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인칼럼·경쟁력 갖춰야 살 수 있다

지역내일 2002-09-23
지난 78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했다. 그 뒤 결혼도 했고, 내집도 마련했으며, 노조 간부로서 활동도 했다. 회사 간판도 여러번 바뀌면서 20년 넘게 지내왔던 대우차와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철옹성처럼 느껴졌던 대우차가 지난 3년전 무너졌다. 오는 10월초에 신설법인이 설립된다고들 한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깨어지고, 고객에게 외면 당했다. 경쟁력 없는 기업은 퇴출될 수밖에 없고 인력감축 당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대기업이니까 망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 노동자들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은 정리해고가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안일함으로는 풀리는 것이 없었다. 해외매각 반대, 정리해고 반대 등을 외친다고 해서 올 것이 안 오는 것은 아니었다.
구성원 대다수는 대우차가 어려워진 이유를 물으면 자신은 책임 없다고들 한다.
정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우리의 고객들은 대우차가 어려워진 것은 구성원 모두가 책임져야할 일이라고들 한다. 물론 책임이 많고 적음은 있지만...
이제 대우차는 21세기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차를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독점의 시대는 끝났다. 고객에게 외면 당하는 기업은 퇴출 되거나 어려워 질 수밖에 없으며, 일하는 사람은 거리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대우차 내에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모든 구성원들이 해야 한다. 노사간의 갈등 특히 2001년 2월에 있었던 1750여명의 정리해고의 충격을 해소해야 하고, 획일적 관리가 아닌 다수의 의견을 모아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전망을 주는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고 기업운영의 공개와 투명성이 실현돼야 한다. 노동자를 비롯한 일하는 사람들의 지혜와 능력을 모을 수 있는 모범을 구현하는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현장직 노동자, 사무직 노동자, 중간관리자, 경영층이 통일·단결하는 구조로, 갈등 없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우차에는 국민의 혈세로 모아진 공적자금이 많이 투입됐다. 부품·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어렵게 한 것에 보답하고,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서라도 품질 좋고 값이 부담 없는 자동차로, 무엇보다 수출을 통해 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앞장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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