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다. 매년 반복되는 여름이지만 지구 온난화로 평균기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매년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야외 공간들이 많아지다 보니 더워도 밖으로 자주 나가게 된다. 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뭘 조심해야 할까? 많이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심장사상충, 진드기 예방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위험한 열사병(Heat strock)에 주의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지금보다 발생률이 3배나 증가한다고 하니 앞으로 열사병은 점점 더 조심해야 할 것이다.
여름철 뉴스에도 자주 등장하는 열사병, 왜 그렇게 무서운지 설명이 좀 필요하겠다. 체온이 조절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개의 경우 정상체온인 38~39.2를 벗어나 40.5 이상이 되었을 때) 몸의 모든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체온을 떨어트리기 위해 피부 쪽 혈관은 모두 확장되고, 심장에서는 떨어지는 혈압을 보상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을 한다. 열을 내보내기 위해 호흡은 빨라지지만 산소 교환은 잘 되지 않고, 혈관에 있는 수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쇼크 상태로 진행하고, 몸 곳곳에는 극심한 염증반응이 생긴다. 이때 빨리 체온을 내려주지 않으면 뇌를 포함한 모든 장기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 후에는 어떤 노력을 해도 회복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무서운 열사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반려견의 상태를 잘 관찰해야 한다.
개들은 열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Panting(혀를 길게 내밀고 호흡을 빨리 함)을 하고 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더우면 피부에서 흘린 땀을 증발시켜 체온을 조절하는 사람과 달리 개과 동물은 혀에 있는 수분을 증발시켜 열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이 보이면 충분한 물을 공급하고 통풍이 잘되는 시원한 곳에서 쉬게 해주어야 한다. 이때를 넘기면 몸이 둔해지게 되는데 위험한 상태로 가는 중간 과정이다. 몸이 둔해지는 걸 그냥 좀 힘든가보다 하고 지나치면 다음 단계인 구토, 설사, 의식소실이나 경련 등의 신경증상을 동반하는 열사병으로 가게 된다. 혹시 늦게 발견해서 이미 열사병이 되었다면, 숨을 쉴 수 있도록 기도를 확보하고, 몸을 적시고 바람을 쐬어 체온을 떨어트리면서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이때 너무 차가운 물로 몸을 적시는 건 오히려 피부 쪽 혈관을 수축시켜 체온을 떨어트리는 데 방해가 되니 주의해야한다. 똑같은 환경에 있더라도 특히 더위에 더 약한 아이들이 있다. 열사병은 결국 몸에 쌓인 열을 밖으로 배출하지 못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호흡이 어려운 견종(시츄, 퍼그, 페키니즈, 보스턴테리어, 프렌치불독 등)이나 호흡기질환이 있는 경우, 다리가 짧고 살이 찐 체형, 길고 촘촘한 모질, 어두운 털색, 흥분을 잘하는 성격일 경우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열사병은 밖에만 안 나가면 괜찮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습하고 밀폐된 공간에서는 열 발산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열사병은 생길 수 있다. 개들이 더위에 더 약하다보니 고양이는 간과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 실내생활을 주로 하는 고양이들도 햇볕이 잘 드는 밀폐된 공간(특히 문이 다 닫혀있는 베란다에서 지내는 경우)에서는 열사병에 걸릴 수 있다. 외국에서는 고양이들이 빨래 건조기에 들어간 걸 모르고 작동을 해서 열사병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고 하는데, 고양이들의 숨어있는 습성을 고려해보면 빨래 건조기를 사용하는 가정에서는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전에 열사병으로 병원에 왔지만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악화되어 안타까운 경우가 있었다. 보호자가 요크셔테리어 두 마리를 차에 태우고 나왔다가 외부에 차를 세워두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온 게 문제였다. 3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고 하는데 차에 있던 아이들은 너무 높은 차내 온도에 심각한 열 손상을 입은 것이다.
여름에는 사람만 더운 게 아니다. 네발로 지면에 더 가깝게 걷는 우리 반려견들이 밖에서는 더 더울 수밖에 없다. 특히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은 뜨거운 한낮이 아니어도 지속되기 때문에 신발을 신고 서서 걷는 나의 기준이 아니라 맨발로 엎드려서 걷는 반려견의 기준에서 덥지 않은지 꼭 확인해야 한다. 더운 것도 문제지만 한낮에 아스팔트나 보도블록을 걷는 아이들은 발바닥 화상도 주의해야 한다. 더워도, 뜨거워도,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워도 말을 못하는 동물이기에 미리 그들의 입장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줘야 한다는 걸 꼭 명심하자.
목동 월드펫동물메디컬센터 이철기 원장
문의 02-2698-7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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