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교 진학 선생님 - 숙명여자고등학교 문현정 교사(3학년부장)

전국 최고의 일반계 여고 학교·선생님·학생이 만들어온 ‘숙명’의 명성

피옥희 리포터 2022-02-10

숙명여자고등학교(교장 이혜숙)는 1906년부터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함께 시대를 이끄는 우수한 여성 인재를 양성해온 강남 명문사학이다. 입시 결과 역시 전국에서 손꼽힐 만큼 우수한 성과를 자랑한다. 그 중심에 학생 한 명 한 명을 위해 헌신해온 진로·진학 담당 선생님이 있다. 2022년 <강남 학교 진학 선생님> 두 번째로, 숙명여자고등학교 문현정 교사(3학년부장, 일본어과)를 만나봤다.  



2022학년도 수시, 정시까지 지난 1년의 입시 레이스에 대한 소감이라면?
“학생들이 노력한 만큼 재학생 진학 성과가 좋은 편이어서 기쁘고, 보람도 크다. 숙명여고는 2022학년도 서울대 수시뿐 아니라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의 재학생 성과가 두드러진다. 서울대 수시 1단계 합격자는 지균 포함 13명이었고, 서울대 수시 최종 합격자는 총 9명이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1단계까지 합격한 재학생 사례가 45건이었다. 재학생의 고려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1단계 합격 건수는 40건으로 인문 19건, 자연 21건이었다. 문·이과 학생들이 고르게 좋은 성과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노력했던 부분이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잘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년뿐 아니라, 고교 3년 동안 긴 입시 레이스를 달려온 숙명여고 고3 학생 모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숙명여고는 2022학년도 서울대 수시에서 의예, 치의예, 수의예, 간호학, 약학까지 5개 분야 의학 계열 합격자가 있었다.
“서울대뿐 아니라 주요 의대를 포함한 의학 계열 선호도가 높고, 입시 결과가 좋은 것도 사실이다. 부모님의 직업에서 영향을 받기도 하고, 진로 탐색 중에 의학 계열을 선택한 학생도 있다. 그 학생들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한 가지 바람은, 이제 입시 레이스를 시작할 올해 고1~3학년 학생들이 의학 계열뿐 아니라 더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가지고 진로를 탐색했으면 한다. 세상에는 정말 흥미로운 분야가 많지 않나. 더 넓은 세상을 마음껏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하나, 2022학년도는 문·이과 통합 수능 첫해이고 자연계열 학생들이 정시 교차지원을 선호해, 상대적으로 인문계열 학생들이 많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의학·자연계열 뿐 아니라 인문계열의 진학 지도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생님은 일본어를 가르치고 계신데, 진학 업무를 담당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숙명여고에 부임해 일본어 교과와 ‘국제 이해 교육’을 담당했다. 우리 학교는 일본 자매학교와 활발히 교류하고 있어서 이와 관련한 활동을 주로 맡았다. 또, 유네스코 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과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당시 유네스코 동아리 30명 중에 6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지금처럼 전략적으로 ‘학종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 ‘열심히,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다보니 좋은 입시 결과가 자연스럽게 따라 온다’라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2008년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하던 그때의 이야기다. 동아리 학생들로부터 추천서 의뢰를 받고, 어떻게 쓰면 좋을지 대학의 입시요강을 살펴보고,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와 추천서 작성법에 대해 공부하면서 입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고3 담임을 맡아, 자소서 첨삭과 모의면접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변화·발전하는 모습을 보았다. 혼자 시작한 모의 면접을 옆 반 선생님과 함께 하게 되고, 이것이 고3 전체 학급으로 퍼져가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나의 변화가 고3 선생님들을 변하게 했다는 것이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후 고3 담임 후에도 학생들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면서 학생부 관련 ‘나이스’ 담당 업무를 맡았고, 자연스럽게 진학 업무로 이어지게 되었다.”

선생님이 교내 대회도 직접 만들어 학생들의 심화탐구 활동을 활성화했다고 들었다.
“2015년 학생부종합전형의 도입으로 학교 내에서의 활동의 중요도를 인지하고 ‘숙명자유탐구대회’라고 하여, 학생들이 교과학습이 아니어도 자유롭게 관심사를 탐구할 수 있는 대회를 운영했다. 형식을 잘 갖춘 보고서가 아닌 손 글씨나 그림, 실험 사진, 마인드맵 등 탐구 과정을 자세하게 담을 요구해 결과가 아닌 탐구해나가는 과정까지 세세히 살피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사회문제 탐구’라면 단순히 보고서만이 아니라 설문조사 결과지나 회의록, 인터뷰 녹취 파일, 심지어 영수증까지 근거 자료를 모두 제출하게 했다. 소박하게라도 학생 수준에서, 학생이 주도적으로, 진정성 있게 탐구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상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주도적인 탐구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놀랍도록 성장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취지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입시 최전방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계시니 진학 지도가 결코 쉽지 않을 텐데.
“2010년 이후부터 진학 상담을 해오고 있다. 고3 담임이 되어서는 주로 학생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준다. 저도 예전에는 ‘점수에 맞춰 이 대학, 이 학과에 지원하면 되겠다’는 식으로 상담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학생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공감하고 응원한다. 특히 학기 초에 상담할 때 3월 모의고사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에게는 3월부터 수능까지 계속해서 성적이 오른 학생의 데이터를 보여준다. ‘할 수 있고, 잘 해낼 것’이라는 응원도 보낸다. 반대로 3월 모의고사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는 수능까지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한 학생의 데이터를 보여준다. ‘잘하고 있고, 잘 해낼 것’이라는 응원의 의미다. 방식은 달라도, 상담 후 학생들이 웃으며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저뿐 아니라 고3 담임선생님 모두가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숙명여고는 고3 담임선생님들이 대입 준비를 함께 한다고 들었다.
“각 반 선생님이 ‘입시 고수’라서 자신의 입시 노하우를 3학년 선생님들과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받는다. 모의면접 준비도 ‘14명의 선생님’이 함께하다 보니 ‘끈끈한 전우애’도 생기고 우리 반, 다른 반 할 것 없이 학생들의 합격 소식에 기뻐한다. 우리 학교가 매년 좋은 입시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열심히 한 학생들,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선생님들의 이런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회에, 3학년 담임선생님을 비롯한 숙명여고 모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숙명여고는 졸업생들의 입시 노하우를 전수하는 ‘선순환 재능기부’가 눈길을 끈다.
“‘사람이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힘을 믿는다. 지난해에도 졸업생 33명이 후배들을 위해 도움을 주었다. 숙명여고는 2018년부터 졸업생들이 후배들을 위해 ‘멘토링’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매년 중간고사가 끝난 토요일에 졸업생 전공 분야에 맞춰 ‘계열·전공별 방’을 마련한다. 재학생들은 졸업생을 만나 입시 준비와 대학, 학과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다. 2022학년도 수능이 끝난 다음날에는 원격으로 온라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군인 장교가 된 졸업생 등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는 선배들과의 비대면 행사였다. 삼수 후 진로를 찾아간 졸업생도 있고, 입시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뚝심 있게 목표를 이뤄낸 졸업생도 있다. 선배들 한 명 한 명의 노력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었는지 그 진심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치열한 내신 경쟁으로 성적 때문에 힘들어하는 학생도 있다. 꼭 해주고 싶은 말은?
“강남에서 내신 5~6등급 대 학생이라도 대부분 수능에서는 훨씬 더 좋은 등급을 받는다. 그러나 내신 등급이 생각보다 잘 안 나온다고 해서 ‘강남 학교에 잘못 왔어’라는 생각을 하지 말기 바란다. 특히 숙명여고는 우수한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다.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 선생님들을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중하위권이라도 탐구 과목 성적을 확실하게 올리기 바란다. 정시에서 탐구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성적이 오르면 ‘공부하니까 된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여기에 영어 성적까지 확보한다면 입시 경쟁력이 더 커질 것이다. 이번에 교육청 자료를 보면 표준점수 410점대 학생이 영어에서 3등급을 받아, 영어 영향력이 큰 대학은 지원이 어렵겠더라. 입시는 여러 길이 존재하므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과목을 확실하게 끌어올리는 것도 입시 전략이 될 수 있다.”  

선생님으로서, 그리고 부모로서의 경험담을 살려 입시와 관련해 말씀해주신다면?
“제 딸아이는 스스로 준비하고 결정해서 자신의 길을 잘 가고 있다. 딸에게 ‘너는 정말 엄마보다 너무나 훌륭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정말 엄마보다 훌륭하다.(웃음) 주위를 둘러보면 종종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님이 원하는 학과’에 지원하는 학생도 있고, 부모님이 아이에게 ‘나 때는~’이라며 비교하기도 한다. 부모님의 학창시절과 2022년은 교육환경과 입시제도가 판이하게 다르다. 학생부종합전형만 봐도 ‘학생들이 해야 할 것이 수십 가지’가 넘는다. 성적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매일,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부모로서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다 보니 상처 주는 말도 하고, 부모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자 한다. 하지만 아이가 노력하는 부분을 인정해주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믿어준다면, 아이들은 정말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 낸다. 저도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위해 더욱더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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