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는 마을별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봉사활동 및 동네 가꾸기를 통해 더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주엽2동은 25여 명의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이 한 달에 두 번, 영양죽을 만들어 지역 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 배달하고 있다. 이름처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헤벌죽’ 웃게 만드는 행복한 봉사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저소득 독거노인을 위한 죽 나눔 사업, 호응 뜨거워
주엽2동 주민자치위원회의 ‘사랑의 죽 나눔 사업’은 지역 내 거동이 불편한 저소득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영양죽을 직접 만들어 가정으로 배달해 주는 사업이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한 이 나눔 사업은 매월 둘째, 넷째 금요일, 한 달에 두 번 분과별로 조를 짜 각 위원들이 돌아가며 봉사하고 있다. 정성으로 끓인 영양죽을 먹고 어르신들이 헤벌쭉 웃을 일만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업명을 ‘헤벌죽’이라 붙였다.
주엽2동 주민자치위원회 정혜욱 위원장은 “다른 자치위원회에서는 주로 반찬이나 도시락 전달 사업을 하는데, 거동이 불편하고 치아가 부실해 일반 식사가 어려운 어르신들에게는 대체식으로 죽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영양죽 나눔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생각보다 훨씬 좋아하시고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 보람이 큽니다”라고 밝혔다.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맛과 정성 다해
문촌9종합사회복지관 조리실에 모인 위원들은 손수 재료를 다듬고 손질하며 죽 끓일 준비를 한다. 오늘 끓일 죽은 야채 참치죽. 영양과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물 대신 넣을 육수를 정성으로 끊여 우린다. 야채를 잘게 다지고, 죽이 눌러 붙지 않도록 계속 젓는 손길이 분주하다. 김덕선 부위원장은 “가능하면 몸에 좋은 제철 식재료와 다양한 재료를 골고루 넣어 영양가 높은 죽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정성껏 끓여서 그런지 맛있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지금껏 만들어 전달한 죽만 해도 전복죽, 삼계죽, 게살맛죽, 단호박죽, 소고기죽, 버섯죽, 해물죽, 굴매생이죽까지. 죽메뉴 선정에서 조리까지 뭐 하나 대충하는 일이 없다.
주민결속 다지고 이웃 사랑 실천하는 주민자치 사업
주엽2동은 지금껏 여러 주민자치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복지관에서 죽 봉사를 하면서 한층 위원들의 우애와 친목이 두터워졌다고 말한다. 또한 영양죽을 직접 방문해 전달하면서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피게 됐다고 한다. 작년부터 꾸준히 봉사해온 이금희씨는 “맛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더 많은 분들이 죽을 받고 싶어 하시는데, 예산문제로 대상자를 늘릴 수 없어 안타깝다”며 “방법을 강구해 더 많은 분들에게 죽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미니 인터뷰>
정혜욱 위원장
“죽 나눔 사업을 해보니 갈수록 노령화되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밥과 반찬 지원도 도움이 되지만 생각보다 음식을 씹거나 삼키기 힘든 분들이 많아 죽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고 느낍니다. 용기에 넉넉하게 담아 배달해 드리면 몇 끼에 걸쳐 나눠 먹을 수 있다며 좋아하십니다. 위원들이 정성을 담아 끓여내니 더욱 맛이 좋은 거 같아요.”
김덕선 부위원장
“여자 위원들 사이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일손을 돕는 자체만으로 칭찬 일색이니 더욱 신나게 봉사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주방에서 힘쓸 일이 많아 남자 손이 자주 필요하더라고요. 사업 초기에는 죽 조리가 서툴러 2시간 이상 소요되던 일이 지금은 위원들끼리 손발이 척척 맞아 1시간이면 너끈히 해내고 있지요. 내 부모님께 드린다는 마음으로 정성껏 죽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금희 분과위원장
“복지관과 함께 죽을 만들어 이웃 어르신, 독거노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봉사를 거듭하며 분과위원들끼리 우애와 친목을 다지는 계기가 됐어요. 분과위원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죽을 배달하며 뵙는 어르신들이 ‘고맙다, 너무 맛있다’라고 하실 때는 더없이 기쁩니다.”
오정진 위원
“서로 힘닿는 대로 합심해 죽을 끓이고 배달까지 하는 이 일이 정말 좋아요.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영양을 챙기고, 조리 위생에도 신경 씁니다. 죽을 만드는 내내 복지관 조리실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데, 이런 저희의 행복 바이러스가 어르신들에게 죽과 함께 전달되길 바랍니다.”
김혜영 리포터 besyc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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