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되기 전, 아이의 상황 점검하기
학력 저하니 문해력 저하니, 학생들을 걱정하는 말들이 쏟아진다. 스마트폰의 보급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하고, 코로나 펜데믹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스마트폰에서 글 읽기가 독해 습관을 바꾸고, 영상 시청이 뇌의 구동 방식을 바꾼다니 이 사태는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코로나로 인한 비정상적인 생활은 촉매의 역할을 충분히 했을 것이다.
모두가 똑같은 상황인데 그것이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이 똑같다고 받아들이는 것도 같은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변화의 편익만 취하지만, 누군가는 변화의 위험성을 같이 수용한다. 그래서 문제가 된다.
오늘은 수동적 성향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가장 큰 문제점, 성실하지 않은 수동성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장 답답한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성실하지 않은 수동성이다. 수동적 성향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그것이 수용적 태도와 규칙의 준수로 나타난다면 일정의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하지만 성실하지 않은 수동성은 사고하지 않는 습관과 무기력한 태도로 이어진다.
스마트폰은 역설적이게도 사람을 ‘스마트’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유튜브의 알고리즘 시스템이나 SNS의 타임라인은 더 이상 우리가 능동적이거나 주체적이지 않아도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사고하지 않는 습관의 시작이다.
가만히 있어도 결과가 생긴다. 무엇인가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보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현재의 평화를 깨는 일이다. 노력이란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그것이 실패했을 때 느껴야 하는 좌절을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선택한다.
어느 순간 많은 아이들이 더 높이 올라가려는 노력을 포기한 듯 보인다. 지금의 나의 능력의 최대치라고, 아무리 노력해도 어느 이상의 성취는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그렇게 자신의 한계를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인다. 무기력한 태도의 시작이다.
문제의 해결,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키우기
무기력한 태도는 사회의 무기력한 분위기와 결부되어 자신의 분수를 수용하는 태도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한때 유행했던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말이 현재는 잘 사용되지 않는 것은, 이러한 분위기를 잘 반영한다. 하지만 만용과 자존감은 다르다.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만용을 부리라는 게 아니라 자존감을 지키라는 말일 것이다.
자존감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감은 자존감 위에 쌓아야 하는 것이다. 자신을 존중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 믿는 것, 그것이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원동력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존감과 자신감 그리고 목표이다.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해 설계하고, 자신의 미래를 꿈꾸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 이르는 길을 스스로 계획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때 주변에서 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자존감과 자신감을 키워주는 일이다. 그것이 능동적인 아이가 되는 첫 번째 방법이다.
문제의 해결, 수동적 환경 없애기
능동적인 아이가 되는 두 번째 방법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단순 암기식 성적 내기와 다른 사람이 정해준 스케줄 따라가기는 아이를 수동적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특히 교과의 내용이 방대하거나 창의력이나 사고력을 묻는 문제의 출제 비중이 높을수록 그 중요성은 커진다. 하지만 중학교 혹은 고1 수준에서 내신 성적을 올리기 가장 쉬운 것은 암기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학생이 원리는 이해하지 못한 채, 지식을 체화하지 못한 채, 외우고 시험을 본다. 그나마 외운 것이 다음 시험 때까지라도 남아 있다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다면 매 시험 때마다 새롭게 외운다. 공부는 지겨워지고, 이때 아이는 짜여진 스케줄대로 움직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생각하는 것을 잊어버린다. 사고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이유를 설명해 주는 시간을 아까워하고 암기를 선택한다. 악순환이다.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원리를 이해하는 공부를 해야 능동적 아이가 될 수 있다.
능동적 태도는 중요하다. 고등학생이 되기 전 조금이라도 더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얼국어학원 원장, 조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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