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많이 마시는 게 몸에 좋다.”는 이야기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많이 듣게 되는 말이다. 칼로리는 높게 섭취하면서 물을 적게 마시면 혈액 순환장애, 결석, 변비, 소화불량 등 다양한 질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갈증에 무뎌져서, 보통 2% 정도 탈수가 되면 갈증을 심하게 느끼고 물을 찾아야 하는데(Polydipsia; 구갈) 그렇지가 않다. 그렇다 보니 쉽게 만성적인 탈수 상태가 되는 것이다. 결국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는 건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물을 어느 정도 마시는 게 좋을까? 보통 소변 양이 체중 1kg 기준으로 하루 24~48ml 정도가 되도록 마시는 게 좋다. 건조하거나 운동을 많이 했을 때는 수분 손실 양이 많아서 더 많이 마셔야 하고, 수분이 많은 음식을 먹었을 때는 적게 마셔도 된다. 일반적으로 물을 많이 마시면 소변 양이 늘고, 물을 적게 마시면 줄어든다. 하지만 물을 적게 마시든 많이 마시든 소변이 많다면 어떻게 될까? 물을 안 마셔서가 아니라 몸에서 물이 많이 빠져나가 탈수가 된다. 그 후에 갈증을 심하게 느끼고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데, 이런 경우를 물을 많이 마셔서 소변이 많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소변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는 건 병이다. 이렇듯 소변을 많이 보고, 물을 많이 마시는 증상을 ‘다음다뇨증(Polydipsia, Polyuria)’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3가지 질환이 있다.
첫 번째로 만성신부전이다. 요즘 수명이 늘어나다 보니 만성질환도 많아져서, 만성 신부전이 대표적인 다음다뇨를 일으키는 원인이다. 신장은 우리의 혈액을 여과한 후 대부분은 다시 재흡수하고 여과한 것의 1% 정도만 소변으로 내보낸다. 하지만 신장이 망가지면 이런 정상적인 기능을 못 하게 되어 필요한 것은 빠져나가고 불필요한 것은 걸러내지 못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탈수가 일어나는 것이다. 신장은 한번 망가지면 원래 상태로 복구가 잘 안 되는 장기이다. 그래서 이런 증상이 보이고 병원에 오면 이미 너무 늦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신장 손상을 일찍 발견할 수 있는 SDMA라는 검사가 있으니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해서 미리 발견해서 조기에 관리하면 된다. 만성 신부전은 사망원인 중 고양이에서는 2위, 개에서는 3위를 차지하는 만큼 관심을 가지고 관리해야 한다.
두 번째는 당뇨병이다. 당뇨는 말 그대로 소변에 당이 많다는 의미인데, 결국은 혈액에 당이 너무 많은 고혈당이 원인이다. 혈액 내에 있는 당은 신장에서 여과된 후 재흡수 되어야 하지만, 너무 당이 많으면 삼투압으로 인해 물이 더 많이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당뇨병은 탈수뿐만 아니라 지방간 등 속발성으로 몸 전체를 망가트리는 원인이 되므로 빨리 관리를 하는 게 좋다. 요즈음은 연속혈당측정기라는 좋은 장비가 있어서 혈당을 재기 위해 병원에 자주 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 건 희소식이다.
세 번째는 부신피질기능항진증(‘쿠싱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이다. 나이 들어서 발생하는 호르몬 질환 중 대표적인 질환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도 부르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병이다. 이 병은 소변 양을 줄이는 항이뇨호르몬의 기능을 떨어트리고 혈압을 높이고 혈당을 높인다. 결국 모든 실질 장기들이 망가지는 원인이다. 하지만 만성신부전이나 당뇨병보다는 관리나 예후가 좋은 편이므로 일찍 발견해서 치료를 서두르는 게 좋겠다.
오늘부터 우리 반려동물이 병이 있는 것은 아닌지, 소변과 물 마시는 양을 보고 꼭 확인해보자.
목동 월드펫동물메디컬센터 이철기 원장
문의 02-2698-7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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