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상담을 시작한지 10년...
나의 10년간의 상담일지가 누군가의 엄마들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파일을 열어본다.
중학교 3년 내내 전교 1등이었던 아들
2017년 11월. 중학교 3년 동안 계속 전교 1등을 했지만, 형편상 자사고는 포기 했고 파주의 자율형 공립고인 운정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부모와 학생이 찾아왔다. 여유로워 보이는 어머님의 미소에 부응하고 싶었으나 전교 1등의 이력치고는 테스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운정고보다는 일반고 진학을 권유하자, 처음 뵈었을 때의 여유 있는 미소가 사라지고 표정이 굳어졌다. “동네학원에서는 우리 금쪽이 정도면 운정고 가서도 잘 할 것이라고 하던데요.”라고 하신다.
물론 중학교 전교1등을 한 학생이라면 성실할 테니 어디를 가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등예습이 안되어 있어서 운정고에서 최상위권 내신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대입 전략상 수시 합격전략을 위해서 내신을 최대한 잘 받는 쪽이 유리한 학생이라고 설명했지만 어머님의 표정이 밝지 않다.
전교 1등도 필요하다면 일반고를 갈 용기가 필요하다
며칠 후 어머님이 아버님과 함께 다시 방문했다. 아버님께서는 금쪽이가 일반고에 가야 하는 이유를 직접 듣고 싶다고 한다.
대답에 앞서 나는 세 가지를 물었다.
첫째, 금쪽이의 목표가 어디인가?
둘째, 금쪽이는 자기주도가 되어있는 학생인가?
셋째, 금쪽이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 성향인가?
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금쪽이는 목표가 서울대 화학과이다. 초등학교 5학년 이후로 스스로 공부해서 한 번도 공부하라는 지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주관이 뚜렷하고 개성이 강한 학생이라서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성향이다. 부모님의 정보대로 라면 금쪽이는 어디를 가도 열심히 할 성향의 학생이다. 다만, 노력으로 따라 잡을 수 없는 절대 시간이라는 한계가 있다.
자사고도 그렇지만 파주의 운정고도 일반고에 비해 수학 진도가 빠르다. 예습심화가 늦은 학생들이 내신 1~2등급을 받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정고를 지원한다면 서울대를 수시로 가기는 어렵고 정시까지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금쪽이는 테스트 결과 수능형 보다는 내신형에 가까왔다.
수능형인가, 내신형인가 그에 따른 고교 선택
금쪽이가 일반고에서 전교1등을 할 수 있도록 내신을 잡는다면 서울대 화학과를 수시 지균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생긴다. 내신이 최상위라면 연고대는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학교장 추천전형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드렸다. 그날 아버님은 중학교 전교1등 졸업생이니, 소위 잘한다는 아이들이 모이는 운정고 정도는 가야 한다는 자존심은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반고 진학 이후 금쪽이는 단 한 번의 수학 실수를 제외하고 전 과목 1등급으로 마무리 했다. 일반고에서의 1등급도 결코 만만하지 않다.
금쪽이처럼 예습이 늦었던 학생은 내신에서 실수하지 않을 정도로 수학을 만들기 위해서 매일 정해진 분량의 문제 풀이는 필수였다. 시험 직전까지 수학을 해야 하니 학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시험기간이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고2 때까지만 해도 의대는 언감생심, 서울대 공대를 가겠다던 금쪽이는 1.13이라는 놀라운 내신을 들고 원서 마감 직전 의대 입시에 뛰어들었다.
경희대 의대 수시 합격!
금쪽이의 수능성적은 정시로는 의대 입학이 어려운 성적을 받았다. 그러나 2021학년도 대입에서 경희대 네오 르네상스 전형은 내신 최저가 없는 마지막 해였다. 덕분에 2021대입 수시합격의 기적을 만든 것이다.
금쪽이 부모님의 감사 인사를 받았다. 수시 마지막 추합으로 합격했는데, 수능 성적을 보면 재수해도 의대는 못 갔을 거라고. 일반고에서 내신을 잡은 게 신의 한수였다는 말씀이다.
금쪽이가 3년 동안 내신 관리를 위해 고생했던 일화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금쪽아, 10년 뒤 원장님 주치의 해주는 거지? ”
최근, 하루에도 여러 통의 고입 상담 전화를 받는다. 나는 점쟁이가 아니라, 입시 컨설턴트다. 우리는 정확한 성적 분석과 학생 성향분석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런 데이터도 없는데, 어느 고등학교를 쓸까요? 라고 물어보시는 분들 때문에 가끔은 난처 할 때가 있다.
이제 2023학년도 고입 지원도 마감된다. 이미 화살은 던져졌으니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보자. 3년 뒤 나에게 감동을 선사할 또 다른 금쪽이를 기다려 본다.
임경애 원장
일산 백마 우성학원-일프로의 모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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