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창조 주인공은 율려” <문화-섹션 사진 있음>

삼국시대 신라 충신 박제상이 쓴 ''부도지''

지역내일 2002-07-12
우리 민족의 역사에는 삼국시대 이전의 역사가 2333년이나 있다. 그런데, 고대사에 대한 기록은 미진하다. 다행히 ''한단고기''가 있어 당시의 역사를 추론하게 한다. 그런데, 1945년 해방 이후 친일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결과, 우리나라 사학계는 식민사학자들이 주도하면서 ‘한단고기’가 공인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때, 삼국시대 신라의 충신이었던 박제상이 쓴 ''부도지''가 한글로 번역되어 나온 것은 반가운 일이다. ''부도지''가 처음 번역된 것은 1986년이다. 안타갑게도 ''부도지''를 처음 번역한 김은수 선생은 다음해 작고하셨다. 올해 1월 광주교대 김재수 교수가 도서출판 ''한문화''의 도움으로 개정판을 냈다.

부도지는 단군 역사의 열쇠
박제상은 신라 내물왕 때인 363년에 태어났다. 내물왕의 다음 왕 눌지왕 때에 박제상은 일본에 볼모로 잡혀있는 눌지왕의 동생 미사흔을 구하고 대신 볼모로 잡혔다. 일본왕이 일본에 귀화할 것을 권유했으나 "신라의 개돼지가 될지언정 왜왕의 신하가 될 수 없다"고 말해 화형을 당했다.
박제상이 부도지를 쓴 때는 414년경으로 신라 삽량주를 담당하는 관리로 있었을 때이다. 조선시대 김시습은 박제상이 보문전 태학사로 재직할 당시 열람했던 자료와 가문에서 전해져 온 비서를 정리하여 저술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신라가 건국된 것은 기원전 1세기 경이다.
불교가 신라에서 공인된 것은 6 세기 초엽이다. 따라서 부도지는 불교가 국교로 인정되기 전 신라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세계관과 우리 민족 고유의 가르침인 ''하늘 땅 사람이 하나라는 삼원사상''의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부도지는 단군조선시대 역사의 열쇠인 것이다.
부도지에 의하면 천지창조의 주인공은 ''율려''이다. 율려를 세 가지로 구태여 요약한다면 ''빛, 소리, 진동''이다. 율려가 몇 번 부활하여 하늘이 처음 열리고 우주에 별들이 나타났다. 율려를 통해 지구의 영혼 ''마고''가 잉태되었다. 마고는 두 딸 궁희와 소희를 낳았다.

파미르 고원으로 추정되는 ''마고성''
궁희와 소희는 네 천인과 네 천녀를 낳았다. 율려가 다시 부활해 땅에는 육지와 바다가 생겼다. 기, 화, 수, 토가 서로 섞여 조화를 이루면서 풀과 나무와 새와 짐승들이 태어났다. 네 천인과 네 천녀가 결혼하여 각각 삼 남 삼 녀를 낳았으니 이들이 지상에 처음으로 나타난 인간의 시조이다.
이들은 몇 대를 걸치면서 1 만 2 천명이 되었다. 이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마고성''이라는 이상적인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다. 역자는 부도지의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을 중앙아시아 ''파미르 고원''의 남동쪽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마고성''이라는 이상적인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던 인간들은 이후 지소씨가 포도를 먹게되면서 타락하게 된다. 부도지에서 기록된 ''오미의 변''과 ''자재율의 파괴''로 인간은 오욕칠정에 사로잡히고 사사로운 감정에 휩싸인다. 근본적으로 사람이나 나무나 풀이나 짐승이나 모두 ''하나''임을 망각하게 되는 것이다.
부도지에 의하면 이때 ''마고성''의 가장 큰 어른이며 천성을 잏지 않은 ''황궁''씨가 사람들로 하여금 하늘의 이치를 다시 깨달게 해 마고성과 같은 이상세계를 세울 것을 하늘에 서약한다. 황궁씨는 마고성에 살던 네 무리 중 한 무리를 이끌고 가장 춥고 위험한 북쪽의 천산주로 떠난다.
황궁씨는 사람들에게 만물의 근본이 하나임을 깨달게 하고 큰 아들 ''유인''씨에게 ''천부삼인''을 주어 세상을 밝히게 한다. 유인씨는 불을 일으켜 어둠을 밝게 비추고 불로 음식을 익혀 먹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유인씨의 아들 ''한인''씨는 천부삼인을 이어받아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밝혔다.

''한단고기''는 우리 민족의 역사를 ''한인시대''부터 기록하고 있다. ''부도지''에서 독자들은 민족이동경로와 한인시대 이전의 역사를 연구할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우리민족 고유의 창세신화를 알게되면서 인류의 시원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독자들은 부도지에서 우리민족 고유 사상인 ''하늘 땅 사람이 하나되는 삼원사상''의 조화와 상생에 의한 인류 평화의 메세지를 느낄것이다. 또한, 선과 악이라는 이원론적 세계관이 아닌, 연관과 통일에 의한 삼원론적 세계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승희 리포터 asisur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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