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 은행사거리의 중고등학교 2학기 중간고사가 벌써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현 고3과 재수생들에게 ‘수능’ 시험도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왔다. 올해 입시변화를 살펴보면 선택형 수능과목에 수학이 더해지면서, 문·이과 공통과목이 생성되었고 대학에서 문과계열 지망 학생들이 이과계열 지망학생들에게 공통과목 부문에서 밀리면서, 수능 수학에서 불리한 상황이 되었다. 국어과목에서도 이과학생들의 강세가 두드러진 상황에서, 그나마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점수따기 편하다고 믿고 있었던 ‘영어’과목은 괜찮았을까?
올해부터 영어과목의 경우 EBS교재 직접연계 방식에서 간접연계방식으로 변화했다. 직접연계였던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수능특강, 영어독해연습, 수능완성’ 이 세권의 교재를 내신시험 보듯이 정말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실제 영어 실력이 높지 않더라도 수능에서 적어도 2등급까지는 보장할 수 있었다. 세권의 교재에 실려있는 지문이 그대로 어법, 빈칸추론 2문항, 순서 1문항, 문장삽입 1문항으로 출제되어, 어려운 유형의 문제에서 충분히 점수를 가져갈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2020년 6월 모의고사에서 전국 1등급 비율은 8.73%, 9월에서는 5.75%, 그리고 실제 수능에서는 12.6%로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올해 간접연계가 시행되면서 학생들에게 실제 영어실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되었고, 그 결과는 실제 6월 모평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이 5.51%, 심지어 9월 모평에서는 4.87%로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는 영어과목에 대한 그동안의 인식이 낳은 결과로 해석 할 수 있다.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영어는 중학교 때 미리 끝내놓는 과목, 믿고 가는 과목과 같은 인식으로 자리잡혀 있었고,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서 당연히 쉽게 1~2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되었다. 실제 결과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것이다. 1등 4.78%라면 전국 고등학교의 수치로 따져보면 각학교에서 2명정도만 1등급이 나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입시방향에서 영어과목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가지의 의미로 생각해야 한다. 첫 번째는, 반드시 ‘수능’ 공부를 평소에 병행해야 하는 과목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제까지 보통 영어는 내신과목을 공부하면 저절로 수능대비도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물론 고3때, EBS교재를 기반으로 내신시험이 출제되었던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가능할 수는 있었겠지만, 이제는 반드시 수능식 영어학습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구문과 단어만 암기한다고 해서 절대로 1등급을 받을 수 없고, 심지어 2등급도 쉽지 않을 수 있다. 말 그대로 학생 본인의 독해능력을 키워야만 본인이 원하는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온 것이다.
물론 ‘나는 어차피 수시로 대학을 갈 것인데, 굳이 수능준비를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는 친구가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영어과목의 두 번째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바로 대학을 가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해두어야 할 과목’인 것이다. 2022년 대입을 생각해보면, 정시인원의 확대로 당연히 수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 이때 정시인원 증가는 대학에서 정시를 통해 선발하는 학생수도 증가하지만, 수시이월인원이 존재하기에 정시로 넘어오는 학생들의 비율도 조금 더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을 우선 수시를 지원하는 학생들 입장에서 살펴보면, 최저등급을 맞추는데 특히 수학에서 불리한 문과 학생들의 경우, 영어만큼 믿을 수 있는 과목이 존재할 수 없다. 국어와 사탐의 경우 상대평가과목이기에 학생들이 평소 공부한 대로 성적이 나오면 좋겠지만, 실제 수험장에서 여러 가지 긴장이나 변수들 때문에 평소 실력대로 성적이 안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어의 경우 적어도 절대평가를 하는 과목이라는 측면에서, 본인이 실수를 하더라도 아직 등급방어를 하기에 충분한 여유가 존재할 수 있다.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경우에서 보더라도, 현재 영어성적 반영을 조금씩 늘리고 있는 학교들이 존재한다. 더구나 전국 모의고사 등급 기준을 보더라도 1등급 비율이 현저히 적기 때문에,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국어와 수학 및 탐구의 점수가 거의 비슷하다면 영어등급이 승패를 좌지우지 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영어과목에 대한 집중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이전처럼 영어과목이 수능에서 쉽게 1등급이나 2등급을 확보할 수 있는 과목이 더 이상 아닐 수 있다. 학생들이 조금 더 진지하게 단순히 내신식 영어공부가 아닌 수능식 영어공부를 병행하기를 바란다.
장희철
장민준영어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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