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인 구미는 볼거리가 적다’는 것은 이미 일반적인 견해다. 지난 몇 년 사이 영화관, 라이브 카페들이 많이 생겼지만 문화공연을 즐기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질적으로 양적으로 사람들을 만족 시킬만한 연주회나 뮤지컬, 연극 등의 관람은 ‘가뭄에 콩 나듯 하다’는 평도 있지만 이유진(37·송정동)씨는 일주일 동안 아이 둘 데리고 문화생활 즐기기에 도전해 봤다.
구미에 결혼과 동시에 정착한지 10년, 모든 것이 풍족했던 꿈의 도시(?) 서울에 살다가 시골(?)에서의 생활에 답답함을 느낀 지 오래, 어차피 여기서 살아야 한다면 이 곳에서의 생활을 즐겨보자는 용기가 이제야 생긴 것이다.
그녀가 아이들과 함께 했던 연주회와 전시회를 따라가 보자. 우리의 문화결핍현상을 아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지방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규모의 행사들에 따스한 관심이 언젠가는 우리지역의 갈증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입구에서 벌어진 실랑이
뭐처럼 아이의 피아노 학원에서 해군군악대 연주회 초대권을 얻었다. 어린 동생이 있어 ‘갈까 말까’를 망설였지만 ‘한번 가보자’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나선 길, 입장이 쉽지는 않았다.
예술회관 밖을 메우고 있는 학생들 틈새로 입구 쪽에서 아줌마들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관현악단의 연주회를 흔히 볼 수 없기에 아이를 데리고 보여 주고픈 모성과 어린이는 입장시킬 수 없다는 표 받는 아저씨와의 한판은 모처럼 마음먹은 유진씨의 발걸음을 돌리게 한다. 갑자기 아이가 화장실을 가겠다는 바람에 연주회장안으로 들어갈 기회가 생긴 덕에 살짝(?) 2층 맨 꼭대기 출입구 쪽에 자리를 잡았다. 가슴 조이며 동생은 안고 큰 아이는 조용히 연주회를 볼 수 있도록 주의를 시키고 있는데 들어서는 관객들 사이로 보이는 많은 어린아이들, 아기를 업은 새댁들도 눈에 띠는 것을 보니 아마도 입구에서 한판 실랑이는 아줌마들의 승부로 끝났나 보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연주회를 볼 기회를
어릴 적부터의 음악교육은 감성을 풍부하게 하고 창의성을 키운다 하여 영유아 프로그램들도 많은데 아이들은 무조건 입장할 수 없다는 예술회관 측의 관리는 조금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이들의 울음이나 떠드는 소리가 공연에 방해가 된다는 말도 일리가 있고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방치하는 보호자의 잘못도 있지만 많이 본 아이가 예절을 안다고 연주회를 보지 않은 아이가 연주회에서 즐겨야할 느낌과 갖추어야할 예절을 알 수 있을까. 어릴 때부터 많이 보여주고 교육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나름대로의 연주회장 입장의 당위성을 부여해 본다.
연주회는 성대했다. 오랜만에 보는 관현악단이라 그런지 그 음량과 군인들만의 특유한 정리된 분위기는 관객을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뒤이은 앵콜 요청에 연주된 가요는 관람 온 중고생들의 환호를 불러 일으켰다.
특히 갑자기 옆에 앉아있던 큰아이가 일어나 춤을 추는 바람에 유진씨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요즘 세대들의 당당한 자기 표현 방법이 귀엽기도 하고 연주회에 흠뻑 빠진 아이의 모습에 그 동안 볼거리가 없다고 마음을 닫고 있던 자신이 미안하기도 하고, 예상외로 연주회를 잘 지켜보는 세 살 난 아들도 고맙고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되는 연주회였다.
다양한 내용 꾸며진 과학체험마당
일요일 대청소를 마친 유진씨, 아이들을 데리고 시민운동장으로 나섰다. 꿈나무 과학체험마당이 열리고 있다기에 어떤 행사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과학이라는 이름이 붙으니 아이에게 뭔가 도움이 될 것같기도 한 마음에 찾은 행사장,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로 끊임없이 하나하나 설명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도우미들의 노고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꽉찬 체험프로그램들이 돋보였다.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전시되어 있는 레고로 만든 듯한 여러 가지 모형들은 아이들의 시선을 꽉 잡고 있다. 각각의 제목이 붙어있는 방들에서는 직접 실험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행사 마지막날이고 늦은 시간에 가서인지 이미 끝난 체험방도 있었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운 행사였다. 조그만 약병에 들어있는 가루에 물을 넣어 흔든 뒤 거꾸로 세우니 물이 쏟아지지 않는 실험, 신기해하는 아이들에게 직접해 볼 기회는 물론이요 조금만 달라고 하는 아이들에게 고흡수성 수지를 나누어주는 도우미, ‘뻥’ 하는 소리에 놀라 가보니 화학약품의 반응으로 폭발음을 만들고 있는 방, 원심력을 이용한 솜사탕 만들어 나눠주고 있는 곳, 사람의 신체가 도체임을 알려주기 위해 손에 손잡고 실험하고 있는 방, 옷에 문지른 빗을 갖다대니 물줄기가 휘어지는 실험, 마술사처럼 컵과 컵 사이에 젖은 실을 연결시켜 물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 계신 나이든 할아버지 선생님, 동전의 색을 바꾸어 주는 실험 등 다양한 볼거리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전시 체험장 밖으로는 이벤트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0X퀴즈가 진행되고 있었고 금오공대생들이 제작한 경주용자동차를 아이들이 타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했는데 기다리는 아이들의 맘을 설레게 하는 것 같았다.
2년 전쯤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과학축제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그때의 상업성에 불쾌했던 기억에 비하면 구미에서 열린 과학체험마당은 비교적 알찬 내용으로 꾸며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든지 하나 해 보려고 하면 돈을 내야하고 제품을 사야했던 어린이날 행사로 꾸며진 카이스트라는 이름을 건 축제보다 작은 도시에서 진행된 행사가 더욱 돋보였다.
윤은희 리포터 gangcholyun@hanmail.net
구미에 결혼과 동시에 정착한지 10년, 모든 것이 풍족했던 꿈의 도시(?) 서울에 살다가 시골(?)에서의 생활에 답답함을 느낀 지 오래, 어차피 여기서 살아야 한다면 이 곳에서의 생활을 즐겨보자는 용기가 이제야 생긴 것이다.
그녀가 아이들과 함께 했던 연주회와 전시회를 따라가 보자. 우리의 문화결핍현상을 아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지방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규모의 행사들에 따스한 관심이 언젠가는 우리지역의 갈증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입구에서 벌어진 실랑이
뭐처럼 아이의 피아노 학원에서 해군군악대 연주회 초대권을 얻었다. 어린 동생이 있어 ‘갈까 말까’를 망설였지만 ‘한번 가보자’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나선 길, 입장이 쉽지는 않았다.
예술회관 밖을 메우고 있는 학생들 틈새로 입구 쪽에서 아줌마들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관현악단의 연주회를 흔히 볼 수 없기에 아이를 데리고 보여 주고픈 모성과 어린이는 입장시킬 수 없다는 표 받는 아저씨와의 한판은 모처럼 마음먹은 유진씨의 발걸음을 돌리게 한다. 갑자기 아이가 화장실을 가겠다는 바람에 연주회장안으로 들어갈 기회가 생긴 덕에 살짝(?) 2층 맨 꼭대기 출입구 쪽에 자리를 잡았다. 가슴 조이며 동생은 안고 큰 아이는 조용히 연주회를 볼 수 있도록 주의를 시키고 있는데 들어서는 관객들 사이로 보이는 많은 어린아이들, 아기를 업은 새댁들도 눈에 띠는 것을 보니 아마도 입구에서 한판 실랑이는 아줌마들의 승부로 끝났나 보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연주회를 볼 기회를
어릴 적부터의 음악교육은 감성을 풍부하게 하고 창의성을 키운다 하여 영유아 프로그램들도 많은데 아이들은 무조건 입장할 수 없다는 예술회관 측의 관리는 조금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이들의 울음이나 떠드는 소리가 공연에 방해가 된다는 말도 일리가 있고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방치하는 보호자의 잘못도 있지만 많이 본 아이가 예절을 안다고 연주회를 보지 않은 아이가 연주회에서 즐겨야할 느낌과 갖추어야할 예절을 알 수 있을까. 어릴 때부터 많이 보여주고 교육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나름대로의 연주회장 입장의 당위성을 부여해 본다.
연주회는 성대했다. 오랜만에 보는 관현악단이라 그런지 그 음량과 군인들만의 특유한 정리된 분위기는 관객을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뒤이은 앵콜 요청에 연주된 가요는 관람 온 중고생들의 환호를 불러 일으켰다.
특히 갑자기 옆에 앉아있던 큰아이가 일어나 춤을 추는 바람에 유진씨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요즘 세대들의 당당한 자기 표현 방법이 귀엽기도 하고 연주회에 흠뻑 빠진 아이의 모습에 그 동안 볼거리가 없다고 마음을 닫고 있던 자신이 미안하기도 하고, 예상외로 연주회를 잘 지켜보는 세 살 난 아들도 고맙고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되는 연주회였다.
다양한 내용 꾸며진 과학체험마당
일요일 대청소를 마친 유진씨, 아이들을 데리고 시민운동장으로 나섰다. 꿈나무 과학체험마당이 열리고 있다기에 어떤 행사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과학이라는 이름이 붙으니 아이에게 뭔가 도움이 될 것같기도 한 마음에 찾은 행사장,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로 끊임없이 하나하나 설명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도우미들의 노고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꽉찬 체험프로그램들이 돋보였다.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전시되어 있는 레고로 만든 듯한 여러 가지 모형들은 아이들의 시선을 꽉 잡고 있다. 각각의 제목이 붙어있는 방들에서는 직접 실험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행사 마지막날이고 늦은 시간에 가서인지 이미 끝난 체험방도 있었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운 행사였다. 조그만 약병에 들어있는 가루에 물을 넣어 흔든 뒤 거꾸로 세우니 물이 쏟아지지 않는 실험, 신기해하는 아이들에게 직접해 볼 기회는 물론이요 조금만 달라고 하는 아이들에게 고흡수성 수지를 나누어주는 도우미, ‘뻥’ 하는 소리에 놀라 가보니 화학약품의 반응으로 폭발음을 만들고 있는 방, 원심력을 이용한 솜사탕 만들어 나눠주고 있는 곳, 사람의 신체가 도체임을 알려주기 위해 손에 손잡고 실험하고 있는 방, 옷에 문지른 빗을 갖다대니 물줄기가 휘어지는 실험, 마술사처럼 컵과 컵 사이에 젖은 실을 연결시켜 물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 계신 나이든 할아버지 선생님, 동전의 색을 바꾸어 주는 실험 등 다양한 볼거리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전시 체험장 밖으로는 이벤트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0X퀴즈가 진행되고 있었고 금오공대생들이 제작한 경주용자동차를 아이들이 타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했는데 기다리는 아이들의 맘을 설레게 하는 것 같았다.
2년 전쯤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과학축제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그때의 상업성에 불쾌했던 기억에 비하면 구미에서 열린 과학체험마당은 비교적 알찬 내용으로 꾸며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든지 하나 해 보려고 하면 돈을 내야하고 제품을 사야했던 어린이날 행사로 꾸며진 카이스트라는 이름을 건 축제보다 작은 도시에서 진행된 행사가 더욱 돋보였다.
윤은희 리포터 gangcholy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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