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영재학교 입학과 관련해 말씀드리려는 것은 아니고, 영재학교에 다니면서 수학 내신의 내용이 어떠한지에 대하여 알려드리고자 한다. 영재학교 지원을 한 학생 또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과연 영재학교에서 수학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배우는지 궁금해할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필자는 한 때 KMO와 영재학교 입시를 지도하는 강사였고, 지금은 대치동 학원에서 7년째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이후에는 세과영으로 지칭) 학생들 내신수학만 가르치고 있는 강사이다. 학생들 가르치면서 직접 경험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영재학교 내신수학(주로 세과영의 수학내신)이 어떠한지에 대하여 설명해 드리고자 한다.
8개 영재학교의 교육과정은 모두 다르다.
영재학교는 교육과정이 초중등교육법에 의하지 않고, 영재교육진흥법에 의거하여 진행되기 때문에 교육부에서 정한 교육과정을 따르지 않고 영재학교마다 학교장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자체적으로 정해 진행한다. 그래서 각 영재학교마다 저마다의 교육과정을 갖고 있고, 게다가 그 교육과정이 보통 3~5년 정도를 단위로 자체 개편이 된다. 그러다 보니 내부에 있지 않으면 무엇을 배우는지 알기가 어렵고, 특히나 1학년 수학은 수1, 수2(고등학교 과정의 수1, 수2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와 같은 이름으로 되어 있어 과목명만으로는 어떤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
세과영의 수학내신
영재학교 수학내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의 한 예로 필자가 경험한 세과영의 수학내신을 통하여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2015년에 첫 신입생을 맞이한 세과영은 현재 9기까지 입학해 있는 상황이고, 필자는 3기 학생들부터 대치동 학원에서 수학내신을 가르쳤다. 세과영 수학교육과정은 3기 때 1학년 수1, 수2 자체 교과서가 제작되면서 변화가 있었고 그 후 6기까지 비슷하게 진행하다가, 7기가 1학년 때 큰 개편이 이루어져서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현 교육과정은 2학년 1학기 때까지 고등학교 수학 과정을 커버하고, 2학년 2학기 때부터 대학교 과정을 선택해서 듣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 일반고는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듣게 되어 있는데, 세과영에서 2학년 1학기까지 배우는 고등학교 수학 과정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를 모두 배우면서도 또한 지금은 생략된 예전 교육과정에 있는 내용(부등식영역, 행렬, 일차변환, 복소평면, 공간벡터, 가설검정)까지도 모두 배운다. 이 과정들이 1학년 1학기(수1, 수2), 1학년 2학기(수3, 수4), 2학년 1학기(미적분과 해석기하, 확률과 통계) 과목으로 적절히 나누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약간의 대학수학 내용도 들어가 있는데, 수3에서는 미적분의 ‘극한의 엄밀함 정의(입실론-델타 논법)’가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수1에서 집합론의 ‘연역적추론’과 해석학의 ‘체공리, 순서공리’를 약간 배우게 된다. 2학년 1학기의 미적분과 해석기하, 확률과 통계에서도 담당 선생님의 재량에 따라 선형대수학의 일부 내용(벡터외적, 고윳값 등)과 대학통계(여러 가지 확률분포, 적률생성함수 등)가 들어가기도 한다.
2학년 2학기~3학년 2학기는 모두가 선택과목으로 되어 있으나, 융합이 아닌 실제 (계산하는) 수학 과목의 경우는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다. 2학년 2학기에는 대학교 교양 미적분 과정에 해당하는 ‘미적분학1’은 모두가 선택하는 과목이고, ‘정수론’과 ‘이산수학’ 중에서는 웬만하면 1개를 선택하고 둘 다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3학년 1학기의 ‘선형대수학’도 대다수의 학생이 선택하고, ‘창의적문제해결과의사소통1’은 대입을 준비하는 수학으로 모두가 선택을 한다. 3학년 2학기의 경우는 실제 대입 서류전형에는 반영되지 않는 내신이기에 학원에서 신경 쓰지는 않는다.
영재학교 지원 학생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입시에 온 힘을 쏟기에 합격 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생각 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영재학교 합격발표부터 입학까지의 시간이 6개월 정도 있고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입학 후의 자기 모습이 많이 달라진다. 물론 힘들게 입시를 향해 달려오고 나서 또 계속 힘들게 공부하는 것이 참 잔인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활용하지 않으면 반드시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2단계 지필고사를 본 이후에는 (아직 합격할지 안 할지는 모르지만) 고등학교 수학 선행에 집중해야 한다. 7, 8월의 기간 동안 수학 선행이 많이 안 된 학생의 경우는 수학1과 고등학교 미적분과정 진도를 약하게라도 꼭 나갈 것을 권장하고, 수학 선행이 많이 된 학생의 경우는 수(상·하), 수학1의 내용을 다질 수 있게 문제를 많이 풀어 볼 것을 권장한다.
혜성코멧학원 세종과학영재학교 내신수학 담당 김인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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