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 파견과 북-미관계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 북한학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0월 3일부터 5일까지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를 미대통령특사 자격으로 평양에 파견한다.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20개월 여만에 북-미간 첫 공식회담이 열린다.
부시행정부가 서해교전으로 유보했던 특사파견을 재개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접근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일본마저도 대북대화 쪽으로 돌아서고,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도 북·미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북한 당국이 올 하반기부터 계획경제 개선 조치와 신의주 특구 개방 등 스스로 변화의지를 보인 것도 미국의 특사파견을 서두르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북한과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 말기인 2000년 10월 북-미 공동코뮈니케를 채택하는 등 관계정상화를 추진하다가 미국의 정권교체로 이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생존의 중심고리’로 생각하고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과 경제난 해소를 위한 지원을 받기 위해 핵·미사일 개발카드를 대미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벼랑끝 전술’을 폈다. 150만에서 300만명의 북한 주민들을 굶어죽이면서까지 주력했던 북-미관계 개선 노력이 미국의 정권교체로 허사로 돌아갔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출범 이후 일관되게 검증, 투명성, 상호주의 등을 강조하면서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2001년 3월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지도자에 대해서 ‘회의감(skepticism)’을 표시한 이후 미국은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을 이루는 나라로 지목했다. 그리고 미국은 올 3월에 공개된 ‘핵태세 검토(NPR)’ 보고서에서 북한을 미국의 핵공격 가능 대상국으로 명시하고, 5월 21일 발표한 연례 ‘국제테러유형 보고서: 2001년판’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등 대북 강경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북 체제보장, 경제난 해소 위해 대미협상 모색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을 이루는 한 나라로 지목한 것은 북한이 가지고 있는 대량살상무기(WMD)가 중동 등의 이른바 ‘불량국가’들과 테러단체 등으로 수출되거나 확산되는 데 강한 우려를 하기 때문이다. 9·11 테러사태 이후 미국은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반테러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에 두고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서 외교적 수사로는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전방에 배치된 북한 재래식무기의 후방배치를 포함하여 대량살상무기의 근본적 해결 등 ‘무장해제’에 가까운 요구를 하면서 ‘전쟁이냐, 아니면 외교적 해결이냐’에 대한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6일 북한의 핵·미사일·재래식무기 등을 3대 의제로 한 포괄적인 대북협상안을 내놓고 북한이 대화에 응해오기를 기다렸다. 이에 대해서 북한은 재래식무기 감축까지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주장을 북한에 대한 ‘무장해제’ 요구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원점에서부터 다시 협상을 하자는 입장이고,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와 한 합의를 이행하는 데 초점을 맞춰 협상하자는 입장이다.
미국과 북한은 이번 미특사 방북을 계기로 핵문제와 제네바 핵협정 준수사항 이행, 탄도탄 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 개발 및 수출문제, 한반도 재래식 군사력 균형문제, 양측간 신뢰구축과 관계개선문제 등을 집중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에 임하는 북-미간의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번 특사단 파견을 통해서 현안문제를 일괄타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북한체제를 보장할 경우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해결에 성의를 보일 것이다. 북한은 최근 “부시행정부가 적대시정책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미국의 안보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미국이 우려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의 평양방문 당시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핵·미사일문제에 대한 해결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핵·대량살상무기 개발포기로 적대관계 해소를
지금의 한반도정세에서 미국변수는 ‘상수(常數)’에 해당한다고 할만큼 부시 대통령의 반테러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에 대한 의지가 확고함으로, 북한은 미국의 의도와 정책에 적응해나갈 수밖에 없는 수세적인 구조적 조건들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장기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대량살상무기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와 붕괴된 경제를 재건하는 것이다. 북한도 이점을 인식하고 최근 계획경제의 개선 조치를 취하면서 남북관계 원상회복과 대외관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당초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을 받은 다음 개혁·개방을 본격화할 계획이었으나 미국 부시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으로 개혁·개방을 먼저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특사 방북을 계기로 한반도 불안정의 근원인 북-미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포괄협상이 시작됐다.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과 북-미 포괄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야 한반도 냉전구조가 해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한반도를 둘러싼 구조변화에 주목하고 새로운 질서에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 북한학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 북한학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0월 3일부터 5일까지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를 미대통령특사 자격으로 평양에 파견한다.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20개월 여만에 북-미간 첫 공식회담이 열린다.
부시행정부가 서해교전으로 유보했던 특사파견을 재개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접근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일본마저도 대북대화 쪽으로 돌아서고,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도 북·미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북한 당국이 올 하반기부터 계획경제 개선 조치와 신의주 특구 개방 등 스스로 변화의지를 보인 것도 미국의 특사파견을 서두르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북한과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 말기인 2000년 10월 북-미 공동코뮈니케를 채택하는 등 관계정상화를 추진하다가 미국의 정권교체로 이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생존의 중심고리’로 생각하고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과 경제난 해소를 위한 지원을 받기 위해 핵·미사일 개발카드를 대미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벼랑끝 전술’을 폈다. 150만에서 300만명의 북한 주민들을 굶어죽이면서까지 주력했던 북-미관계 개선 노력이 미국의 정권교체로 허사로 돌아갔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출범 이후 일관되게 검증, 투명성, 상호주의 등을 강조하면서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2001년 3월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지도자에 대해서 ‘회의감(skepticism)’을 표시한 이후 미국은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을 이루는 나라로 지목했다. 그리고 미국은 올 3월에 공개된 ‘핵태세 검토(NPR)’ 보고서에서 북한을 미국의 핵공격 가능 대상국으로 명시하고, 5월 21일 발표한 연례 ‘국제테러유형 보고서: 2001년판’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등 대북 강경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북 체제보장, 경제난 해소 위해 대미협상 모색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을 이루는 한 나라로 지목한 것은 북한이 가지고 있는 대량살상무기(WMD)가 중동 등의 이른바 ‘불량국가’들과 테러단체 등으로 수출되거나 확산되는 데 강한 우려를 하기 때문이다. 9·11 테러사태 이후 미국은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반테러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에 두고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서 외교적 수사로는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전방에 배치된 북한 재래식무기의 후방배치를 포함하여 대량살상무기의 근본적 해결 등 ‘무장해제’에 가까운 요구를 하면서 ‘전쟁이냐, 아니면 외교적 해결이냐’에 대한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6일 북한의 핵·미사일·재래식무기 등을 3대 의제로 한 포괄적인 대북협상안을 내놓고 북한이 대화에 응해오기를 기다렸다. 이에 대해서 북한은 재래식무기 감축까지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주장을 북한에 대한 ‘무장해제’ 요구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원점에서부터 다시 협상을 하자는 입장이고,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와 한 합의를 이행하는 데 초점을 맞춰 협상하자는 입장이다.
미국과 북한은 이번 미특사 방북을 계기로 핵문제와 제네바 핵협정 준수사항 이행, 탄도탄 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 개발 및 수출문제, 한반도 재래식 군사력 균형문제, 양측간 신뢰구축과 관계개선문제 등을 집중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에 임하는 북-미간의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번 특사단 파견을 통해서 현안문제를 일괄타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북한체제를 보장할 경우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해결에 성의를 보일 것이다. 북한은 최근 “부시행정부가 적대시정책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미국의 안보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미국이 우려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의 평양방문 당시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핵·미사일문제에 대한 해결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핵·대량살상무기 개발포기로 적대관계 해소를
지금의 한반도정세에서 미국변수는 ‘상수(常數)’에 해당한다고 할만큼 부시 대통령의 반테러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에 대한 의지가 확고함으로, 북한은 미국의 의도와 정책에 적응해나갈 수밖에 없는 수세적인 구조적 조건들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장기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대량살상무기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와 붕괴된 경제를 재건하는 것이다. 북한도 이점을 인식하고 최근 계획경제의 개선 조치를 취하면서 남북관계 원상회복과 대외관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당초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을 받은 다음 개혁·개방을 본격화할 계획이었으나 미국 부시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으로 개혁·개방을 먼저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특사 방북을 계기로 한반도 불안정의 근원인 북-미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포괄협상이 시작됐다.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과 북-미 포괄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야 한반도 냉전구조가 해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한반도를 둘러싼 구조변화에 주목하고 새로운 질서에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 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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