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 다독, 다상량

지역내일 2022-12-08

여기 하버드대 로빈 워드 박사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그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40대 1600명에게 ‘현재 자신의 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애당초 그는 ‘사교성’, ‘리더십’ 등의 응답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응답자의 90%가 1순위로 꼽은 건 바로 ‘글쓰기’였다. 하버드대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글쓰기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데, ‘익스포스(Expos)’라고 부르는 논증적 글쓰기 프로그램(Expository Writing Program)이 바로 그것이다. 1872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50년간 이어져 오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입학 후 이 과정을 통해 배우고, 쓰고, 피드백 받고, 고쳐 쓰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완성하는 글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딜리셔스 샌드위치>를 쓴 유병률 기자는 미국 대학과 기업들이 글쓰기를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보다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보다 합리적인 사고의 정리를 위해 글쓰기보다 더 유효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문, 다독, 다상량. 중국 송나라 때의 문인 구양수가 글 잘 짓는 비결 세 가지로 꼽은 말이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후 구양수의 삼다는 글쓰기로 고민하는 후학들에게 오랜 지침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면 세 가지 지침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하나씩 짚어 보자.


첫 번째, ‘다문’은 문자 그대로 많이 들으라는 이야기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싶어 하고 남들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를 원한다. 말을 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남의 말을 오롯이 들어 주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다들 제 말만 하려 하고 남의 말은 듣지 않으려는 현상이 생긴다. 옛말에 어진 사람은 귀가 크다고 했다. <삼국지연의>의 덕장인 유비의 어린 시절 별명은 대이아(大耳兒)였는데, 그는 자신의 큰 귀로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 덕분에 존경받는 군주로 자리매김한다. 본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문’이 필요하다. 우리가 남의 말에 귀 기울일 때, 그래서 그의 내면을 헤아리고자 애쓸 때, 인식의 지평이 확장되며 글쓰기가 업그레이드된다.


두 번째, ‘다독’은 독서를 일상의 루틴으로 정립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잠자기 직전 혹은 아침에 눈 뜨자마자 실천하는 독서 20분은 예상보다 구축하기 쉬운 습관이다. 결국 시작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면 그 외 다독이 가능한 독서법에 대해서도 열거해 보자. 오디오 북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꼭 눈으로 읽는 것만이 독서가 아니다. 하루 일과 중 운전하는 시간의 비중이 크다면 귀로 듣는 독서도 얼마든지 유효하며, 이때 2배속 재생 또한 가능하다. 다음으로는 병렬독서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전혀 다른 주제나 장르의 책들을 함께 읽어 나가는 것이 그 방법이다. 이때 하나의 책을 읽다가 지루해지면 다른 책을 집어 읽는다. 그러다 보면 다시 원래의 책 내용이 궁금해지며 독서의 효율과 속도가 증가하게 된다. 이처럼 ‘다독’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결국 ‘다독’은 의지의 문제다.


세 번째, ‘다상량’은 많이 생각하되 이것이 창의성과 연결되어야 한다. AI의 급속한 발전은 이미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 현상이다. 그에 따라 AI가 사람들의 직업을 서서히 대체해 나가고 있고, 앞으로 10~15년 안에 상당수의 직업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거라는 다양한 미래 예측들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따라서 이러한 미래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을 능력 즉, 창의성을 가져야 한다. 단순한 지식의 확대는 미래 경쟁력이 없다.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고유한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다상량이 필요하고, 그럴 때 비로소 글쓰기는 업그레이드된다.


글쓰기는 사고체계를 공고히 만들 수 있는 수단이자,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경쟁력이다. 따라서 글쓰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바로 지금, 글쓰기를 시작해 보자. 다문, 다독, 다상량이 당신의 글쓰기를 한층 수준 높은 경지로 인도할 것이다.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직영교육센터

이상준 총괄 겸 평촌원장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