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방학동안 책을 읽고 싶은데, 추천하고 싶으신 책이 있으신가요?”
이 원고 쓰려고 노트북을 켜고 앉았는데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 제자에게서 이런 카톡 메시지가 왔다. 순간 기시감을 느꼈다. 아니! 이럴 리가 없지 않은가? 이건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의 제자들이나 할 법한 훌륭한 질문이 아니던가. 지금은 바야흐로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영상의 시대인지라 책을 읽는 학생이 모두 멸종해버린 2022년 아니었던가. 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책을 기피하는 시대를 역행하며 다시 책읽기를 강조하는 글을 쓰고 있는 아이러니. 중학생이라면 왜 독서 능력을 길러야하는가.
첫째, 문해력이 학습의 격차를 만든다.
글을 정확히 읽고 내용을 이해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문해력文解力이라고 한다. 모든 과목의 공부에 문해력이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독서 능력의 차이는 학습 능력의 차이로 이어지고, 이는 전체 학업의 격차를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그야말로 문해력이 학업의 부익부 빈익빈, 즉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방아쇠가 되는 것이다.
둘째, 중학생, 머리에 독서습관을 심어라.
‘뇌 가소성’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머리는 쓰는 방향대로 발달하고 쓰지 않는 영역은 해당 영역의 능력이 소실된다는 말이다. 그 뇌 가소성이 인간의 일생 중에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가 바로 사춘기 중학생 시절이다. 초등학교 시절 책을 곧잘 읽던 아이가 독서에 담을 쌓고 유튜브만 보고 있다면 안타깝게도 장차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침부터 비현실적인 감동을 선물한 제자에게 카톡을 보냈다. 의학도를 꿈꾸는 여학생인 점을 고려해서, 호프 자런의 <랩걸>과 박서련의 <체공녀 강주룡>, 카를로 로벨리의 <첫 번째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 폴 칼리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 이렇게 네 권의 책을 권하며 이 책들에 대해 써놓은 서평을 함께 보내주었다. 이런 학생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간절히 기도한다.
숨인국어학원
이전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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