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은 질문 하나 던지겠다. 아파트를 건축하는데 1층 기초나 뼈대도 없이 허공에 2층을 짓겠다고 덤빈다. 1층이 부실 공사여서 구멍이 숭숭 인 데 2~3층은 잘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말이 되는가?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허언과 몰상식이 수학교육 현장에서는 당연하듯 난무한다. 바로 ‘묻지 마 선행’이다. 여기저기서 선행을 부추기고 강요하며 공포를 조장한다.
앞에서 배울 과정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선행의 좋은 취지가 무색하리만큼 주객이 전도된 ‘선행 지상주의’다.
‘수학상’이 구멍이 숭숭 인 데 ‘수학 하’를 펼친다. ‘수1’을 엉터리로 책장만 넘기다 끝났는데 진도가 급하다며 바로 이어서 ‘수2’를 진행한다. 이런 무식한 만용에 아연할 뿐이다.
이미 배운 부분도 잘 모르는 데 다음 과정을 제대로 잘 따라갈 턱이 없다. 기본원리와 중요개념도 갖추지 못한 채 진도만 뽑으니 결국 선행은 엉망이 된다. 그래서 두세 번을 다시 반복해도 말짱 도루묵인 거다.
선행을 꼭 해야 한다면 반드시 후행을 완성한 후에 하라. 고등 선행을 하고 싶다면 아무리 급해도 무조건 중학 후행을 다져야 하는 이치다. 1층을 짓지 않고 2층을 올리겠다는 헛된 망상을 버려야 2층 3층에 제대로 올라선다.
수학은 위계질서가 뚜렷한 학문이다. 1차 함수를 알아야 2차 함수가 이해가 되고 미분이 완성되어야 적분이 머리에 들어오며 삼각함수를 다져야 초월함수가 제대로 보인다.
그러니 다시 한번 강조한다. 시간이 없고 진도가 늦다며 숭숭 뚫린 구멍을 무시하고 부실하게 바로 다음 진도를 나가거나 심지어 앞뒤 과정(수상, 수하 또는 수1, 수2등)을 동시에 겹쳐 진행하는 기만적 선행은 당장 그만두어라.
서두에 언급했듯 후행 없는 선행은 사상누각이니…!
김필립원장
김필립수학전문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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