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신용등급이나 GDP 등을 언급하지 않아도 공항에 가득 찬 해외여행객만 보더라도, 확실히 우리는 20~30년 전에 비해 삶에 대한 고민의 질이 달라졌다. 그런데 자녀의 교육 문제는 아직도 종종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시대의 변화가 빠르다보니 국가가 이끌고 부모 개인은 따라가는 모양새다.
요즘은 자녀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자녀의 잘못을 먼저 살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애는 그런 애가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라며 자녀를 무조건 두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자녀가 귀한 시대의 당연한 현상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부모의 과잉보호가 자녀를 약한 존재로 만드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한 자녀 가정에서 부족함이 없는 환경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초등학생들이 아파트 평수를 비교하여 친구들을 평가한다는 뉴스를 접하며 부모의 경제적 부가 마치 본인의 것인 양 누리는 10대들의 모습이 부의 축적이 지상 과제였던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거울인 것 같아 부끄럽다.
자녀를 힘들게 살게 하지 않겠다는 부모들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재벌 2세들의 안하무인격 태도와 방탕한 생활을 뉴스로 자주 접하며, 이제는 부모가 자녀 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한 현상이 비단 재벌 2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의 고달픔과 희생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자녀의 입시와 취업, 결혼과 양육을 부모가 대신해 줄 수 있나? 부모가 아무리 애를 써도 자녀의 삶은 그들의 몫으로 오롯이 남아있다. 어쩌면 N포세대로 규정되는 그들의 현실은 부모 세대의 현실보다 더 가혹하다. 사회 환경이 다르고 삶의 질과 성공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는 “2033년 일자리의 46% 사라져-의사(70%) 변호사(48.1%) 역량 AI로 대체” 된다고 예상했다. 부모가 못 이룬 꿈을 자녀에게 투영하는 것은 시대적 난센스이다. 자녀에게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양은서 고등부 부원장
입실론수학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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