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글로 표현하기 힘들어한다면 생각하지 않고 따라 쓰기만 하는 필사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필사의 장점은 악필을 교정하고 맞춤법을 익히는 데 도움을 준다. 어휘력과 문장력도 기를 수 있다. 책을 대충 읽고 넘어가는 습관이 있는 아이에겐 정독 습관을 들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글쓰기가 힘든 건 머릿속 생각을 짜내기 힘들어서이기도 하지만, 어깨, 손, 목, 손가락이 힘들어서이기도 하다. 게다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연필로 글자를 쓰는 건 아무리 대충 써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필사 초기에는 한두 줄부터 시작한다. 아이가 그날 읽은 책의 본문 중 한 문장만 골라서 따라 쓰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골라 놓은 좋은 문장은 독서록을 쓸 때도 응용할 수 있어서 좋다. 필사를 글쓰기 비법으로 바로보기보다는 새로운 독서 형태라 생각하고 접근해서 좋은 경험이 된다.
교과서를 따라 쓰기로 맞춤법 교정을 유도하기도 한다. 교과서에 제시된 지문 정도만 가볍게 써보라고 하면 좋다. 단, 천천히 맞춤법에 맞춰서 쓴다. 아이가 힘들 정도로 버거운 양은 곤란하다. 힘들다고 하면 줄여 줘야 한다.
글을 잘 쓰는 아이들은 책을 많이 읽고, 좋아하며, 글을 어렵지 않게 써낸다. 보통 아이들이 한 시간 동안 끙끙대며 써 온 글과 이 아이들이 몇십 분만에 힘들어하지 않고 술술 써 온 글의 수준이 비슷하다. 교실에서도 글을 편하게 쓴다는 건 평소에 글쓰기를 자주 해서 단련이 되어 있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활동에 거부감이 없다는 의미이다. 이런 아이들이 대체로 공부를 잘한다.
글쓰기는 그 자체가 사고력의 수준을 증명하는 결과물이다. 책을 읽을 때는 눈은 분명 글자를 읽어 나가고 있는데, 머리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재미없는 부분은 건너뛰며 읽기도 하고, 지루한 부분은 집중하지 않고 대충 읽기도 한다. 하지만 글쓰기는 잠시만 한눈을 팔거나 딴 생각을 해도 손이 멈춘다. 글은 건너뛰거나 대충 쓸 수도 없다. 논리적 사고를 하는 아이는 공부를 잘하게 된다. 글쓰기가 당장 효과를 내지 않더라도 계속 신경 써야 하는 이유이다.
파워영재학원 최승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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