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한차례 지나고 나자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보기 드문 청명한 하늘이 설레게 만드는 가을 날. 고즈넉한 산사 산책은 어떨까? 지역 곳곳에 있는 사찰은 불교인이 아니더라도 조용한 사색이 필요하거나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고 싶을 때 가기에 딱이다. 과천 정부청사 근처 보광사로 산책을 다녀왔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느끼는 가을 정취
과천정부청사 옆에 위치한 보광사는 도심에서 가까워 산책삼아 다녀오기에 적당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과천중앙고등학교를 지나 작은 하천을 가로지르는 보광교를 지나면 보광사로 들어가는 호젓한 산책길이 나온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도심과 사찰의 세계가 나뉘는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보광교를 지나면 한가로운 산책길로 이어진다. 이제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색색 물든 단풍을 보며 지나갈 보광사 가는 길이 기대된다. 편안하게 주변을 감상하며 올라가다보면 관악산자락아래 자리 잡은 ‘보광사’가 눈에 들어온다. 평일 찾은 보광사는 적막하다 할 정도로 조용한 것이 도심의 소음과 함께 시름을 잊게 만든다.
보광사는 발굴된 유물로 보아 신라 때 창건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지만 연혁이 전하지 않아 정확한 절의 역사는 알 수 없고, 오랫동안 폐사로 남아 있던 것을 현재의 자리에 1946 중창하고 보광사로 이름 지었다고 한다.
학교 운동장이 아니면 볼 수 없을 정도로 흔치 않은, 흙으로 다져진 너른 마당을 걸으며 조용히 사색에 빠져도 본다. 대웅전인 극락보전을 비롯해 대형 북이 설치되어있는 법종루, 설법전, 명부전, 삼성각 등을 둘러보며 걷다보면 절로 걸음걸이가 조심스러워 지는 것만 같다.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사찰의 기와지붕과 붉은 기둥, 그리고 옥색격자문은 도심 건물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기분을 들게 만든다.
보광사에서 만나는 문화재, 세월을 읽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사찰들은 문화재의 보고다. 보광사에도 석점의 문화재가 경내에 존재한다. 우선 보광사 극락보전에 봉안된 목조여래좌상이다. 언뜻 보기에 금칠이 되어 있어 금불상인 줄 알았으나, 속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조선 중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목조여래좌상은 원래 양평 용문사에 봉안되어 있었으나 6.25 당시 어떤 보살이 여주로 옮겨 모시고 있다가 1991년경 이곳에 옮겨왔다고 한다. 보광사 목조여래좌상은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62호로 지정되어 있다.
목조여래좌상 외에 경기도 지정 문화재 자료 제39호인 ‘문원리 3층석탑’과 경기도지정 문화재 자료 제77호인 ‘문원리 사지 석조보살입상’도 경내에서 볼 수 있다. 문원리 3층석탑은 문원리에 인접한 관문리의 옛 절터에서 옮겨 왔다고 알려져 있다. 양식으로 보아 통일신라 후기의 석탑양식을 계승한 고려시대의 작품으로, 약 높이 1.7m 정도로 단층 기단과 3층의 탑신을 갖추고, 시멘트로 된 1단의 기단 위에 놓여 있다. 탑 옆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문을 읽어보며 오랜 세월을 견디며 그 자리에 우뚝 서있는 오래된 탑의 세월을 느껴본다.
문원리 사지 석조보살입상은 높이 170㎝ 정도의 각석주에 전면만을 간략하게 선각한 보살 입상으로, 3층석탑과 함께 문원리 절터에서 보광사로 옮겨왔다고 전해진다. 높다란 돌기둥에 둥근 보개를 쓰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자연석 돌기둥에 눈과 코는 양각, 입은 음각으로 앞모습만을 간략하게 선으로 새겨 넣은 것이 특징이다. 간략화된 옷주름과 평평한 얼굴로 보아 고려 후기 또는 조선 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벼운 산책을 위해 보광사에 들렀다 생각지도 못한 문화재를 만나고 나니 뜻밖의 선물을 받은 듯하다. 계절 따라 자연정취도 느끼고, 번잡한 도심을 떠나 조용히 사색에 잠기고 싶다면 도심근방 사찰만큼 좋은 곳이 없다. 보광사는 도심과 가까워 가볍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들르기에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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