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면서 쉽게 가더라도 일단 가자
선행학습은 과연 도움이 될까 해가될까? 정답은 없다. 어느 정도냐에 따라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무리해서 하는 경우는 도리어 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르는 길을 갈 때와 아는 길을 갈 때의 느낌이 다르듯 수학도 마찬가지이다. 막연히 어려울 것이라는 수학에 대하나 공포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인데, 그 공포를 덜 느끼게 해주는 것도 선행학습의 큰 역할 중 하나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쉬운 내용으로 가볍게 보더라도 한번이라도 본 학생이 미리 공부하지 않은 학생보다 내용에 익숙하다. 그리고 한번 본 사람보다는 두세 번 내용을 보고 간 학생이 편하게 접근하기 때문에 짧은 기간 동안 입시로 승부를 봐야하는 우리 학생들의 상황에서는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수학은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마인드맵을 그리면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자기가 어느 지점까지 와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공부 그 자체도 수월할 뿐만 아니라 방향을 잡고 보다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포기는 하지 않도록.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수학은 포기하지만 않으면 중간은 간다고 한다. 그러나 그게 쉽지가 않다. 고등학교1학년 초반에는 중학교과정에서 배웠던 내용이 초반부터 다수 등장하기에 익숙하고 그 안에서 심화를 하는 정도로 시작하기 때문에 익숙함을 무기로 휘청휘청하면서도 심적으로는 비교적 무난하게 지나가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고2가 되면서부터이다. 수학1과정에 새로운 연산이 등장하는데다 선택과목까지 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 상황이 바뀌고 대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고2과정은 수능 필수과목이기 때문에 허투루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더 조급한 마음이지만 학생입장에서는 익숙해지기도 전에 시험을 보는 경우가 있게 되고, 한번 놓치거나 흐름을 못 따라가게 되면 사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부분도 넘지 못 할 산처럼 느껴지게 되므로 결국 수포자의 늪으로 빠지게 되는 경우도 더러 생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힘들지 않게 수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솔직하게 조언해주며, 학생 본인에게 맞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길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다시 돌아가서 제안을 하고 싶다. 그럴 바에는 쉽게 가더라도 일단 어떻게든 가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상위 학년의 내용을 미리 보는 학습은 꼭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만 해야 된다 라는 것도 편견일 수 있다, 꼭 어려운 문제집을 봐야 제대로 된 예습인 것은 아니니 말이다. 물론 능력이 가능하다면 일반적으로 많이 보는 참고서를 숙달 될 때까지 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수준에 맞는 학습법으로 나름의 길을 만들어 가면 될 일이다. 초등학생 시절 미리 구구단 외우고 시계보는 법 가르치듯 고등수학도 그것과 어떤 면에서는 다르지 않다. 간단하게나마 개념을 잡고 마인드맵만 그릴 줄 알고 익숙하기만 해도, 나아가서는 내가 어떤 것이 어려웠는지 인지하는 상태로만 진학을 해도, 그 부분을 더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기에 효율이 높아진다. 이로 인해 상급학년에서 상당히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으며 수학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바,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너무 깊게 생각해서 미리 공부를 할 것이라면 어렵게 하거나 어설프게 할 거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이분법적 논리가 과연 학생입장에서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어려운 문제를 척척 풀어낼 수준이 되어야만 선행이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적어도 교과과정 안에서 자주 나오는 문제 정도는 두려움 없이 다가갈 수 있을 정도로만 유형들만이 체화되어 있다면 적어도 수학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미리 대비시켜 공부를 지속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수학 예습의 방향인 것이다.
제안해본다.
본 학년의 과정을 소화하는데 무리가 없고 어느 정도 대강의 개념과 일반적인 수준의 이해가 가능한 선이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수준에 맞는 진도를 최대한 높이 시도해보라고.
이은주 원장
이해와지혜학원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