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가 상환기일까지 원금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담보로 제공한 주식을 다른 채권자에게 양도했다면 배임죄나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없다.
A씨는 2016년 2월 B씨로부터 5,000만원을 빌리면서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모 주식회사의 주식 1만 2,500주를 B씨에게 담보로 제공했다. A씨는 원리금을 상환기일까지 변제하지 못하면 주식 소유권을 B씨에게 넘기기로 하는 금전소비대차 및 주식담보계약도 체결했다. 그런데 A씨는 상환기일까지 원금을 갚지 못했음에도 2016년 7월 주식을 다른 채권자에게 양도하고 명의개서까지 마쳐 B씨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주위적 공소사실 배임). 아울러 A씨는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B씨로부터 돈을 빌린 혐의도 받았다(예비적 공소사실 사기).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형법상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A씨가 돈을 빌릴 당시 충분한 담보를 제공한 것으로 봄이 상당해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다는 점이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2심은 사기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2심은 "A씨가 피해자에게 담보 목적으로 주식 1만 2,500주를 양도했더라도 회사에 그 양도사실을 통지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오히려 제3자에게 이중양도했기에 충분한 담보를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 A씨는 이미 채무초과 상태로 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형사3부)은 "차용 당시 A씨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1도4477).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에게 주식을 유효하게 양도담보로 제공한 이상 회사에 양도사실을 통지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거나 사후적으로 제3자에게 이중양도했다는 사정만으로 충분한 담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공증인가 법무법인 누리
대표변호사 하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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