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고2가 처음으로 치르게 되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예시 문항이 지난 달 공개되었다. 국어영역의 경우 기존의 80분 45문항 시험 형식은 유지하되, 공통과목인 ‘문학’과 ‘독서(비문학 독해)’가 모두 34문항(각 17문항), 선택과목인 ‘화법과 작문’ 또는 ‘언어와 매체’가 11문항으로 구성된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당장 내년 수능에서 ‘언어와 매체’를 선택할 학생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번도 공부해 본 적 없고 기출문제조차 전무한 ‘매체’보다 ‘화법과 작문’을 선택하는 것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해야 하는 ‘언어(문법)’보다 기출문제만 몇 번 풀어보면 되는 ‘화법과 작문’를 선택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다. ‘공통과목 원점수 평균에 따른 선택과목 원점수 조정’이라는 보상책이 학생들에게 유인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회의적이다. 인생이 걸린 시험에서는, 굳이 도박을 하는 것보다 대세를 따르는 것이 나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일단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올해 2학년 2학기 수업 과목을 ‘언어와 매체’에서 ‘독서’로 교체하였다. 이제 고2부터, 국어 과목에서 문법 수업은 차차 실종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면 우리 학생들은 무엇에 주력해야 하나? 작년에 이미 개정 새 교과서 ‘독서’로 첫 수업을 했던 학교의 경험이 시사점을 제공한다. ‘독서’ 교과의 구성대로 비문학 지문으로만 중간고사를 치렀다. 그러자 상위권의 변별력이 사라졌다. 애매한 문학 문제가 없으니, 독해력이 있는 학생들은 이미 배운 비문학 지문에서 출제된 문제를 거의 다 맞혔다. 그래서 기말고사에서는, 50분 시험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긴 지문을 제시하거나 교과서 외 비문학 지문을 출제하였다. 한마디로, 모의고사 등급이 좋은 학생에게 내신 1등급도 몰아주는 결과가 된 것이다.
세상은 자꾸 변한다. 어제의 시험 문제와 내일의 시험 문제가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발전은 없다. 그리고 비문학 독해 능력은 단기간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이석호국어학원 이석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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