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교 진학 선생님

휘문고등학교 심재준 교사(진로진학부장)

휘문고의 진학 강점, 학생 스스로 답을 찾아 나가도록 이끌어

피옥희 리포터 2022-03-10

강남지역 자율형사립고 휘문고등학교(교장 최정환)는 1906년 개교 이래 4만여 명의 인재를 배출해온 강남 명문사학이다. 해마다 의학 계열 및 SKY 대학의 우수한 입시 결과를 내며 ‘진학 명문고’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 중심에 진로와 진학을 아우르며 학생들에게 헌신해온 숨은 주역이 있다. 2022년 <강남 학교 진학 선생님> 세 번째로, 휘문고등학교 심재준 교사(진로진학부장)를 만나봤다.

2022학년도 입시 레이스가 마무리되었는데, 소감 한 말씀? 특히 수시에서만 중복 없이 재학생 11명이 의예과에 합격했다고 들었다.
“저뿐 아니라 3학년 담당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학생과 선생님 모두 지난 1년 동안, 아니 고교 3년간의 노력에 먼저 박수를 보낸다. 2022학년도 대입에서 두드러진 점이라면 수시에서 의대만 중복 합격 없이 재학생 11명이 합격했다. 가톨릭대 의예과는 학생부종합전형(학교장추천)으로 1명, 논술로 4명이 합격했다. 고려대 의예과는 학종(학업우수형)으로 5명이 합격했다. 서울대 의예과 등 수시에서 총 11명의 재학생이 중복 없이 의예과에 합격했다. 올해 정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많아 2022학년도 정시 결과까지 모두 마무리되면, 2022학년도의 휘문고 입시 결과는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시의 경우 통합수능 시험, 교차지원, 모집인원, 군의 변화 등이 있어 지도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학교 자체적으로 많은 분석과 연구를 통해 최대한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2022학년도 수시에서 가톨릭대 의대에 논술로 네 명이 합격했는데, 휘문고는 워낙 우수한 학생이 많다보니 내신 몇 등급 대에서 대입 전형별 지원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학생과 학부모의 진학 목표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명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접근해 보면 지원은 다양한 내신 등급 대의 학생들이 하는 편이다. 그러나 의예과 논술전형에 합격하는 학생들의 수학 내신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주로 수학 내신 1~2등급대 학생들이다. 3등급 대 학생들은 치의예, 약학, 한의예 논술전형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서울대는 내신 2등급대 중반까지 학생 중에서 비교과가 잘 준비되어 있으면 합격 가능성이 있고, 고려대는 내신 3등급대 초·중반까지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평균 내신보다 성적 추이나 모집단위 관련 교과 성적을 평가에서 더 중요시하므로, 1학년 때 내신이 낮은 학생들도 2, 3학년 때 내신 성적이 향상되면 가능성이 생기고 합격하는 사례가 있다.”

강남지역 진학부장 선생님들 중에서 평균 연령대를 고려한다면, 선생님은 매우 젊은 편이시다. 어떻게 진로·진학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휘문고에서 정보 교과를 가르치다가 진로진학상담 교사가 되었다. 원래 컴퓨터교육과를 졸업하고 한때 프로그래머를 꿈꾸며 ‘테헤란로의 꺼지지 않는 불빛’이 되리라 마음먹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휘문고 바로 뒤편이 테헤란로다.(웃음) 프로그램을 공부하다가 ROTC로 군 복무 후 제대하니, 컴퓨터 분야의 환경이 바뀌어 취업에 어려움이 있었다.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어서 우선 시간강사를 알아보게 되었고, 운 좋게 휘문고 시간강사로 교직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1년 후 이듬해 정교사가 되었다. 10년 정도 정보교사로 재직했다. 휘문고가 2011년 3월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로 인가된 이후, 학교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추진했다. 그 즈음 2012년도에 진로진학상담 제도가 시작되었고, 그때 신청해 연수를 받고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되었다.”

그 당시 휘문고에서 오랫동안 진학 지도를 해온 내로라하는 진학 1세대 선생님들이 계셨다. 뒤를 이어 진학 지도를 하려면 역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많이 했으리라 짐작된다.
“당시에는 진학이나 대입전형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그리고 컴퓨터 관련 전공을 살려서, 진학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고 콘텐츠를 만들게 되었다. 남이 만든 자료를 쓰는 건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나. 그래서 진학 관련 콘텐츠 제작자가 되어야 한다는 마인드로 임했다. 또, 진로 수업을 하면서 상담과 관련해 전문성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대학원 공부를 병행했다. 대다수 남학생은 말수가 적고 과묵한 편이어서, 그 학생들의 마음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했다. 제 부족함을 느껴서 ‘심리 상담’과 관련해 대학원 공부를 마쳤고, 지금까지 교사 생활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진로진학 상담은 정확한 답을 줘야 하지만, 답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더 많다. 지금은 상담하면서, 학생들에게 답을 찾아주기보다는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호응하고 공감하고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진학 상담을 하면서 학생들과의 의견 간극을 좁히는 것도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희망 대학의 눈높이가 높다 보니 상향 지원하려는 학생들이 많다. 그러나 목표는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과 진학 상담할 때 최대한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상담을 진행한다. 다만 소신 지원에도 한계치가 있다. 그걸 벗어나면 좀 더 전략적으로 대입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수시모집에서 갈 수 있는 대학과 정시에서 갈 수 있는 대학이 다르고 휘문고 학생들은 발전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수시 원서 쓸 때 간극을 좁히려고 목표 대학이나 학과보다 낮은 대학만 지원하라고 하면, 이후에 수능 준비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간극을 좁히는 것보다, 수시 원서 6장 중 1~2장 정도는 수능 점수가 원하는 만큼 안 나왔을 때도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진학 상담을 하다 보면, 입시 현실을 냉정하게 말해주어야 할 때도 있을 텐데?
“제 역할은 어디까지나 학생이 자신의 인생을 위해 도전하고 결정하는 데 조언을 해주거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알려주는 것일 뿐, 최종적인 결정은 오롯이 학생의 몫이다. 초창기에 진학 상담을 할 때는 주로 ‘대학’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눈높이에 맞지 않아 대학에 합격해도 기뻐하지 않는 모습을 종종 봤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그 대학에 합격했더라도 큰 의미 없고, 결과적으로 입학 등록을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과 진학 상담을 할 때 ‘마지노선 대학’에 대해 먼저 묻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학뿐 아니라 진로 상담도 많이 했는데, 그중에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면?
“사실 한 명 한 명이 다 생각나고 소중하다. 그중에서 조금 특별한 사례의 제자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예전에 고3 담임을 할 때 우리 반에서 가장 성적이 낮은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과 진로 상담을 하면서 ‘자동차 정비’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최종적으로 ‘항공기 정비 분야로 가닥을 잡고, 관련 분야 직업학교를 안내했다. 졸업 후 직업학교에서 반장도 하고 열심히 공부했고, 이후 전문대학교에 입학한 뒤 국내 항공사에 취업했다. 취업하자마자 직무역량을 인정받아, 정비 라인 1급 라인에 곧바로 투입되었고 엄청난 연봉을 받게 되었다. 이후 전 세계 항공기 엔진을 공급하는 다국적 회사에 취업 되어 상상을 초월하는 연봉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해외에서 근무해야 하는 상황을 앞두고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된다며 저를 찾아왔다. 다시 만나니 더없이 반갑고 대견했다. 자신의 진로 분야에서 워낙 열심히 임했기에, 지금까지 상담한 학생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이다.”

올해 강남지역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신입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정시 확대, 강남의 정시 경쟁력 등 대입 이슈로 강남지역 고등학교를 선택한 학생도 많을 것이다. 휘문고뿐 아니라 강남지역 고등학교들은 우수한 학생이 밀집해 있어서 첫 중간고사 때까지는 자신의 기대치가 있으니 모두 열심히 공부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소위 ‘정시파’가 늘어난다. 1학년 때 내신 성적이 나쁘더라도 모의고사 성적은 잘 나오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다수 학생이 원점수는 생각하지 않고 ‘등급’만 본다는 점이다. 수능에 비해 모의고사는 문제도 쉽고 등급 컷도 매우 낮다. 그 원점수를 수능에 대입하면 생각보다 낮은 등급을 수능에서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 부분은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등급이 잘 나와서 ‘나는 정시파’라고 생각하며, 조금씩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 현재의 수능은 EBS 연계율이 낮아지고 심화 학습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심화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필요한데 내신은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또, 학교 공부에 충실히 해야 올바른 학습 습관이 생기고 열심히 수능 공부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다져진다. 그런데 ‘정시파’라며 학교 공부에 소홀히 하고, 수업 시간에 학원 숙제를 하는 등 1학년 말이 되면 학습 습관과 태도가 완전히 무너지는 학생이 있다. 그렇게 되면 2~3학년 때 공부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공부한다고 해도 생각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물론 몇몇 학생은 정시에서 성공하기도 하지만, 실패하는 경우를 더 많이 봤다. 부디 입학할 때의 그 마음가짐으로, 고3까지 흔들리지 말고 열심히 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2년 <강남 학교 진학 선생님>은 강남서초지역 고등학교에서 진로·진학 입시를 담당하는 선생님들의 진학 지도 경험과 후일담을 생생하게 전하고자 합니다. 숫자만으로 보이는 정량화된 입시 결과 그 이면, 강남 학교 선생님들의 남다른 노력이 담긴 진학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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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옥희 리포터 piokh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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