 않으면 큰 보시라고 생각한단다. 얼마전 모 TV방송국 프로그램이 새벽부터 밥도 못먹고 학교를 오는 아이들에게 ‘밥차’를 끌고가 밥을 먹여 0교시 수업을 없앤 공을 세웠다. 이 프로가 “얘들아, 행복하니?”를 새로 시작했다. 가출 청소년을 찾아 부모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다.
투표권 없는 청소년, 관심도 정책도 없어
선배에게 매를 맞고 학교 가기가 끔찍해져 가출해버린 소녀. 6개월동안 딸을 찾아 헤맨 부모. 그들이 다시 만났다. 6개월 동안 어린 여자아이가 겪은 세상 고생이 대단히 혹독했을텐데도 왜 돌아가지 못할 만큼 공포이어야 하는지, 그 아이가 다시 돌아간 환경은 가출할 당시와 얼마만큼 상황이 달라졌는지 모든 것이 궁금하다.
만약 내게 ‘얘들아, 행복하니?’라고 청소년들에게 물어보라고 하면 차마 입이 떨어질 것 같지 않다. 이 프로그램 제작자는 가출해보니 행복하고 집에 들어가보니 행복하냐고 묻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바로 우리 모두에게 청소년을 이대로 외면할 거냐고 시위를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에 후배의 중학교 3학년생 아들이 다른 학교 아이들에게 몰매를 맞아 눈밑의 뼈가 조각이 나서 수술했다. 너무나 사소한 일에서 빚어진 끔찍한 일이었다. 가해 학생들이나 부모들이나 별로 자신들에게 피해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너무 무심해 결국 경찰에 고소했다. 법으로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책을 세우고 관심을 쏟을 수 있게 학교폭력방지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지만 대통령 선거 때문에 40여일이나 줄어든 국회회기내 통과가 갑갑하다. 그런데 한국 영화의 폭력성이 세계적으로 악질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처럼 폭력문화에 무감각해진 나라는 없을 것이라는 한 영상전문가의 말처럼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추석특집 TV영화를 ‘친구’ ‘조폭마누라’ ‘신라의 달밤’ 등 경쟁적으로 방송사마다 조폭영화들을 다투어 방영했다.
요즘 사람들은 무슨 날을 정해놓고 의미를 부여하고 그날만큼은 기념품을 주고 받기를 좋아한다. 옛날 사람들은 기껏해야 태어난 것을 중심으로 100일잔치, 돌잔치, 환갑, 진갑, 팔순, 미수 등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해마다 결혼기념일은 물론이고 청소년들은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에서 자장면을 먹는 블랙데이, 뻬뻬로데이 등 수많은 기념일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 여기에 상술이 붙어 많은 비판도 가해지지만 즐거운 젊은이들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학교폭력대책 국민협의회는 10월 24일을 ‘애플데이’로 정하고 이를 준비하고 있다. 24일, 요즘 아이들 식으로 말하면 둘(2)이 서로 사(4)과하고 화해하는 날이다. 이 ‘사과와 화해’의 징표로서 24일쯤엔 맛있게 익는 사과를 선물하는 세리모니를 하자는 것이다. 내가 무심코 던진말에 상처받고, 남이 힘들고 어려울 때 손을 뿌리쳤고, 나이나 힘, 그리고 지위로 누르려 했거나, 사소한 일로 미워하고, 도움을 받고도 고마움을 표시 못해 미안했던 사람들에게 10월 24일 애플데이에 아름다운 사과로 내가 먼저 마음을 전해보자.
10월 24일은 ‘애플데이’, 서로 사과하고 화해하는 날
아이들의 사회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것을 모방한다. 우리사회는 어른이고 아이고 간에 사소한 오해와 미움에서 비롯된 갈등을 폭력적으로만 해결하려는 풍토가 심하다.
애플데이에 사과를 매개로 대화가 살아나고, 자신이 엮어온 인간관계를 뒤돌아보는 뜻깊은 날이 되었으면 한다. 이 날은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아이들은 토라졌던 친구에게 사과를 선물하고, 일찍 퇴근하는 아버지의 손에도 사과바구니가 들려 있었으면 좋겠다. 노사간에도 정당간에도 진짜 사과가 담긴 상자가 선물로 보내지는 것은 불가능할까? 즐거운 학교, 사랑이 있는 가정, 행복한 사회가 되는데 작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영희 부회장
최영희 부회장
한해 학교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6만 명이라고 한다. 이중 1만 여명이 다시 복귀를 한다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파악도 안된다. 대부분 학교 부적응아이들이기에 남아있는 다수를 위해서 잘된 일이라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정부 어느 부처도 이들에 대한 정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학교를 떠났으니 교육부도 손들고, 소년원에 간 것도 아니니 법무부 소관도 아니다. 문광부는 청소년 수련관을 지어주기에 바쁘고 청소년보호위는 힘이 없다.
보다 못한 사람들이 대안학교를 만들어 고생해보지만 겨우 몇 십 명씩을 구제할 뿐이다. 이들은 정부가 도와주지 않아도 좋으니 허가 취소 운운만 하지 않으면 큰 보시라고 생각한단다. 얼마전 모 TV방송국 프로그램이 새벽부터 밥도 못먹고 학교를 오는 아이들에게 ‘밥차’를 끌고가 밥을 먹여 0교시 수업을 없앤 공을 세웠다. 이 프로가 “얘들아, 행복하니?”를 새로 시작했다. 가출 청소년을 찾아 부모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다.
투표권 없는 청소년, 관심도 정책도 없어
선배에게 매를 맞고 학교 가기가 끔찍해져 가출해버린 소녀. 6개월동안 딸을 찾아 헤맨 부모. 그들이 다시 만났다. 6개월 동안 어린 여자아이가 겪은 세상 고생이 대단히 혹독했을텐데도 왜 돌아가지 못할 만큼 공포이어야 하는지, 그 아이가 다시 돌아간 환경은 가출할 당시와 얼마만큼 상황이 달라졌는지 모든 것이 궁금하다.
만약 내게 ‘얘들아, 행복하니?’라고 청소년들에게 물어보라고 하면 차마 입이 떨어질 것 같지 않다. 이 프로그램 제작자는 가출해보니 행복하고 집에 들어가보니 행복하냐고 묻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바로 우리 모두에게 청소년을 이대로 외면할 거냐고 시위를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에 후배의 중학교 3학년생 아들이 다른 학교 아이들에게 몰매를 맞아 눈밑의 뼈가 조각이 나서 수술했다. 너무나 사소한 일에서 빚어진 끔찍한 일이었다. 가해 학생들이나 부모들이나 별로 자신들에게 피해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너무 무심해 결국 경찰에 고소했다. 법으로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책을 세우고 관심을 쏟을 수 있게 학교폭력방지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지만 대통령 선거 때문에 40여일이나 줄어든 국회회기내 통과가 갑갑하다. 그런데 한국 영화의 폭력성이 세계적으로 악질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처럼 폭력문화에 무감각해진 나라는 없을 것이라는 한 영상전문가의 말처럼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추석특집 TV영화를 ‘친구’ ‘조폭마누라’ ‘신라의 달밤’ 등 경쟁적으로 방송사마다 조폭영화들을 다투어 방영했다.
요즘 사람들은 무슨 날을 정해놓고 의미를 부여하고 그날만큼은 기념품을 주고 받기를 좋아한다. 옛날 사람들은 기껏해야 태어난 것을 중심으로 100일잔치, 돌잔치, 환갑, 진갑, 팔순, 미수 등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해마다 결혼기념일은 물론이고 청소년들은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에서 자장면을 먹는 블랙데이, 뻬뻬로데이 등 수많은 기념일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 여기에 상술이 붙어 많은 비판도 가해지지만 즐거운 젊은이들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학교폭력대책 국민협의회는 10월 24일을 ‘애플데이’로 정하고 이를 준비하고 있다. 24일, 요즘 아이들 식으로 말하면 둘(2)이 서로 사(4)과하고 화해하는 날이다. 이 ‘사과와 화해’의 징표로서 24일쯤엔 맛있게 익는 사과를 선물하는 세리모니를 하자는 것이다. 내가 무심코 던진말에 상처받고, 남이 힘들고 어려울 때 손을 뿌리쳤고, 나이나 힘, 그리고 지위로 누르려 했거나, 사소한 일로 미워하고, 도움을 받고도 고마움을 표시 못해 미안했던 사람들에게 10월 24일 애플데이에 아름다운 사과로 내가 먼저 마음을 전해보자.
10월 24일은 ‘애플데이’, 서로 사과하고 화해하는 날
아이들의 사회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것을 모방한다. 우리사회는 어른이고 아이고 간에 사소한 오해와 미움에서 비롯된 갈등을 폭력적으로만 해결하려는 풍토가 심하다.
애플데이에 사과를 매개로 대화가 살아나고, 자신이 엮어온 인간관계를 뒤돌아보는 뜻깊은 날이 되었으면 한다. 이 날은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아이들은 토라졌던 친구에게 사과를 선물하고, 일찍 퇴근하는 아버지의 손에도 사과바구니가 들려 있었으면 좋겠다. 노사간에도 정당간에도 진짜 사과가 담긴 상자가 선물로 보내지는 것은 불가능할까? 즐거운 학교, 사랑이 있는 가정, 행복한 사회가 되는데 작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영희 부회장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