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 아름답다"

미2사단 쿵푸단장 박지문씨, 25년만에 찾아온 미국인 옛 제자와의 해후

지역내일 2002-07-17
미2사단 쿵푸단장 박지문씨는 조금 몸이 불편해 보이긴 했지만 71세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도 건장한 장년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 하다.

박지문 단장은 제2사단 내에서 미군들에게 쿵푸를 가르치며 오늘에 이르렀다. 4년전 부인이 암으로 앓아 누워 있는 동안 그에게는 심장병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아내가 떠나간 집에서 욕심 없이 홀로 생활하고 있다..

쿵푸는 그의 전부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미군을 가르치다 보니 한국인 제자보다 미국인 제자가 더 많아 미국에 가서도 별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 그에게 요즘 신이 났다. 25년 전에 헤어진 미국인 제자가 태평양을 건너 스승을 찾아온 때문, 현재 미국 알라바마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며 스승의 뜻을 이어가는 보기 드문 제자라고 한다.

로저(ROGER D, HAGOOD)씨는 25년 쿵푸의 스승을 찾아 온 동두천이 낯설지만은 않다고 한다 . 그러나 지금의 동두천 보다 25년 전의 동두천이 그립다고 한다. 비록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인정이 있었고 맑은 산천과 젊음이 있었기에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고 했다. 박지문 단장은 이렇게 찾아와 준 제자가 고마울 따름이라며 감회에 젖는다.

로저씨가 아직 미혼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듯 좋은 사람이라며 칭찬이 진지하다. 그들은 서로 보고 웃으면서 스승이 결혼할 것을 을 권하자 "좋은 사람 만나면 내일이라도 당장 결혼할 생각입니다"라며 능청스럽게 대답을 한다.

로저씨는 이미 단련된 입맞으로 한국의 영양식이나 토종음식도 맛있게 잘 먹는다고 얘기해준다. 로저씨는 박 단장에게 자신이 운동하는 모습을 찍어온 비디오 테입을 보여주며 서로 정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마치 아버지와 아들 같다. "한국에서 살고 싶어요. 이곳에 오니 아버지 집에 있는 것 같아요."

이렇듯 한국에 대한 애정은 남다른 듯 이야기하며 안타까워하는 건 미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라고 귀뜸해 주는 박 단장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러나 돌아가야 하는 건 알라바마에 그의 일터가 있고 지금 까지 해왔던 일이지만 세계 각 국을 다니며 이 운동을 해야할 일이 있기 때문이란다.

박 단장은 이제 자식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자상한 아버지이며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필경 여느 부모와 다를 게 없다. 그리고 그의 황혼이 아름다운 건 그의 곁에 함께 사랑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또 이렇게 긴 세월동안 잊지 않고 먼길도 마다 않고 찾아와 주는 제자가 있어서가 아닐까. 굿바이 소 롱…. 아쉬운 이별은 아마 떠나야하는 로저씨가 더할 것이다.
백숙현 리포터bsh22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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