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이면 충분한 공간이 있다. 한 평 텃밭, 한 평 서재 그리고 한 평 정원이 그것이다. 면적은 중요하지 않다. 존재만으로도, 삭막한 아파트 생활에 숨통을 터준다. 공릉천을 끼고 있는 금촌2동에서 한 평 정원을 가꾸는 마을공동체 ‘한평의 행복’ 한기석 대표를 만나 정원 가꾸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세 도시를 잇는 공릉천변의 변신
도농복합도시 파주에는 빽빽한 아파트 단지 사이로 자연의 숨결을 전하는 실개천과 들판이 있다. 양주에서 발원해 고양시를 거쳐 파주로 이어지는 공릉천은 실개천이라 하기엔 좁지 않은 강폭으로 한강까지 가 닿는데, 공릉천변은 산책객이나 라이더들에게는 천혜의 환경이다. 최근 물놀이장과 튤립 꽃밭이 조성돼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공릉천은 운정호수공원에 비해 개발이 더딘 탓에 잡초나 갈대로 무성한 부지들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금촌2동 마을공동체 ‘한평의 행복’
공릉천변의 정돈되지 않은 부지를 활용해 한 평 정원을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이가 있다. 바로 금촌2동 통장이자 마을공동체 ‘한평의 행복’ 한기석 대표다. 홍익대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80~90년대 도자기 수출산업을 이끌었던 한 대표는 은퇴 후 취미로 생활원예를 배우며 마을 정원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아파트에 살다보니 정원을 가꾸기가 힘들었는데 평소 정원에 관심이 있는 주민들과 함께 나만의 정원 만들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마을정원사 모집해 공릉천변 정원 가꿔
공릉천변에 한 평 정원을 조성하는 데는 금촌2동 행정복지센터의 도움도 컸다고 한다. 2020년 코로나가 확산되던 시기에 행정복지센터의 도움으로 공릉천변 부지를 정비하고 마을정원사를 모집했다. 이듬해에는 마을공동체 ‘한평의 행복’을 만들어 꽃과 식물을 심고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20개의 한 평 정원이 옹기종기 모여
공릉천 칠간다리 아래에는 스무 개의 개인 정원이 조성돼 있다. 초기 마을정원사에 참가했던 일반주민 외에도 인근의 어린이집과 노인복지관에서 참여해 한 평 정원을 가꾸고 있다. 한 평 정원에는 봄 가을 계절에 맞게 꽃을 심어 예쁜 꽃들이 만발하다. 꽃모종이 예쁜 꽃들로 만개하면 개인 정원사뿐 아니라 지나가는 산책객들도 마음이 훈훈해진다. 한기석 대표는 “한 평 정원에서 일하고 있을 때 지나가는 주민들이 꽃을 보고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며 그럴 때면 정원을 일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봄에 튤립이 빨리 져서 아쉬웠다는 한 대표는 이번 가을에는 국화를 심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명의 가치를 알리는 한 평 정원
아름다운 꽃들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 외에도 한 평 정원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알리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한 대표는 “예쁜 꽃을 보면 꺾어가는 사람도 있고, 무감각하게 밟고 가는 사람도 있다”며 “아이들이 꽃씨를 심고 물만 주었는데도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걸 보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형 마을살리기 공모사업에 읍면동 부문 대상 수상해
금촌2동의 한 평 정원은 올해 파주형 마을살리기 공모사업에서 읍면동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한기석 대표는 “한 평 정원이 대상을 받은 만큼 더 열심히 활동할 계획”이라며 “한 평 정원 주변으로 벤치를 설치해서 주민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쉼터로 만들고, 개별 정원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다 같이 협동해서 단체 정원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평면 장파리에 ‘흙사랑 도예 카페’ 준비
파주 파평면 장파리에는 가수 조용필 씨가 무명시절 공연했던 클럽 ‘라스트찬스’와 6.25 때 부상병을 구하기 위해 희생한 조지 리비 중사를 기념하는 리비교 등 역사적 관광지들이 있다. 이곳에 도예 공장을 두고 있는 한기석 대표는 도시민들이 도예 체험과 생활원예 체험,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흙사랑 도예 카페’를 준비하고 있다. 한 대표가 수십 년간 제작한 동물 도자기 작품들을 이곳에 전시하고 엄마와 아이들이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 음식을 담거나 식물을 화분에 심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도예 체험 카페를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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