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서 과음한 후가 아니라면 구토는 보기 드문 증상이고, 원인을 떠나서 구토 자체가 워낙 힘들다 보니 견디기 힘들어서라도 병원을 빨리 찾게 된다. 하지만 개나 고양이는 심심치 않게 구토하는 걸 보게 되고, 구토 후에도 아무렇지 않게 밥을 잘 먹고 컨디션이 좋아 보여 병원에 잘 안 오는 경향이 있다.
왜 사람보다 구토를 쉽게 자주할까?
사람은 식도와 위를 구분 짓는 위식도 괄약근이 자율적으로는 전혀 움직이지 않지만 개와 고양이는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열고 닫을 수 있다. 우리는 구토를 하기 위해서는 목 깊숙이 손가락을 넣어 구토를 유발해야 하지만 개와 고양이는 무언가를 잘못 먹거나 과식하거나 속이 불편하면 쉽게 구토가 유발된다. 그렇다 보니 구토를 더 자주 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무언가를 삼키기 전에 눈으로 코로 입으로 신중하게 삼킬지 말지를 확인하는 사람과 달리, 우선 삼키고 보는 이들의 습성상 토해내는게 위험에서 벗어나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 고양이는 자기 몸을 수시로 핥으면서 어쩔 수 없이 털을 많이 삼키게 되고 몸에 쌓이는 걸 막아주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구토를 해서 뱉어 낸다. 어쩌다 고양이 혀를 만지게 되면 수많은 돌기가 있는 걸 보게 될 텐데, 이러한 돌기는 혀에 닿은걸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게 되어 그루밍 과정에서 털을 삼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구토를 너무 자주하거나, 먹은 게 없는데 토하거나, 토하고 나서 식욕이 없다면 습성이라고 지나쳐 버리면 안 된다. 구토를 하는 질병으로는 위염, 식도염, 식도게실, 장염, 췌장염, 장폐색, 장중첩, 소화기 이물, 중독, 신부전, 뇌질환 등으로 다양하고, 중증 질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냥 소화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가 너무 심해져서 내원하게 되면 이미 병이 너무 진행되어 치료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심각한 질환이 아니더라도 잦은 구토는 식도염, 인후두염, 구내염, 비염, 축농증, 기관지염, 폐렴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위액은 우리 몸에서 가장 산도가 높은 물질이고 그렇다 보니 위를 제외한 다른 부위에 닿을 경우 심한 염증, 궤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는 어떻게 그 강한 산성 물질을 견디는 것일까? 다른 신체 부위와는 다르게 위 점막은 위산에 손상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뮤신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그러므로 위액은 위에서만 머물러야 하는 것이다. 절대로 위액이 식도를 거쳐 몸 밖으로 나오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
구토를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우선 구토를 일으킬만한 원인들을 하나씩 체크해보고 구토 증상이 없어지는지 확인해보는 게 좋겠다.
1. 급하게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2.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3. 그릇을 너무 낮지 않게 약간 올려주는 것도 좋다.
4. 소화시키기 어려운 음식(질기고, 수분이 적고, 딱딱하고, 자극적인 것)이나 간식은 안 주는 게 좋다.
5. 목욕을 하고 깨끗하게 헹구어준다.
6. 빗질을 자주 해 준다. 고양이와 털갈이 철에는 하루에도 여러 번씩 해주는 게 좋다.
위에 나열한 문제들이 없거나 해결되었는데도 구토가 지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한다. 또한 가끔 기침과 구역질을 혼동하는 경우도 있고, 기침 자체가 구토를 유발할 수도 있어서, 기침을 자주 하는 경우에도 병원에서 심장, 기관, 폐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목동 월드펫동물메디컬센터 이철기 원장
문의 02-2698-7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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