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기말시험도 끝나고 각종 입시설명회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때이다. 그런데 각종 설명회 자료를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이 복잡한 숫자들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때가 있다. 입시의 어떤 특수한 전형이 우리 아이에게 유리할까를 학생들의 입시공부보다 더 치열하게 연구하시는 학부모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때론 존경스럽다. 그렇게 찾아낸 ‘맞춤전형’에 의해 학생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실제 실력에 비해 극단적으로 상위권이나 하위권 대학을 가는 경우는 마치 복권에 당첨되는 것처럼 드문 일이다. 따져보면 다들 거의 자기 실력에 맞는 정도의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학생의 실력을 높이는 쪽에 훨씬 큰 무게를 두어야 함에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또한 자식이지 않은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름방학 기간 아이와 함께 변화의 시작을 가져올 수 있기를 바라며 작은 방법 몇 가지를 제시해보기로 한다.
공부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를 구체적이고 명확히 세운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제일 어렵고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로 어떤 이유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지 않은가. 하물며 아이들은 어떻겠나. 필자가 종종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공부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십중팔구 ‘몰라요’, 내지는 ‘돈 잘 버는 것’ 등이다. 그 돈마저 쓸 곳을 물어보면 그 또한 ‘몰라요’만 돌아올 뿐이다.
부모님과 학생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실현 가능한 ‘쉬운’ 목표를 잡아보자. 등수도 좋고 점수도 좋다. 방학동안의 학습 계획 실천도 좋을 것이다. 또한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도 반드시 필요하다. 보상은 반드시 목표에 알맞은 정도의 학생이 원하는 것으로 정한다. 그리하여 크던 작던 목표를 완수하고 받는 보상에 성취감을 얻도록 한다. 이 과정의 반복은 다음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원동력이 되고 도전하는 삶으로의 시초가 될 것이다.
지금의 생활패턴을 크게 바꾸지 않고 최대한 효율성을 높인다
수업시간을 생각해보자. 학생A는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집중해서 75%의 성취도를 올리는 한편 학생B는 멍하니 앉아만 있어 25%의 성취도를 갖는다고 가정하자. 겉으로 보기에는 둘 다 똑같은 수업을 들은 것처럼 보이나 수업이 계속 될수록 50%의 격차가 누적되어가는 것이다. 이 격차는 벼락치기로 극복하기 힘들다. 유전적으로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 A, B가 있다. 언젠가부터 A는 잠들기 전에 수학 5문제씩을 풀기 시작했다. 반면 B는 A의 이런 변화를 모른 채 잠들었다. 하루가 지나고 A는 B보다 수학을 잘하게 되었을까, 아님 상대적으로 조금 덜(15~20분) 잔 A는 컨디션에 큰 변화가 왔을까?
다들 예상하겠지만 아무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열흘이 지나면 50:0, 백일이 지나면 500:0, 일 년이 지나면 1825:0 이라는 격차가 난다. 두 학생의 일 년 뒤 수학 성적이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B는 이 격차의 근본적 이유를 알지 못한다. 단지 수학 잘하는 유전자는 A에게로만 갔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난 원래 수학을 못하게 태어났다고 말이다. 많은 학생들이 말하는 ‘쟨 원래 공부 잘해요.’의 비밀은 사실 여기에 있는 것이다. 지금의 생활 패턴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수업시간이나 자기주도 학습시간의 집중도를 높이려고 노력해라. 그렇게 얻어진 추가시간은 그에 대한 보상으로 학생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하자.(부모님은 잔소리 하지말자)
반드시 자기주도 학습시간을 마련한다
기타를 잘 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열심히 코드를 외우고 또 외우고,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보고 또 보고 한다고 실력이 좋아질까? 당연하겠지만 열심히 기타를 쳐봐야 하는 것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교과서와 교재를 외우고, 수업을 듣고, 인강을 밤 새 본다고 해서 원하는 만큼 실력이 늘지 않는다. 결국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자기주도 학습인 것이다. 자기주도 학습에 첨언하자면 무조건 문제만 푸는 식은 좋지 않다. 모든 공부의 시작은 ‘개념’을 잡아야한다. 개념은 단지 그 의미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를 스스로 분석하는 방법과 보기의 내용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추어져야 한다. 또한 다른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응용력을 길러야 한다. 이러한 연습을 자기주도 학습에 담아야 하는 것이다. 빡빡한 시간표 속에서도 적절한 자기주도 학습시간을 마련하는 것. 방학 기간을 실속 있게 보낼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이지 않을까.
사실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공부에는 정도가 없다지 않은가. 누구나 알고 있어도 누구나 실천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다시 한 번 실천 의지를 다잡을 분들에게 지면 너머에서 ‘엄지척’을 보내본다.
일산 후곡 제피로스 수학과학학원
방현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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