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학생부 종합 전형의 마지막 조각

지역내일 2022-08-12 (수정 2022-08-12 오전 7:50:28)

마지막 자기소개서, 그래서 더 중요하다

올해는 입시에서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가 마지막으로 활용되는 해이다. 몇 년 전부터 자소서의 문항 및 글자 수 조정이 있었고, 이미 여러 대학에서 자소서를 없애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점점 자소서의 중요도를 낮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마지막까지 자소서를 유지하는 대학은 그만큼 자소서의 중요도를 높게 평가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자소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자소서가 중요하지 않다면 굳이 대학에서 많은 비용을 감당하며 자소서를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소서는 생활기록부를 보완한다. 학생부 종합 전형은 교과 전형보다 합격 가능 내신 평점이 낮다. 그 이유는 학교 생활 및 다양한 활동, 쉽게는 생활기록부를 같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활기록부는 아이를 온전히 드러내기에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자소서이다.


자기소개서, 정성 평가를 위한 대학의 노력

자소서를 잘 쓴다고 무조건 합격하거나, 자소서를 못 쓴다고 무조건 불합격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자신의 내신 평점이 지원 대학의 커트라인보다 월등히 높다면 합격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낮다면 합격의 가능성은 낮아진다. 그래서 소신이나 상향 지원의 경우, 자소서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학생부 종합 전형은 정성 평가이다. 따라서 학생부 종합 전형은 내신 점수만큼 생활기록부가 중요하다. 그런데 생활기록부는 의외로 아이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학교마다, 그리고 담당 선생님마다 편차가 큰 데다, 과정이 아니라 결과를 중심으로 기록되고 사람이 아니라 사건이 기록되기 때문이다. 처음 자소서를 없앴던 대학에서, 필요하다면 고등학교에 문의하여 보완하겠다고 밝혔던 것은 역설적으로 자소서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자소서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자소서에는 당연히 생활기록부를 보완할 내용, 구체적으로는 ‘나’라는 사람을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자기소개서 작성, ‘나’라는 사람의 가능성 드러내기

학생들에게 자소서는 부담이다. 자소서에 담겨야 할 내용도, 어떤 자소서가 좋은 자소서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과정 중심으로 자소서를 쓴다는 것은 대원칙이다. 그리고 자소서를 통해 학업 역량, 진로 역량, 공동체 역량을 드러내야 한다. 사실 자소서는 이것이 전부이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잘못 이해하고 자소서를 쓰는 학생이 많다.

진로 역량을 드러내기 위해 “영어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영어 관련 동아리에 들어서 A, B, C 활동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영어의 재미를 다시 느꼈습니다.”라든지, 학업 역량을 드러내기 위해 “저는 성적이 떨어진 후, 저의 잘못된 공부 습관을 발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 나, 다 활동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성적이 올랐고 뿌듯했습니다.”라든지. 이는 자소서의 방향을 충실히 따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과정 중심은 단순히 준비 과정이나 실험 과정을 나열하라는 것도, 발표나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는 것도, 봉사의 과정을 기록하라는 것도 아니다. 활동의 과정은 그 활동을 대하는 ‘나’의 열의와 태도 그리고 역량을 드러낸다. 즉 구체적 경험을 통해 동기와 의도가 드러나고, 활동에서 얻은 깨달음이 드러나야 한다. 그래서 그 활동이 나에게 정말로 유의미했던 경험이었음이 드러나야 한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런 뜻이다.


자기소개서 작성, 결론은 즐겁게 쓰기

자소서를 잘 쓴다는 것은 어렵다. 주변에서 합격 자소서라고 이것저것을 보여주는데 무엇이 잘 쓴 것인지를 모르겠다. 글을 잘, 그리고 고급스럽게 써야 할 것 같은데 잘 안 된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헤매고 힘들어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즐겁게 쓴 자소서가 좋은 자소서이다. 고등학교 3년 간의 활동 중 자소서에 쓸 수 있는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런데 진로 역량을 보여주는 활동이 즐겁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공동체 역량을 보여주는 활동이 억지로 한다는 느낌이 든다면, 평가자는 글을 믿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생기부를 믿지 않게 될 것이다.

자소서는 진심으로 써야 한다. 역량은 말이 아니라 활동을 즐기는 모습에서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얼국어학원  조지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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