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법이 보호하지 못한 소년의 복수, 몰입도 최고
<얼룩>
글 최이랑
그림 에이욥 프로젝트
펴낸 곳 도서출판 다림
값 8,000원
최근 사회 곳곳에 이슈가 되는 학교폭력 문제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소년법 개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드라마 <더글로리>와 연예계와 정치권까지 학폭 논란이 이어지면서 소년법에 관심이 더 집중되고 있다. 현실에서 외면할 수 없는, 외면해서도 안 되는 이 주제를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청소년 단편소설이 주목받고 있다.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이 읽어볼만한 출판사 다림의 짧은 소설 시리즈(시소)로 출간된 <얼룩>이 그것이다. ‘소년법이 보호하지 못한 소년의 복수’를 100페이지 이내의 짧은 분량으로 속도감 넘치게 들려주고, 책의 한 장면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일러스트로 읽는 재미 보는 재미를 더한다. 무거운 주제를 통쾌하게, 그리고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되는 ‘폭력’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다.
피해자가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을 일컫는다. 촉법소년이 되면 소년 보호 재판을 받아, 최소 보호 처분을 받거나 최대 소년원에 2년간 송치된다. 하지만 재판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피해자는 알 수 없다. 재판 결과 또한 피해자에게 알려 주지 않는다. 전과 기록조차 남지 않는 재판 결과는 가해자의 장래, 신상 그 어떤 것에도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얼룩>은 이러한 소년법의 제도적 문제를 꼬집으면서 소년범의 그늘에 가려진 피해자의 모습을 드러냈다.반대로 죗값을 치렀다며 가해자 지후와 지후 엄마가 영원에게 보이는 당당한 태도는 청소년 가해자가 소년법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단적으로 보여 준다. 가해자 없는 피해자, 그 딱지 아래 남겨진 심리적 고통은 계속해서 피해자를 괴롭힌다.
가해자 소년.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다?
이 책은 연예계의 학폭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인공 영원은 5년 전 ‘가해자’가 던진 불붙은 종이에 영원은 심부 2도의 심한 화상을 입었다. 목덜미를 타고 턱 아래쪽까지 이어진 화상 자국 때문에 영원은 한여름에도 목까지 올라오는 티를 입는다. 가해자 지후는 12세의 나이로 소년 법정에 섰다. 하지만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고등학생이 된 영원은 어느 날 그 녀석이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데뷔까지 남은 시간, D-14. 영원은 자신의 인생을 망친 녀석에게 뒤늦은 복수를 결심한다.
피해자의 몫으로 남겨진 상처에 대하여
<얼룩>은 법정 뒤에 남겨진 이러한 실상을 고발하면서 동시에 작은 희망을 남긴다. 줄곧 외로운 싸움을 하던 영원은 지후에게 학교 폭력을 당한 또 다른 피해자의 글을 읽고 용기를 낸다.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드러냄으로써 시작될 영원의 새로운 복수가 기대된다. 문의 02-538-2913
“야 인마, 너 주취 폭력 현행범이라 바로 집어 처넣을 수도 있는데, 초범에 소년범이라 봐주는 거야. 다음에 또 이러면 법원 소년부로 넘어갈 수도 있어. 알았어?”
경찰관이 꽤나 봐주는 척 목청을 높였다. 영원의 얼굴이 스르르 구겨졌다. 법원 소년부 따위, 영원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영원은 소년법과 소년범 편에 선 법원 소년부를 경멸했다. 그들의 머릿속에 ‘피해자’는 없었다. _ 본문 61p 중에서
녀석의 데뷔 소식을 접하고 한 달이 넘도록 영원은 바보, 멍청이, 찐따 같은 짓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이제는 달라지고 싶었다. 그래서 녀석에게, 녀석의 미래에 큰 얼룩을 어떻게든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지금 영원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 아이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남아 있을까?’
증거가 없는 말은 힘이 없고 오히려 거짓말로 몰릴 수 있지만, 증거가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녀석은 초등학교 때 친구 몸에 불을 질렀다고 자랑을 했었고, 그 증거는 영원의 몸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_ 본문 81p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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