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학생들에게 수학 풀이법의 암기를 강조했습니다. 수학 학습은 이해에서 출발하지만 수학 점수는 암기로 완성됩니다. 이는 조리사가 소스의 황금 비율, 요리 맛의 비법 등을 기억하는 것과 같습니다. 암기 없이 순수 이해만으로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과목과 학습법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 기억해야 하는 것일까요. 단순한 계산 문제가 아닌 경우에는 한 문제에 두세 가지의 풀이가 있고, 가끔은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네 가지, 다섯 가지 정도의 풀이가 있기도 한데, 마음에 드는 한 가지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모든 풀이들을 다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옳은 풀이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풀이나 문제의 함정까지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비슷한 문제를 만날 때 함정에 빠지지 않게 됩니다. 이 또한 요리를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이 ‘채소를 먼저 볶다가 고기를 나중에 넣으면 채소가 물러져서 안 되는구나’를 기억하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이해를 바탕으로 공부를 하고나면 암기로 마무리를 해야 노력을 점수로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훈련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푼 문제집을 주기적으로 다시 보면서 “7번 문제를 나는 이렇게 풀었는데 해설지에는 다르게 풀려있었지... 문제의 조건이 바뀌면 내 풀이가 더 잘 들어맞기는 한데 이대로 나온다면 해설지의 풀이가 더 빠르게 풀 수 있는 방법이지... 그리고 8번 문제는 조건 하나를 놓쳐서 틀렸고 새로운 지식을 하나 배웠지...”를 기억해 내는 것입니다. 한 문제의 정해만 복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풀 때의 상황까지 모두 기억하는 것이 좋습니다. 직접 손으로 다시 풀든 그렇지 않든 이 훈련은 계속해야 합니다.
그렇게 훈련하면 새로운 문제를 만났을 때, 자신이 풀었던 문제들 중에 비슷한 문제가 생각나고, 그 때 배운 지식을 문제에 어울리게 변형시키고 적용시킬 발상 또한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지식의 변형과 적용 훈련이 창의력 향상의 기초이며 기억하고 있는 데이터가 많은 수록 변형과 적용에 필요한 발상이 다양하게 떠오르게 될 것이니 창의력 향상의 첫 걸음은 데이터의 저장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기성쌤수학학원 이기성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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