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니까 수학이다!”
이 말은 외고생이나 학부모님들한테 자주 드리는 말이다. 언어적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진학하는 외고에서 수학을 강조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이상한 주장이다. 외고생은 영어나 전공어를 잘할 수 있고, 잘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물론 이 상식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식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지식이라는 의미를 갖지만 특별한 맥락에서는 전략의 부재를 의미한다. 외고생에게 영어, 전공어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 경우 전자의 의미와 함께 후자의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위의 말은 패러독스(paradox)적으로 의미를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패러독스의 어원은 para와 doxa의 합성어인데 para는 라틴어 접두사로 다양한 용례로 사용되는데, 여기서는 “초월하는”의 뜻을 가지고 있고, doxa는 “상식화된 주관적 의견”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모순의 형식으로 진리를 내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외고생의 조건으로 수학을 얘기하는 것은 패러독스한 명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난 외고생들의 입시 결과를 보면 수학 실력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수학 실력은 두 가지 경우에서 영향력으로 발휘한다.
교과성적에서 수학이 갖는 이점과 중요성
문/이과 계열 통합이 진행되면서 수학의 중요성이 수능과 내신에서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수능과 교과성적에서 수학을 계열 구분 없이 성적을 산출하면서 기존 문과 계열의 학생들이 고전을 하고 있다. 단위수가 높은 수학 내신에서 문과생들이 평균적으로 낮은 성적으로 받고 있다. 이는 문/이과가 같이 있는 일반고와 자사고 모두에서 나타나는 상황이다. 반면 외고의 경우는 문과 성향의 학생들만 모여 있어서 이런 식의 불리함은 없다. 이 결과 학생부전형에서 외고생의 내신 불리함이 상쇄된 측면이 있다. 이는 실제로 고교생 감소와 특히 문과 지원생 감소와 맞물려서 외고생이 내신에 불리하다는 그동안의 통념을 뒤집고 있다. 실제로도 외고생 중에서 최상위권 학생의 내신 성적은 최근에 일반고와 비슷한 수준인 1.5등급 전후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교과전형의 경우는 외고생이 안 쓰는 것이 그동안 통례였다면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외고생 중에서 교과전형을 지원하고 합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외고에서 내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과목은 의외로 수학임을 명심해야 한다. 일단 전공어와 영어는 내신 확보에서 레드오션에 가깝다. 전공어 시험에서 외국 경험이 있는 학생을 그런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넘어서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서울대를 진학한 학생들조차도 전공어는 4~5등급인 경우를 그동안 입시 결과 자료를 통해 무수히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수학 내신이 안 좋은 학생이 전교권을 유지하는 경우를 본 적은 별로 없다. 그 이유는 수학 자체의 단위수도 많지만, 수학을 다져 놓아야 전공어나 국어, 영어 내신을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은 다른 과목과는 다르게 내신 대비에 암기 등이 필요 없으므로 시간 활용이 여유롭다. 특히 상위권대 상경 계열을 가고 싶은 학생들은 수학 내신을 확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수학이 약하다면 학생부 평가에서 상경 계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수시지원에서 수학이 갖는 이점과 중요성
외고생들은 정시보다는 주로 수시를 생각하고 있어서 정시 수능 공부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학의 경우는 처음부터 자신감이 없어서 국어나 영어보다는 상대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수시에 성공하기 위해서도 수능 공부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 특히 수학에서 기본 등급을 확보할 수 있다면 수시에서보다 공격적으로 지원하거나 혹은 내신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다. 상위권대 상위권 학과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시로도 중위권 대학이나 중위권 학과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시를 믿고 수시를 상향 지원할 수 있다. 반면 정시에서 자신이 없으면 상향 지원을 못 하거나 위험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치나 목동 지역 외고보다 우리 지역 외고에서 하향 지원의 사례를 목격할 수 있다. 이는 대부분 정시가 자신이 없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또한 수능 최저가 높은 전형을 공략할 수 있다면 내신의 불리함을 만회할 수 있다. 예컨대 고려대 계열적합성 전형에 외고생들이 지원하는 경향이 많은데, 최저를 충족할 수 있다면 고려대 학업우수형 전형이 훨씬 유리하다. 외고마다 차이는 있지만 두 전형 간에는 1~2등급 내신 차이가 난다. 따라서 외고생들이여 수학을 하자! 수학이 여러분의 대학을 결정할지어다!
홍영용
학림학원 학림논술 대표원장
㈜타임교육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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