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앞두고 수시 전형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올해는 꽤나 많은 제자들이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그 외에도 연대, 고대, 카이스트 등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이 속속히 등장했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학생들을 내가 1학년 때부터 보아 왔다는 것이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공부했고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오늘은 어떤 점들이 최상위권을 만드는지 이야기해 보겠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공부를 잘했던 친구들은 대체로 겸손했다. 늘 자신을 과소평가하면서 더 노력하려는 특징이 있다.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공부의 세계는 끝이 없고 파고들수록 어렵고 새로운 것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보통 공부를 하면 처음 실력이 늘 때 자신감에 차오르게 된다. 하지만 이는 지식이 쌓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미분을 모르던 아이가 미분을 할 수 있게 되면 굉장한 자신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어려운 문제를 많이 만나게 되면 어느 순간 의욕을 잃게 된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있다.
겸손한 모습은 수강신청에서도 드러난다. 방학 특강 과목의 난이도가 최상, 상, 중, 하로 나뉜다고 해보자.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무조건 최상의 수업을 고집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개념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중이나 하 수업을 신청하려고 한다. 밑에서부터 단단하게 채워나가고 싶은 것이다. 반면 성적이 부진했던 아이들은 무조건 어려운 수업을 들으려고 했다. 아직 개념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인데 상, 최상 수업을 들으려는 것이다. 실력에 맞지 않는 수업을 들으면 따라가지 못하고 포기하게 된다. 수학은 차근차근 바닥에서부터 올라가는 것이 가장 좋다.
숙제를 알아서 잘 한다
학원의 역할 중 하나는 관리이다. 그리고 관리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숙제검사이다. 수학은 생각과 연습이 필요한 과목인데, 학원에서는 공부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강사는 수업과 관리 둘 다 신경 써야 한다. 즉, 바꿔 말하면 관리를 적게 할수록 수업적인 면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상위권 학생일수록 수업자료는 기민하고 예리해야 한다. 난이도 중의 문제들은 다 비슷비슷하다. 하지만 고난도 문제, 킬러 문제는 문제마다 색깔과 성향이 크게 다르다. 수능킬러, kmo기출문제, 서울대 심층문제, 연대 수리논술 문제, 내신 기출 고난도 문제 등은 모두 어렵다. 하지만 다 풀 필요가 전혀 없다. 자기에게 필요한 문제만 풀면 된다. 상위권 수업일수록 강사는 어려운 문제들 중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을 잘 솎아내야 한다. 학생들이 숙제를 잘해올수록 강사는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더 좋은 강의를 할 수 있다.
최상위권 수업의 경우, 숙제 문제 중 어려운 것들을 풀이해주는 방식으로 수업을 많이 한다. 이때 숙제를 안 해왔다면 수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보통 숙제를 안 해오면 학원에서 남겨서 시키지만, 이 경우 풀이를 이미 듣기 때문에 남아서 공부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다. 숙제 검사를 철저히 하는 것은 차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목표가 뚜렷하다
공부를 잘했던 친구들은 목표가 확고했다. 재미있는 것은 목표가 ‘구체적’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특정 대학교의 특정 학과만 바라봤던 친구가 있는 반면, 막연하게 전교 1등 혹은 1등급만 생각하며 공부했던 아이들도 있다.
목표가 뚜렷해야 흔들리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흔들리더라도 다시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다. 더 나아가 전략적인 공부까지 가능해진다. 내신을 충실히 다져서 서울대 최상위 학과에 들어간 제자가 있다. 정시로도 명문대에 갈 수 있는 실력이지만 내신 관리를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낸 것이다. 시험이라는 거대한 산을 1년에 네 번씩 넘으려면 한 번도 일탈해서는 안 된다. 이 친구는 중심이 잘 잡혀 있고 목표가 확고했던 친구였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이번 입시에서 소신지원을 했던 친구들이 모두 잘 됐다는 것이다. 꿈이 확고하면 소신지원을 할 수 밖에 없다. 특정 대학, 특정 학과 외에는 가기 싫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아이들은 생기부 또한 색깔이 일관성이 있고 보기 좋아진다. 생기부가 좋으니 합격 확률이 높아진다. 소신지원을 한다고 잘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잘 된 친구들은 모두 소신지원을 한다!
최상위원 학생들을 3년간 보면서 느낀 점들을 몇 자 적어보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내가 억지로 공부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한 적도 없다. 그들은 스스로 공부했고 나는 길만 인도했다.
공부할 마음이 없는 친구에게 동기부여를 해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잘 된 경우를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이미 동기부여가 되고 공부하고 싶은 상태에서 학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한 그림이다. 최상위권은 스스로 공부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학원에서는 학생을 물가로 인도하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 없다. 물은 스스로 마셔야 함을 기억하자!
일산 아이디수학학원 전인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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