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교과전형, 평균 등급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

지역내일 2020-06-11

학생부교과전형(이하 교과전형)은 대입전형 표준화 체제인(4+2체제 : 수시 교과, 종합, 논술, 실기·실적 + 정시 수능, 실기·실적) 중 학생부 위주 전형에 포함되며, 학생부에서 교과 성적을 중심으로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을 말한다. 교과전형은 교과 성적을 50% 이상 반영하는 전형을 의미한다.


일반고 학생에게 유리한 전형
낮은 경쟁률, 충원 합격률 높은 것도 장점

교과전형은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전형이기 때문에 교육적 의의가 클 뿐만 아니라 전체 고등학교의 70%를 넘는 일반고 학생들에게도 유리한 전형이다. 또한 대학의 종단연구에 의하면, 이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학교 만족도와 학점이 높다고 한다. 교과전형의 비율을 줄이거나 변형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21학년도 대입전형 기준으로 전국 198개 대학(2018년 8월 기준) 중에서 교과전형을 실시하지 않는 대학은 16개 대학뿐이다. 서울지역에서 교과전형을 실시하지 않는 학교는 건국대,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이 있으며, 지방에서는 포항공대, 한국교원대, 한동대가 있다. 전국의 10개 교대 중 교과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은 공주교대, 서울교대, 전주교대뿐이다. 

교과전형은 경쟁률이 10대 1이 안 될 정도로 학생부종합전형이나 논술전형 등 다른 전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점이 장점이다. 2019학년도 수시전형 결과를 발표한 전국 108개 대학의 자료를 분석해 보면 학생부교과전형은 평균 7.3대 1, 학생부종합전형은 8.9대 1, 논술전형은 27.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대학에서 학생부 내신 성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다른 전형에 비해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수시모집 6장의 카드 중 1~2장의 카드를 교과전형으로 사용하여 안정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다. 따라서 중복 합격자가 많이 발생해서 충원 합격률도 높은 편이다. 전국 108개 대학의 자료를 보면 ‘학생부교과전형 > 학생부종합전형 > 논술전형’ 순으로 교과전형의 충원율이 월등히 높고, 논술전형의 충원율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면접 보는 대학 대폭 감소, ‘교과 100’ 전형이 대세

교과전형의 전형 방법은 2021학년도 대입전형 기준으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일명 ‘학100(학생부 100)’으로 불리는 ‘교과 100%[또는 교과+비교과(출결, 봉사 등)]’ 전형이다. 서울시립대는 교과 100%로, 중앙대는 교과 70%와 비교과(출결, 봉사) 30% 성적을 합산하여 선발한다.
둘째, 면접을 결합하는 형태의 전형이다. 서울교대는 학교장추천전형 1단계에서 교과 성적 100%로 2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1단계 성적 90%와 심층면접 성적 10%를 합산하여 선발한다.
셋째, 교과 성적에 면접이나 서류를 결합하는 형태의 전형이다. 강원대 사범대는 학생부 80%와 교직인적성면접 20%를 합산하여 선발한다. 경북대 지역인재전형은 교과 70%에 서류 30%를 합산하여 선발한다. 고려대 학교추천전형은 교과 60%, 서류 20%, 면접 20%를 합산하여 선발한다.
예전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2단계에서 면접을 실시하여 1단계 성적을 검증했지만, 요즘은 면접을 보는 대학이 대폭 감소하고 ‘교과 100’ 전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수능 최저 있어 내신과 수능 공부 병행해야

내신 성적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학생부교과전형에 대한 대학의 고민은 간단하다. 학교마다 내신 성적을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학은 수능 최저와 면접이라는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일부 대학에서 ‘비교과’를 교과전형에 두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중앙대처럼 비교과의 영역을 출결과 봉사로 국한하는 대학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만 학종처럼 비교과를 정성적으로 평가하려는 일부 대학 때문에 교사와 수험생들이 혼란스러운 것이다. 이 전형을 두고 수험생들이 ‘교과인 듯 교과 아닌 교과 같은 너’라고 부르는 이유를 대학들이 살펴봐야 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교과전형이 내신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내신 성적 동점자가 많기 때문에 수능을 통해 학생을 변별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신 1등급대의 학생이 떨어지고 2등급대의 학생이 합격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즉, 고려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홍익대 등처럼 여러 대학들이 이 전형에 수능 최저를 걸기 때문에 수능 공부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난해보다 높아진 고려대 학교추천전형의 수능 최저인 인문계 3개 영역 등급 합 5, 자연계 3개 영역 등급 합 6 이내를 일반고 학생이 맞추기는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서울 상위권 대학 지원을 희망하는 학생 중 학생부종합전형 서류 완성도가 부족하거나 정시로 합격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전략적으로 수능 최저가 높은 고려대, 중앙대 등의 교과전형을 공략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지난해 입시결과를 보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걸려 있는 상위권 대학 교과전형에 재수생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앙대 교과전형의 경우 3개 영역 등급 합 6 이내라는 높은 수능 최저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2019학년도 10.6대 1에서 2020학년도 11.1대 1로 전년 대비 0.5%p 상승했고, 지원자도 4,412명에서 4,829명으로 전년대비 지원자가 417명 증가했다. 더욱 눈에 띄는 통계는 수능 최저 통과율과 통과 인원이다. 수능 최저 통과율이 2019학년도 35.4%에서 47.1%p 전년 대비 11.7%p 증가했으며, 통과 인원도 1,564명에서 2,274명으로 전년대비 710명이 증가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원자수가 증가하고 수능 최저 통과율까지 상승했다는 것은 재수생들이 교과전형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교과전형을 지원할 때는 전년도 입학 결과 자료, 합격 커트라인, 경쟁률, 지원자수 등을 다각도로 따져봐야 한다.


3학년 1학기 내신성적 반영비율 높아

학생부교과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은 희망 대학의 내신 반영 교과, 학년별 반영 비율 등을 고려하여 준비하면 된다. 비슷한 수준의 성적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반영방식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별 반영방법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표2>에서 알 수 있듯이 인문계는 국어·영어·수학·사회를, 자연계는 국어·영어·수학·과학 내신을 주로 반영한다. 하지만 연세대 면접형, 이화여대 고교추천전형은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다섯 교과를, 고려대 학교추천전형, 서울시립대 학생부교과전형은 전 교과를 반영하는 등 대학마다 다른 경우가 있으므로 본인의 교과 성적을 유리하게 반영하는 대학의 반영교과만 확인하면 된다. 학년별 반영비율도 대학마다 다르므로 유의해야 한다. 경희대는 학년별 반영 비율이 동일하지만, 연세대는 1학년 20%, 2학년 40%, 3학년 40%를 반영한다. 3학년은 한 학기만 성적만 반영하는 데 비해 반영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3학년 때 내신 성적을 올리면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사실 내신이 좋은 학생들의 선택지는 다양하다. 문제는 4~6등급 사이의 학생들이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내신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과학 교과의 전과목 내신 평균등급이다. 그런데 지방 소재 대학을 살펴보면 내신을 다양한 방법으로 반영한다. 이 때문에 평균 내신이 낮다고 좌절하지 말고 그 대학의 학생부 반영방법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내신이 올라갈 수 있다. 수도권 대학의 인문계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교과, 자연계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교과에 속한 모든 과목의 석차등급을 반영하므로 최소 20과목 이상을 반영하게 된다. 반면, 지방대는 교과 영역을 수도권 대학과 비슷하게 반영하지만, 과목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내신 평균등급이 높다. 


나에게 유리한 학생부 반영 방법 찾아야

요컨대 내신 평균등급이 좋지 않은 학생이라도 교과군을 잘 살펴보고 눈높이를 낮추면 얼마든지 취업이 잘되는 지방대 특성화학과에 합격할 수 있다. 대학보다 자신의 꿈과 끼에 맞는, 일하고 싶은 분야를 찾는다면 지방대면 어떠랴. 다만, 적은 표본으로 통계를 산출하면 평균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실제의 중간은 평균보다 훨씬 아래에 있을 수 있다. 입시결과를 분석할 때는 뭉뚱그려 보지 말고 쪼개서 봐야 숨겨진 보석 같은 대학과 학과를 찾을 수 있다. 당연히 자신의 내신도 뭉뚱그려 보지 말고 교과군별로 혹은 교과별로 면밀히 쪼개서 봐야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수시는 3학년 1학기 성적까지만 반영하므로 내신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매몰비용이다. 그러니 성적이 좋지 않다고 너무 후회하지도 말고, 좋지 않다고 쫄지도 말자. 부러우면 지는 거다. 그 시간에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학생부 반영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평균의 함정에 대한 유명한 이야기를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장군은 한 주민에게 강의 평균 수심이 얼마냐고 물었다. 그 주민은 130㎝라고 대답했다. 장군은 즉시 강을 건널 것을 명령했다. 병사들의 키는 모두 160㎝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병사들은 그만 모두 강물에 빠져 버렸다. 강의 한가운데의 수심은 병사들의 키보다 훨씬 깊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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