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고 최고 쾌녀’로 불리며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큰 신뢰를 얻고 있는 한영고등학교(학교장 김운) 박신애 국어교사. 하루에 7시간 수업을 진행해도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이기도 한 박 교사의 수업 철학은 ‘학생들이 듣고 싶고, 또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하는 것. 제자 팬덤들이 팬계정(드럼스틱 국어쌤)까지 만들어 소중한 추억을 쌓고 있는 박 교사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국어시간이 참 행복했다’고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영고를 찾아 큰 목소리와 넘치는 열정의 주인공, ‘국어요정’ 신애쌤을 만났다.
Q. ‘소통’ ‘유쾌’ ‘열정’ ‘밝음’ ‘큰 목소리’ ‘재미’ 등 선생님에겐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데요.
-아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수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임용 전 사교육 현장에 있어봐서 학생들이 어떤 걸 원하는지, 또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이미 경험을 통해 정확하게 알고 있죠. 그래서 학교수업만으로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국어수업’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학생들이 잘 봐준 것 같습니다.
Q. 정규 수업 외 수업도 많이 진행하시죠?
-핵심역량수업, 창의융합수업 등 하루에 수업을 7개씩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수업 기회가 많았던 건 참 행운이었던 같아요. 항상 ‘이 시점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요. 정규 수업에 비해 준비시간이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학생들의 반응이 좋고 또 학생들에게 좋은 결과가 나기도 해 큰 보람이 있습니다.
Q. 한영고는 정말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이 있는데요. 국어교사로 참여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한영고 독서프로그램, 정말 많죠. 올해에는 ‘수북수북’과 ‘북작북작’이 새롭게 진행되는데요. 수업과 책을 연계한 융합수업 형태가 ‘수북수북’입니다. ‘공존’이란 큰 주제로 독서원데이 행사를 진행, 5권의 책을 영역별로 선정해 그 책을 기반으로 문학과 연결한 수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북작북작’은 국어, 사회, 철학, 지구과학 등의 수업을 독서활동과 함께 진행해 결과물까지 산출하게 되는데요. 독서활동이 생기부에 반영되지 않지만 이 프로그램은 모두 수업시간에 진행되어 생기부에도 게재됩니다.
Q. 독서를 어떻게 수업에 끌어들일지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 같아요.
-학생들이 책을 대충 읽기보다는 한 학기에 한권이라도 제대로 읽자(한 한기 학 권 읽기)는 것을 목표로, 수행평가와 연관 지어 독서를 진행합니다. 학기 초 수행평가 방식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데요. 2학년 1학기 문학의 경우 문학작품과 관련지어 인물, 주제, 사회 등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작품을 스스로 선정해 수행평가까지 진행하게 됩니다. 학생 스스로가 책을 선정하고 주제의식, 사회와의 연관성까지 직접 관련짓고 자신만의 의견까지 작성해 평가는 물론 개별적 학생부 기록으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Q. 국어 공부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인데요. 학생들이 국어를 힘들어하는 이유는 먼저 국어공부에 시간을 들이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우리말과 글이라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국어 역시 교육과정의 한 과목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 많습니다. 그런데 시간은 들이지 않은 채 점수에만 욕심을 내죠. 또, 학생들이 짧은 글이나 영상에 익숙해진 것도 한 원인입니다. 긴 글을 읽는 힘을 키워야 하는데, 이런 힘은 책 한권 전체를 읽어내는 과정에서 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학생들, 책을 너무 읽지 않은 게 문제인데요. 책을 읽을 때의 자세도 중요합니다. 어떤 글이든 전체 글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으로 찾아보고 친구들과 이야기 해보는 등의 과정이 필요한데요. 많은 학생들이 이런 노력은 들이지 않고 짧은 문제 풀이에만 집중하는 거죠. 글을 읽어보는 연습이 절실하고, 모르는 것이 나오면 손품을 팔아보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만약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라면 한자 공부를 해 두는 것도 국어공부를 위한 든든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Q. 한영고에서 국어 내신을 잘 받으려면?
-학교 내신은 외부지문을 가져오거나 공지되지 않은 부분에서 출제하긴 어려운 시험입니다. 수업과 교과서 지문, 그리고 부교재에서 나오는 기출문제를 바탕으로 문제가 출제되죠. 그런데 본문이나 내용에 충실하지 않은 채 ‘정말 많은 분량의’ 문제풀이에만 집중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문제풀이만 집중하다보면 문제를 정확하게 풀어내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중요도에 따른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반복되는 것이 많고 선지 안에서 문제를 만들다보면, 문제마다 적절한 것을 판단하는 것이 애매할 때가 있어요. 문제를 너무 많이 풀다보면 스스로 미궁에 빠지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선지 하나만 보고 집중하기보다 전체적·기본적인 부분을 보고 가장 중요한 내용을 먼저 숙지해야 할 것입니다.
Q. 한영고에서 7년, 소회를 들려주신다면?
-처음 한영고에 와서 교무기획부에 소속되었는데요. 선생님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다음 진로상담부에서 기획을 담당했는데, 다양한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어요. 마음이 아픈 아이들, 학교에서 소외될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여러 기획과 활동에 참여하며 학생들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었죠. 현재는 연구부에서 수업과 연수 등에 대한 기획을 맡고 있는데, 독서활동 위주의 다양한 기획에 참여할 수 있어 보람이 큽니다. 또 직접 활동에 참여하며 책을 읽는 기회도 많아져서 좋고요. 부서에 따라 학교의 여러 면을 경험할 수 있어 늘 새로운 학교생활을 하는 느낌입니다.
학생들이 저와의 국어수업시간을 행복하게 보냈으면 하는 생각을 늘 갖고 있습니다. 국어란 과목을 배우는 시간이지만 학생들에게 즐겁고 기다려지고, 또 고달픈 입시 여정에서 숨 쉴 수 있는 작은 구멍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교사로서의 작은 바람입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