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2기 김대중 정부, 국민의 삶의 질 개선 최대과제

권력형 비리 감시에 존립 좌우

지역내일 2000-08-22 (수정 2000-08-22 오전 7:52:11)
오는 8월 25일로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의 절반을 맞는다. 98년 2월 25일 IMF의 관리체제
아래 취임한 지 2년 6개월이 되는 날이다.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뒤돌아보면 아득할 만큼
많은 일을 해냈다”고 자평했다. 이는 대통령 비서실이 작성한 A4용지 77쪽 분량의 전반기
업무보고서에 꼼꼼히 적혀있다.
IMF를 극복한 점과 정상회담을 이루어 민족문제에서 획기적인 전기를 이룩한 점은 자타가
공인하는 김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의 업적이다. 이는 외치(外治)의 대성공으로 평가받는 부
분으로서 8·15를 맞아 ‘한반도의 시대’를 선언한 밑거름이 되었다.
금융·기업·노사·공공부문의 4대개혁은 현재 진행형이다. 김 대통령은 이에 대해 8·15
경축사에서 “내년 3월까지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IMF 관리체제를 1년반 안에 졸업하
겠다고 했던 공약과 같은 비중을 두고 약속했다. 이는 내정의 성공을 가름하는 잣대이다.
8·15 경축사에서 김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국민의 정부는 전반기 동안 ‘숱한 대란설’에
시달렸다. 내정이 그만큼 불안정했다는 뜻이다.
김 대통령은 경제개혁에 심혈을 기울였다. 재벌의 대마불사 신화를 깨뜨렸다. 이는 집권 1년
차를 맞은 99년 상반기가 1차 고비였다. 당시 관행에 젖은 일부의 시각은 ‘재벌개혁은 물
건너갔다’면서 정부가 집권초반에만 으름장을 놓을 뿐 재계와 타협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
러나 99년 6월 대우그룹에 대한 정리를 단행함으로써 재벌개혁에 대한 김 대통령의 원칙과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천명됐다.
하지만 집권2기를 맞는 지금 김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는 현대그룹이라는 재벌개혁의 주봉
(主峰)을 맞이하여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8·7 개각 후 현대측의 자구책 발표로 시
장을 안정시켰으나, 본게임은 연말부터 내년 봄 사이에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그룹

현 정부와 인적 커넥션을 이루고 있고, 대북경협사업 등으로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이 때문에 김 대통령의 재벌개혁 의지는 현대그룹에 대한 처리과정에서 진면목을 시험받게
될 것이다.


2000년 들어 노동계의 파업참가 인원이 1992년 이후 최고에 달했다. 8월1일 현재 파업건수
는 16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증가했으며, 참가인원도 14만6천명으로 92년
이후 최대규모이다. 특히 2개월 이상 계속되는 강경 분규 사업장은 모두 300인 미만의 중소
영세업체이다.
이는 사회기층세력인 노동자와 서민층의 집단행동이 장차 대형화할 지표로 볼 수 있다.
현재 개혁의 진통은 사회기득권층으로 분류되었던 의료계의 집단폐업으로 나타났으며, 여론
은 이들의 강경투쟁에 비판적이면서도 정부의 수습능력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양비론이다.
그러나 집권후반기에 사회기층세력인 노동자 서민층의 집단행동이 대형화하게 된다면, 그
판도는 의료계의 페업 때와는 다른 양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하여 최대 월 92만원까지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보장을
실시하고 있으며,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고용보험의 전 사업장 적용
등 생산적 복지체제를 구축하여 실업률을 3%대로 안정시켰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회학자들은 기층세력의 욕구분출은 침체기보다는 회복기에 약한 고리를 뚫고 터

나온다고 분석하고 있다. 집권후반기를 맞는 김대중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은 바로 생산적 복
지제도의 실현을 통한 기층서민들의 생활의 질을 어떻게 개선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99년에 논란이 심했던 감청 건수는 올해 5월현재 708건으로 지난해 대비 21.5%감소한 것으
로 나타났다. 국민의 정부는 인권국가를 표방하면서 최류탄 0발 발사기록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국가보안법>의 신중한 적용으로 올해 61명을 구속하여 지
난해 대비 62%감소했다.
그러나 대한변협은 <99년 인권보고서="">를 발표하여, 정치적 인권영역의 개선은 나아진 점을
인정하고 있으나, 환경·건강권, 교육권 등 삶의 질과 관련된 인권영역은 떨어지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통령 비서실은 지난 집권1기 동안 국민의 정부가 IMF를 극복할 수 있었던 동력으로 ‘국
민들의 애국심과 민주적 리더십’을 꼽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금모으기 운동에 나선 국민
들과 국제사회에 신뢰도가 큰 김 대통령을 믿고 위험부담이 큰 한국시장에 투자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심경을 밝힌 것도 소개했다. 김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비롯한 쌍방향 대화를
통해 국민의 국정참여를 높인 점을 민주적 리더십의 한 근거로 꼽았다.
그러나 국민과의 대화는 지난 99년 5월을 마지막으로, 6개월마다 한번씩 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민주적 리더십을 무색케 하는 대목은 정치권의 현재상이다. 김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국민화합을 위한 여야의 협력 절실’이라는 원론적 인식을 강조했으나, 정치가 국정에 생
산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 집권전반기에 국민화합을 위한 과잉투자에 비해, 결과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동진정책’은 일부 기득권층의 자리보전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반론을 펴기 힘
든 상황이다. 박정희 기념관의 건립과 유교문화권에 대한 대규모 예산투입 등으로 화합의
정책을 추진했으나, 지난 총선 때 확인된 표대결로 여권 내에서는 이미 화석화된 정책으로
치부되고 있다.
여권핵심부의 한 인사는 “이제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인사시비도 벌이지 않고 침묵 속에 왕
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집권 전반기에 호남인사 편중시비가 일었으나, 지금은
아예 조금 기다리자는 쪽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집권후반기를 맞아 김대중 정부의 최대 과제는 내부단속이 될 것 같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
계자는 “이른바 실세 주변에서 이제 내몫을 챙기자는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면서
“도덕성을 생명으로 한 정권이기 때문에 권력형 비리가 조금만 불거져도 급속히 추락해버
릴 수밖에 없는 게 김대중 정권”이라고 말했다.
진병기 기자 bk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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