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도 가오카오라는 대학입시가 있다. 지난 6월 7일과 8일 이틀 동안 시험을 보았는데, 올해 응시생은 1천 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운동장이나 광장에서 시험을 보는 곳도 있다. 그들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뙤약볕 아래에서 이틀 동안 시험을 치렀다. 1천 만 명 수험생들 역시 북경대나 칭화대에 합격하는 것이 소원이고 꿈일 것이다. 상위권 대학을 향한 경쟁은 우리나라와 다를 바가 없다.
올해 한국의 수능 지원자 54만 8000명으로 전년도보다 4만 6000명이 줄었고, 역대 최소 인원이 시험을 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학할 수 있는 4년제 대학, 2년제 전문대 등 고등교육기관 입학 정원보다 적은 인원이 수능에 응시한다. 인구 절벽으로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대입 수험생 1천 만 명이 넘는 중국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좀 더 나은 대학에 합격하기 위한 우리 수험생과 그 가족의 염원은 중국과 다를 바 없다. 대학입시 경쟁은 중국과 우리나라만 치열한 것이 아니다.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이나 유럽도 경쟁이 치열하다.
치열한 대학입시는 세계 공통
세상과 함께 나이 드는 세대
올해 수능 시험을 보는 학생들은 2001년에 태어난 학생들이다. 열일곱 살이 되던 2017년에 고등학교에 들어와 올해 열아홉이 되었고, 내년에 스무 살이 되면 대학생이 된다. 2030년이 되면 서른이 되고 2060년이 되면 예순이 되니 세상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흔치 않은 세대로 태어났다. 그들은 앞으로 대학에 가고, 사회로 나와 가정을 만들어 이 나라를 부강하고 평화롭게 이끌며 우리 세상을 2100년대로 넘길 미래의 주역이다.
이들이 수능을 본다. 올해 수능은 작년 수능과 달라진 것이 없다. 교육과정도 전년도와 똑같고, 수능 문제 형식이나 시험 시간도 똑같다. 작년에 국어와 영어가 어렵게 출제되어 많은 수험생들이 곤혹을 치렀다. 수학은 전년도보다 좀 쉬워 1465명이나 만점을 받았다. 출제위원들은 난이도를 적정하게 맞추고, 좋은 문제를 출제하기 위해 굉장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수능의 난이도는 출제 위원도 모른다. 전년도와 똑같이 출제된다고 생각해야 맘이 편하다.
수험생 여러분께 몇 가지만 당부한다. 첫째, 수험생활의 기초는 수면이다. 일단 잠을 잘 자야 두뇌가 최적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밤에 6시간 내외의 깊은 수면이 중요하다. 공부가 잘된다고 새벽 늦게까지 공부하는 것도 금물이지만, 불안한 마음에 자포자기하고 잠을 너무 많이 자는 것도 좋지 않다. 잠자리에 드는 시각은 달라도 기상시각은 꼭 6시를 지켜야 한다. 규칙적인 생활 자체가 수험생에게 안정감을 준다.
둘째,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두뇌의 모든 역량을 다 써서 점수를 높여야 한다. 1년 전에 푼 문제나, 1개월 전에 공부한 내용은 다 망각했다. 그러나 지금 풀고 있는 문제는, 지금 새롭게 이해하는 개념은, 지금 암기한 어휘는 수능 날까지 기억할 수 있다. 수능 직전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두뇌에 담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눈 떠 있는 시간만큼은 완벽하게 집중해 최고의 속력으로 공부해서 두뇌의 능률과 지식의 용량을 최고도로 높여 수능 시험장에 가야한다. 이런 근성이 수능 성공의 요인이다.
걱정은 걱정일 뿐 해결 안 돼
연습은 실전처럼 최선 다해야
셋째, 근심한다 해서 근심거리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수험생은 시험공부에 집중이 안 될 때 불안하고, 불안하면 집중력이 더 흐트러지는 악순환이 반복이다. 시험을 못 보면 어떡하나, 실수를 하면 어떡하나, 수능 날 컨디션이 나쁘면 어쩌나 등등의 불안감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시험을 치는 순간에도 이런 불안감이 치밀어 오른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불안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심호흡 몇 차례나 복식 호흡 1분 만 해도 생각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고, 바로 집중력을 높여 공부할 수 있다.
넷째, 연습은 실전과 같이 강도 높게 해야 한다. 수능 날까지 2~3 차례 실전 모의고사를 보게 된다. 이 때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시간을 정확하게 준수하고 문제 하나하나를 풀어갈 때 실제 수능이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긴장을 해야 하고 신중하게 정답을 찾아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이 수능 날이라고 생각하며, 아침 8시 30분이 되면 국어 시험지 펼치는 생각을 하고, 10시 30분이 되면 수학시험지를 펼지는 생각을 하면서 수능 날 훈련을 반복한다.
다섯째, 취약 과목이나 단원을 끝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아는 것을 반복하면 점수는 올라가지 않는다. 교과서나 기본서를 빠른 속도로 읽어가면서 처음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내용, 예전에 잘 알던 내용이었는데 생소하게 느끼는 내용 등을 찾아 정리를 하고, 평소 어렵게 느꼈던 과목이나 단원을 다시 꼼꼼하게 정리할 때 점수가 올라가고, 실수를 줄일 수 있다. 학교 정규시험, 모의고사, EBS문제집 등에서 틀렸던 문제 등은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잘 풀던 문제도 시험장에 가면 실수를 많이 하는데, 마지막 정리가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시험은 위기나 고통이 아니라 기회이다. 시험을 통해서 나를 볼 수 있는 기회이다. 높은 점수를 받아 나의 우수성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도 있고, 낮은 점수를 받아 앞으로 더욱 분발하고 노력해야 하는 나를 내 자신에게 보여 줄 수도 있다. 수능 시험은 입시의 출발이다. 아무리 우수한 내신 성적을 가졌어도 수능 최저를 맞추어야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 수능 최저가 없는 수시 전형은 경쟁률이 높기 때문에 합격의 보장이 낮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정시모집까지 염두에 두고 시험을 봐야 한다. 수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심기일전해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뒤에서 묵묵히 지켜주신 아버지, 늘 기도하며 눈물을 가리셨던 어머니를 위해 늠름하고 독하게 수능을 압도하고 전진하자. 수험생 여러분의 건투를 빈다.
신동원(전 휘문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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