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여성들이 뭉쳐 일을 냈다. 협동조합을 창립하고 사무실까지 얻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디엔에이(DNA)협동조합’ 구성원들. 이들은 아직은 일반에게 조금 생소한 ‘직업 큐레이터’라는 직업으로 한데 모여 일을 하고 있다. 진로 찾기의 길잡이 역할을 하며, 스스로의 능력도 계발해가는 DNA협동조합원들을 중산중앙공원 인근에 자리한 사무실에서 만나보았다.
직업 큐레이터로 함께 일하기 위해 만든 협동조합
DNA협동조합은 고양시에 거주하는 여성 여섯 명이 직업 큐레이터로 함께 사업을 펼쳐가기 위해 지난해 말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직업 큐레이터’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직업을 안내하고 체험교육을 이끄는 신종 직업으로, 간단하게 말하면 ‘진로·직업 길잡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걸맞게 협동조합 이름 ‘DNA’는 ‘디스커버 뉴 어빌리티(Discover New ability)’ 즉 ‘(나만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자’라는 의미를 가진 영문 앞 글자를 딴 것이다.
DNA협동조합의 주요 사업은 아동·청소년 직업 체험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직업 체험 키트(kit) 개발 및 판매, 지자체 및 마을 공동체와 연계한 다양한 진로 프로그램 개발 등이다. DNA협동조합 대표 조정은 씨는 “우리 전문 강사진이 학교 또는 기관의 체험학습과 박람회 부스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직업군을 소개하고 직접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래 유망 직종인 4차 산업 분야 직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예를 들면 3D프린팅,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홀로그램 전문가와 프로파일러, 식용곤충전문가, 반려동물전문가 등과 사회문화예술 분야의 특수분장사, 조향사, KCSI, 업사이클링디자이너, 웹툰작가, 애니메이터, 성우 등 약 100여 가지 직업을 다루고 있다”며 “앞으로 시니어들의 생애주기에 맞춘 능력 계발 프로그램 개발도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다시,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 쏟은 엄청난 노력
DNA협동조합원들은 이혜령ㅆ(삼송동, 57)만 제외하고 5~10년의 경력단절 기간을 지닌 이른바 ‘경단녀’, 이전 직업은 대학교 행정 직원, 미술심리치료사, 유치원교사, 보습학원장, 임상병리사, 보습학원 수학강사, 학교 방과후 강사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은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 2017년 고양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개설한 ‘전문 직업 큐레이터 양성 과정’을 이수했다. 3개월 동안 월~금요일 매일 4시간씩 정말 ‘빡세게’ 수업을 받았다. 이후 성향과 지향이 같은 이들이 모여 동아리 활동을 이어가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협동조합 설립에 뜻을 모았다. 초등~대학생 및 20대 자녀를 둔 45~58세의 여성들은 지금 DNA협동조합이라는 터전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펼치고 있다. 조합원 또는 개인으로 일을 하며 현재 서울 노원구와 은평구 여성인력개발센터에 강사로도 활동 중. 모두 제2, 제3의 직업 활동을 그야말로 ‘눈이 부시게’ 이어나가고 있다.
구속감이 아닌 소속감 느끼며 함께 일하는 즐거움
DNA협동조합원들은 “조합원으로 일을 하며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입을 모은다. “회사에 매어있는 게 아니라, 마음 맞는 이들과 조합원으로 함께 일하니 신이 난다”고. 또 “내가 속해 있는 사회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 또한 크다”고 한다. ‘1석2조’의 수확을 얻은 이들도 있다. 이가숙(행신동, 51), 남영현(마두동, 51)씨는 “학부모로서 아이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면서 정보를 찾다가 직업 큐레이터를 알게 됐는데, 아이들 교육과 연계 되는 일이어서 더욱 좋았다”고. 그리고 마지막에 모두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연구하고 개발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으므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데 그게 참 즐겁다. 계속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DNA협동조합 사무실엔 늘 그녀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체험교육 의뢰 및 기타 문의 010-3944-9401
미니 인터뷰
조정은씨(대화동, 44)
저는 성격이 외향적이어서 직업 활동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편이에요. 성향이 그렇다보니 육아를 하며 집에만 있는 게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은 제 능력을 활용해 사회활동을 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자존감도 올라가고요.(웃음) 대표로서 서류 처리해야 할 일도 많아 매우 바쁘지만 제 능력을 활용해 조합원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정말 행복해요.
김인우씨(삼송동, 49)
마흔 이후로 삶의 가치관이 바뀌면서 누구 엄마가 아닌 제 이름으로 일하고 싶었어요. 청소년지도사 자격증이 있어 청소년 인성교육 등 여러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느끼는 게 많았죠. 이론적으로 더 계발도 하고 싶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제겐 참 중요해요. 지금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참 좋아요. 아이도 이런 제 모습을 참 좋아한답니다.
이연선씨(대화동, 50)
경력단절 이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어 제 일을 꼭 갖고 싶었어요. 엄마로서만이 아닌 사회적인 지위를 가지고 싶었죠. 협동조합에서 소속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게 참 좋고, 여러 가지 공부를 할 수 있고 계속 변화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만족스러워요. 계속 공부하고 연구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지요.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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