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선선해지면 올해 수능이 다가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랜 노력과 고생이 그 하루로 결정되는 안쓰러움을 응원으로 대신한다. 진심을 다해 응원한다. 파이팅!
작년 수능시험 국어 만점자는 64명으로 수학 만점자 612명보다 극히 적었다.
국어는 교과목이나 학문으로서보다 생활을 위한 도구, 즉 모국어로 먼저 접하기 때문에 낯선 외국어보다도 더 문법 틀을 고치고, 어휘를 추가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국어는 다시 태어나야 점수가 오른다는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니다.
누구나 국어는 어느 정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공부를 시작하는 시기 또한 늦은 감이 있다. 국어경시대회, 국어 레벨테스트는 흔치 않으니 국어 실력을 가늠하지 못하는 것이다. 태어나서부터는 영어를, 초등학교 입학부터는 수학을 달리고, 그다음 국어를 돌아보기엔 절대 만만한 대상이 아니다. 늦은 후회가 밀려오기 전, 초등학생 국어 공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국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고자 한다.
문해력은 타고 나는 것이다?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의 종합독서율(1년간 책을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 비율)은 43.0%에 그쳐, 조사가 시작된 199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성인의 60%가 일년에 책 한권을 읽지 않는다는 말이다. 책 멀리하고 사는 어른이 나만은 아니라는 위로이기도 하다. 문해력의 유전적 요인을 연구한 다양한 논문이 있지만 아직도 환경적 요인이 훨씬 크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문해력이 자랄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부모가 같이 읽고 고민하고 글을 써보면 좋겠지만, 엄마 말은 다 잔소리라 여기는 아이들의 마음을 얻기란 쉽지 않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초등, 중등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내 아이의 객관적인 문해력 지수를 파악한 후, 시중에 존재하는 마땅한 책을 골라 같이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과정을 매주 반복한다면 어떨까?
준비된 전문가와 진지하게 책을 읽고 고민하는 친구들이 단단한 지식공동체가 되어 시기적절한 공부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시간이 쌓여 문해력을 타고난 친구의 어깨를 훌쩍 넘어가면 좋겠다.
책을 많이 읽으면 문해력이 좋아진다?
학령기 이전의 아이들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일부 문해력 형성에 도움을 준다. 문자 자체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도 도움을 받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혼자 읽는 것도, 부모님이 읽어주는 것도 모두 도움이 된다. 사실, 부모님이 책을 많이 읽어주는 것은 책을 읽어줘서가 아니라, 부모님과의 긴밀한 유대감과 스킨십,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는 부모님의 정성이 문해력에 영향을 줬다고 주장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학교에 가고나면 그림책에서 줄글책으로 넘어가고, 줄글책의 두께가 점점 두꺼워지며 독서가 진화해야 한다.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고 그 간극을 메우는 사고력이 개입되어야 읽는 책이 소화되어 내 것으로 남는다. 이해하는 과정은 원활한지, 어떠한 지식과 감정으로 소화했는지 확인하는 과정, 즉 그저 ‘본다’가 아니라 ‘읽는다’로 한 단계 나아가야 한다. 그저 취향으로 책을 골라 읽고, 원하는 방법으로 되는 시간에만 읽어서는 독서가 문해력의 밑거름이 될 수 없다.
아이가 읽은 책을 이미 읽었고, 적당한 질문과 발문으로 아이의 이해 정도를 체크하고, 그 책 다음으로는 어떤 책이 좋을지 계획을 가지고 독서 과정에 개입해야 한다. 편독을 막고 정독을 기반으로 한 다독으로 나가기 위한 전략적 독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해력이 좋으면 글을 잘 쓴다?
미식가는 좋은 요리사일까? 맛이 있고 없는 것을 아는 건 요리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먹어보기만 할 뿐 직접 요리를 해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써야할지를 몰라요, 일기장 쓰는데 한나절인데 맨날 똑같은 글이에요, 기껏 써도 다섯 줄을 못넘겨요.”
많은 학부모의 고민이 비슷하다. 아이들은 대부분 글쓰기는 지겹고 어렵고 재미없는 숙제라 생각한다. 하지만 글을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기록하고 저장하는 도구로, 뽐내고 칭찬받는 도구로 이용해 본다면 그 경험이 하나씩 쌓인다면 어떨까.
글쓰기에 적합한 주제와, 주제에 맞는 형식을 짝짓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글쓰기 과정을 도와주어야 한다. 글에 담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하고 싶은 말이 명확하며, 글의 용도에 맞춘 형식을 숙지하고 나면 글쓰기는 자연스러워진다. 많이 먹어본 것 보다, 직접 요리해 본 경험이 요리사에게 더 중요한 이유이다.
국어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다. 국어 공부에도 정답이 있다. 독서는 전 과목 성적과 직결되는 보물상자이다. 너무 오래 너무 멀리 헤매지 말고 지름길로, 나침반을 따라 그 항해를 시작해보자.
목동 초등국어학원
하늘고래논술교습소 한지선 원장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