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 거주하는 50대 후반의 K씨는 난청으로 고생하다가 어렵사리 큰 비용을 들여 보청기를 맞추었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너무 불만족스러워 서랍에 넣어둔 채 착용하지 않고 있다며 “도대체 왜 안들리는 거냐” 며 불평을 했다. 청력검사와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K씨는 안산의 자동차 공업사에서 판금 도장 일을 해왔고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작업환경을 듣고 보니 매우 시끄럽고 페인트 냄새와 분진, 스트레스도 심하다고 했다. 청력검사 결과, 전형적인 소음성난청으로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말소리 명료도 검사결과도 양쪽귀 모두 15% 미만이었다. 100%가 정상인 수준인 것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점수이다. 이런 난청환자의 경우 보청기를 통한 청력개선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저음역대는 거의 정상수준의 청력이고 고주파 음역대에서만 난청이 심하게 있어서 청력을 교정하더라도 적응하거나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작고 미세한 주변소리나 잡음은 잘 들리지만 정작 본인이 듣고 싶은 말소리는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화가 나기도 하고 보청기 탓을 많이 하게 된다. 이처럼 보청기 효과의 차이는 난청발생 시점 및 난청지속 기간 그리고 자연노화나 소음에 장기노출여부, 약물중독, 청신경종양 등으로 청신경이 손상된 경우와 단순 고막손상이나 중이염으로 인한 난청의 경우 보청기 효과는 극명하게 달라진다. 또한 인지기능이 떨어지면 빠른 속도로 언어나 환경음을 분석해 내지 못하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 특히 난청 초기에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해보면 난청이 진행될수록 달팽이관의 유모세포가 손상돼 주파수 해상도, 신호 대 잡음비 구별 능력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파수 해상도는 모든 소리마다 주파수대역이 다 다른데, 이 중에서 듣고자 하는 소리를 깨끗하게 구별하는 것을 말하며, 정상적인 청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비슷한 주파수의 소리를 들어도 그 소리가 세밀하게 분류돼 정확하게 뇌로 전달된다. 그리고 뇌는 이 소리를 다시 분석해 잡음을 줄이고 필요한 소리만 분리해서 인지한다. 그러나 난청이 심할 경우 비슷한 소리를 내는 자음을 구별하지 못 한다. 신호 대 잡음비는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 말을 할 때 말소리와 주변 소음간의 데시벨 차이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청력이 정상이면 말소리가 주변 소음보다 4㏈만 커도 잘 구분하는데, 난청이 있으면 10㏈ 정도는 소음보다 말소리가 크게 들려야 제대로 알아듣게 된다.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고려해 볼때 보청기는 난청이 시작된 시점부터 착용하는 것이 효과나 만족도 면에서 우수하다는 것이다.
자료제공: 안산연세난청센터 원장/난청전문의학박사 방희일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