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반월 공단의 자동차부품 제조회사에 다니는 K(34세)씨는 직장에서 정기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청력이 정상으로 나와 큰 이상이 없는 줄 알고 지내오다 최근 들어 주변 사람들이 사오정이라는 말을 자주 하여 충격을 받고 찾아왔다.
K씨는 주로 시끄러운 현장에서만 일을 해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아 그다지 불편함이 없었는데, 집에 가면 아내와 아이가 “왜 두 번씩 말을 하게 하느냐”며 짜증을 내는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했다. 얼마 전 친구들 모임에 갔을 때도 비웃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 서둘러 집에 갔다고 했다. 정황으로 보아 청력에 이상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근무환경으로 보아 소음으로 인한 난청이 의심되었다. 검사결과는 예상대로 소음성난청이었다.
손상정도가 심해서 치료는 물론 보청기를 처방해도 일부 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는 상태였다. 시기적으로 늦었지만 보청기 착용을 권유하자 충격을 받은 듯 잠시 멍하니 앉아 있더니 체념한 듯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K씨는 오랜 기간 조금씩 청력이 손상되어 자각하지 못했던 것 같고, 모든 소리가 안 들리는 것이 아니라 새소리나 귀뚜라미 소리 같은 고주파수대역의 청력만 집중적으로 손상되어 불편한 줄 모르고 지낸 듯 했다. 고주파수대역의 청력손실이 생기면 조용하거나 가까운 거리에서는 대략 알아들을 수 있지만 3미터 이상 떨어져 있거나 음악을 틀어놓는 등의 주변 환경소음이 있는 경우 말귀를 알아듣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발음이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리게 되고 전혀 엉뚱한 말로 알아들어 오해를 사거나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K씨처럼 건강검진에서 정상으로 판정되었더라도 난청이 의심되거나 소음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청력검사를 정밀하게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건강검진은 빠른 시간에 진행하기 때문에 난청여부를 진단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연세난청센터
방희일 원장/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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