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를 위한 나무 장난감, 인생2막 작가의 반열까지

나무장난감 할아버지 김철희씨

이난숙 리포터 2022-10-28

나무장난감 할아버지로 다수의 매체에 소개된 바 있는 김철희씨. 그가 올해 초 양평에서 고양시 대화동으로 작업실을 옮겼다. 한적한 골목길 주택가에 자리 잡은 작업실, 그의 손녀사랑만큼 따뜻한 나무 향에 묻혀 여전히 작업 삼매경에 빠진 김철희씨를 만났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사진 제공: 월간 샘터, 촬영 타이거포토스튜디오 이권호

자투리 나무로 만든 첫 작품, 손녀를 위한 나무기차
김철희씨는 2012년 첫 손녀 현서가 태어나면서 나무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했다. “손녀 장난감으로 처음 만든 게 기차였어요. 기차 앞면에 손녀 이름 이니셜을 새기고 하트 모양도 새겼죠. 하트는 튼튼한 심장을 가지라는 의미로 손녀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색감 좋고 매끈한 기성 장난감 대신 투박하지만 할아버지의 손길이 닿은 나무 장난감, 손녀가 좋아하는 모습은 행복 그 자체였다는 김씨. 객차와 짐칸, 토끼띠 손녀를 위한 토끼와 여러 동물친구들까지 그렇게 나무기차 한 개가 다섯 칸 한 세트가 됐다. 이후 아기자기한 소꿉놀이부터 목마 등 손녀를 위한 다양한 나무 작품들이 가득해졌다. "첫째 손녀라 첫 정이기도 하지만 현서는 유난히 저를 따랐어요. 할아버지와 손녀 어쩌면 그 이상의 어떤 특별한 인연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이런 그의 지극한 손녀사랑은 TV 프로그램'세상에 이런 일이'에 소개되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아내를 위한 전원생활이 삶의 방향 바꿔
그가 나무와 함께 하게 된 데는 특별한 계기가 있다.  공학도였던 그는 서울에서 컴퓨터 사업을 오래 하다 자가면역질환을 앓았던 아내를 위해 양평에서 전원살이를 시작했다. 하지만 양평이 추운 지역이라 단열이 제대로 안 된 주택에서 아내에게 뇌졸증까지 닥쳤다. 그때부터 그는 벽면 단열시공부터 집 곳곳을 직접 보수 했다고. "따로 목공을 배운 적이 없지만 정성과 마음을 다한 공간에서 아내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씩 해 나가다보니 의외로 소질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날 그에 눈에 집수리를 하고 남은 자투리 나무가 눈에 띄었단다. 그냥 버리긴 아까워 무엇을 할까 궁리하다 만든 게 손녀를 위한 첫 작품 나무 기차다. 뇌졸증까지 닥친 아내를 병간호하고 병원을 오간 12년 세월. 그는 아내를 위한 전원생활이 오히려 새로운 취미와 소질을 발견하게 된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또 비누도 만든다. 아내의 피부가 짓무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세상에 좋다는 비누는 다 써봤지만 아내의 피부는 악화되기만 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비누를 만들어보자 하고 자료를 찾아보고 연구 많이 했습니다(웃음)." 화학공학을 전공한 것도 도움이 됐다. 그렇게 공부하고 연구하여 만든 비누의 효과는 예상외였다. 그가 만든 비누는 여느 수제 비누처럼 따로 숙성기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주위에서도 비누에 대한 호평이 이어져 사업제의도 받았다고 웃는다.

지난 시간 닥쳤던 고난에 오히려 감사
 “비누는 아내와 가족, 지인들을 위한 선물로 만듭니다. 지금은 저의 나무장난감을 보고 아이들을 위한 공연 등에 쓰일 작업 제의도 들어오고 해서 그 작업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가 손으로 직접 깎고 다듬은 나무 장난감은 기계로 재단하고 마감한 매끈함은 없다. 하지만 아이의 손끝이 다칠까봐 모난 곳 없이 정성스레 둥글려 마음을 담았다. 그 사랑을 담뿍 받고 자란 첫 손녀는 초등학생이 됐다. 손녀가 자란 만큼 그에게도 뜻밖의 새 길도 열렸다. 올 1월부터 양평읍사무소 2층 청년사무소 ‘콕’(cog)에서 아이들 대상으로 목공교실을 시작했다. 또 올해 양평 YP아트홀에서 첫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는 요즘 새로운 인생을 얻은 기분이다. 취미로 그림을 그릴 만큼 아내의 건강이 호전되고 가족, 특히 손녀 현서는 여전히 할아버지 바라기고 더 바랄게 없기 때문이다. 그가 대화동에 작업실을 둔 것도 딸과 손녀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주중에는 일산 작업실에서 주말이면 양평에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김철희씨,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을 오래오래 지키고 싶어 그는 오늘도 나무 장난감 하나하나에 애정을 쏟는다.  "지금은 제 장난감을 좋아하는 어린 아이들을 위해 움직이는 동적인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손녀를 위한 나무장난감을 만들던 제페토 할아버지의 손길은 여전히 바쁘다. 

공방 위치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2052-2 B1
문의 blog.naver.com/ypfarmer, 010-8385-7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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