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인지 감수성

지역내일 2019-04-30

공증인가 법무법인 누리
대표변호사 하만영 


대학 교수인 A씨는 평소 소속학과 여학생들에게 "뽀뽀를 해주면 추천서를 만들어 주겠다"거나 "엄마를 소개시켜 달라"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수업시간에 여학생들에게 백허그(뒤에서 안는 자세) 자세로 지도하는 등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이유로 2015년 4월 해임 당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해임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A씨의 청구는 인용될 수 있을까?
1심은 대학의 해임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으나, 2심은 이를 뒤집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를 다시 뒤집었다(2017두74702 판결). 대법원은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을 심리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한다"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이 사건의 가해자가 교수이고 피해자가 학생이라는 점, 그 행위가 수업이 이뤄지는 실습실이나 교수의 연구실에서 발생했고 학생들의 취업 등에 중요한 교수의 추천서 작성 등을 빌미로 성적 언동이 이뤄지기도 한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해 피해자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기준으로 심리·판단했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대법원이 성범죄 재판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판단 기준으로 제시한지 1년 만에 각급 법원에서 이를 적용한 판결이 57건(2019. 4. 10.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56건이 피고인에 대한 유죄가 선고되어 피해자가 이겼다. 2018년 10월에 대법원은 이른바 ‘논산 성폭행 부부 동반 자살 사건’을 심리하며 “피해자가 사력을 다해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강간이 아니라 할 수 없다”며 성인지 감수성을 재차 강조했다.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실형으로 뒤집힌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도 그중 하나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성희롱 관련 소송에서의 심리와 판단이 남성 중심의 성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양성평등의 시각에서 판단되어야 한다는 획기적인 기준점을 제시한 것”라는 견해도 있으나, “성범죄 사건을 심리하는 개별 판사의 재량이 너무 커져 판결의 예측가능성이 사라졌다. 대법원이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정립해주어야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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