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 처방전> 저자 유용우 한의사의 맨발 걷기 이야기 ④

맨발 걷기는 호보(虎步)로 걸을 때 효과가 좋다

지역내일 2024-08-30

인간의 몸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분야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격투 분야인 무술이다. 몸 자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다리로부터 힘을 얻기 위한 현대 격투기의 대표인 권투는 풋웍(footwork)을 강조하고 동양의 무술은 호보를 기본으로 한다.

호보(虎步)란 호랑이가 걷는 것처럼 마음은 여유 있고, 느긋하고, 듬직하게 걷되 언제건 다리에서 공격과 방어를 할 수 있는 걸음걸이를 말한다. 땅을 디딜 때 발 앞꿈치가 먼저 닿도록하며 땅을 움켜쥐는 듯한 걷음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려야 하여 역설적으로 중심을 앞에 두면 자연스런 호보 자세가 이루어진다.

발가락에서 시작하여 골반 척추까지 강건해져

여기에서 내 몸의 중심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한의학과 전통 무술에서는 몸의 중심을 단전이라 한다. 단전을 중심으로 잡고, 몸의 중심을 앞에 두고 땅을 움켜쥐듯이 걷는 호보 자세로 걷기를 하면 초반에는 오히려 걷는 자세에 신경이 쓰이고, 부자연스런 걸음걸이가 된다. 다리의 근육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힘이 든다. 근육은 비명을 지르게 된다.  

이러한 호보로 걷다 보면 내 몸의 체중과 걸을 때 운동 에너지가 발가락부터 시작하여 관절 주위의 근육과 인대에 가해지면서 발가락과 발목, 무릎까지 엄청난 부담이 발생된다. 걷기 운동 초반에는 이러한 운동 부하로 다리가 힘들고 통증까지 발생하여 나에게는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꾸준히 걷다 보면 발가락부터 점점 강해진다. 발가락, 발목이 튼튼해지면서 내 몸의 주춧돌인 땅을 디디는 발이 강건해진다. 결국 발바닥과 발의 건강에서부터 출발하여 골반 척추로 이어지는 전체 건강이 증진된다.  

산에서 걸을 때 자연스런 호보 이뤄져

이런 호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공간이 산에서 걸을 때다. 약간의 경사를 가진 산을 올라갈 때 앞꿈치가 먼저 땅에 닿게 되면서 저절로 호보의 형태로 걷게 된다. 따라서 산을 걷게 되면 다리가 더 빨리 피로해진다. 다리에 맥이 풀려 천근만근이 되면서 어느 순간 다리가 거의 들려지지 않는 피로 상태가 된다. 이때 쉬지 않고 기어서 걷든, 스틱을 잡고 걷든 계속 걷다 보면 어느 순간 호흡이 편해지고 다리가 깃털처럼 가벼운 시점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유산소 운동의 관점에서 사점(死點)을 넘었다고 표현하는데 몸이 풀린 상태, 웜업이 충실해진 상태다. 대부분의 유산소 운동에서 이러한 사점을 만날 수 있는데 등산 시에 이러한 현상이 어떠한 유산소 운동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호보 걷기가 이루어지면서 발바닥과 발 주변 근육의 운동이 과부하 상태를 요구하기 때문이며, 산이라는 땅 기운이 도와주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호보로 걸으면 등산한 것과 같은 효과

등산을 할 때 초반의 힘든 고비를 넘기는 것이 중요한데 아이들의 경우 초반의 힘든 고비만 넘기면 ‘날아다닌다’는 표현할 정도로 가볍게 산을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체력이 약한 분들도 초반 고비만 넘기면 우리나라 산 대부분은 등산이 가능하다. 즉 등산을 할 때 초중반의 힘든 상태로 숨이 가쁘고 심장이 터질 듯, 찢어질 듯한 압박이 오면서 다리가 천근만근이 될 때 쉬지 않고 걷다 보면 사점(死點)이 지나면서 호흡이 편해지고 다리가 가벼운 상태가 된다. 이때 힘이 없는 분들의 경우 옆에서 보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데도 본인은 가볍게 다리를 들 수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이 다가오면 몸과 마음이 가볍고, 상쾌하며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넉넉해진다. 이러한 상황을 수승화강이 이루어진 상태로 ‘하기(下氣)가 된다’라고 하며 실제로 잡념(雜念)이 줄어들고, 감정의 기복이 완화되며 몸과 마음을 흐트러뜨리는 것의 작용이 줄어든다. 라면을 먹으면 하품이 나오고 두통이 오는 사람마저도 등산을 온전히 한 후에는 불량식품을 먹어도 머리가 맑으며 하다못해 술기운마저도 머리로 적게 올라온다.

이러한 등산의 상태는 대부분 유산소운동에서 일정 부분은 경험할 수 있으나 걷기 정도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맨발 걷기를 하고, 특히 호보로 걸으면 등산을 했을 때와 유사한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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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우 한의사는 일산에서 유용우한의원을 운영 중입니다. 오랜 기간의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유용우 한의사의 맨발걷기 처방전>을 출간했습니다.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방편으로 일상에서 적극적인 맨발 걷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의원에서 어싱(earthing) 패치 치료와 어싱 침치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발로 뛰어 찾은 한방의 명의 20’에 선정되었고, 책 <한방으로 키우면 훨씬 건강해요>, <한약의 혁명, 맑은 한약>을 함께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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