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축복 속에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는 걸 보면서도 주부의 마음 한켠에는 공허감이 깃든다. 활기차게 사회 생활하던 나는 어디 가고 ‘누구 엄마’라는 타이틀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초등 고학년으로 갈아탈 무렵 엄마들은 가시 방석에 앉은 듯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다. 아이를 등교시킨 뒤 홀로 남은 주부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제3의 인생을 헤쳐 나갈 대안을 찾는다. 우리 주변에는 비록 20~30대 때의 빛나는 직업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자신의 전공과 재능을 살려 제2의 직업에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경력단절이라는 허들을 넘어 재취업에 성공해 엄마로서 사회인으로서 당당히 두 몫을 해나가는 워킹맘을 소개한다.
1. 재취업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저는 지금 젊은 주부들과 달리 ‘결혼은 곧 사표’로 통하던 시절에 직장 생활을 했어요. 결혼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두었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신혼 생활을 시작했죠.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은 아니어서 간간이 주부들이 할 수 있는 파트타임 잡을 해오다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다치는 일이 생겼어요. 그때 경제적 불안감을 크게 느끼며 저도 정규적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추후에 저희 아이들에게도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재취업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2. 간호조무사를 선택한 이유는?
20대 때 사무직으로 오래 근무를 했던 터라 예전 직장에서 재취업을 권유했던 적도 있었지만 거리도 멀고 그때 그시절만큼 열심히 일할 자신도 없어 선뜻 나서지 못했어요. 그렇게 고민하던 차에 아이 학원을 데려다주다가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는 간호학원을 발견했어요. 평소 자주 가던 곳인데 그전에는 한번도 눈에 띄지 않다 그날 따라 제 눈에 쏙 들어왔어요. 어린 시절 꿈이 보육교사나 간호사였지만 그 당시엔 대학에 갈 형편이 안돼 꿈을 이루지 못했어요. 저는 용기를 내 간호학원을 방문했고 그곳 원장님이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셔서 늦깎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3. 간호조무사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간호조무사는 고졸 이상 학력자가 1,520시간의 간호조무사 교육을 이수하고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시행하는 간호조무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자격인정을 받은 자를 말합니다. 간호조무사 준비과정은 1년 정도 소요되는데 매년 상반기 3월과 하반기 9월에 자격 시험이 있어서 내년 9월 시험에 응시하려면 올 9월부터 공부하면 됩니다. 간호조무사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이뤄지며 100점 만점에 과목당 40점 이상,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합니다. 학원 수업은 이론수업과 병원 현장실습으로 구성되며 수강생들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부터 5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합니다. 낮에 일하고 저녁 때 공부할 사람들을 위한 직장인 반이 있고 공부에 전념할 학생들을 위한 오전 반도 있습니다. 요즘은 국가에서 재취업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어서 수강료를 지원해주기도 하니 지역고용지원센터에 문의하시면 됩니다.
4. 간호조무사로 취업하게 된 과정은?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은 많이 어렵지는 않아서 학원에서 지도해주는 대로 성실히 따라하면 누구나 합격할 수 있어요. 자격증이 나오면 소속 학원에서 나이에 맞는 취업처를 추천해주시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병의원 종사자 구인구직사이트인 ‘널스잡’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해서 요양병원에 취업했습니다. 주변 지인들을 보니 간호조무사 자격증만 취득하면 연령대에 따라 다양한 곳으로 취업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5. 간호조무사의 진로는?
요즘은 백세시대라고 하는 만큼 의료관련 기관들이 다양합니다. 일반병원을 비롯해 암전문병원, 요양병원, 요양원, 주야간 보호센터 등 간호조무사를 필요로 하는 곳은 많습니다. 보통 간호조무사 자격을 딴 분들 중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대학병원이나 준종합병원에 취업하고 30~40대 전후 분들은 치과나 내과, 피부과 등 로컬 병원에 취업합니다. 40대 이상 50대 분들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다르지만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에 취업할 수 있어요. 일정 규모(100인) 이상의 어린이집이나 보호센터에서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를 배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수요는 많은 편입니다. 특히 나이 어린 간호조무사들은 현장 경력을 쌓으며 배움의 길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간호대학에 들어가 간호사가 되거나 방문간호 과정을 공부할 수도 있어요. 제가 만약 30대라면 간호대학에 들어가 간호사가 되는 공부를 했을 것 같아요.
6. 어떤 사람에게 간호조무사를 추천하면 좋을지?
간호에 관련된 일은 의료 서비스에 속하는 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성실함, 봉사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은 대가 없이 자원봉사하시는 분들도 많으신데, 저는 월급을 받으며 이렇게 일할 수 있어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또 간호조무사는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를 대하는 일들도 종종 있어서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과 관련된 일이다 보니 위생 관념이 철저한 분들이면 더 잘 맞으실 것 같고 간호사를 보조하는 간호조무사의 본분에 충실한 분이면 더 빨리 적응하고 일을 잘 하실 수 있습니다.
7.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조언은?
제가 처음에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받고 나서 취직을 했을 때는 병원 간호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착각을 더러 했습니다. 허나 막상 현장에 투입돼 병원 근무를 하다보니 제가 한없이 부족했다는 걸 깨닫게 되고 늘 배워야 한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게 됩니다. 저는 한 병원에서 4년차 일을 계속하고 있는데 시작은 늦었지만 꾸준히 배우면서 일할 수 있어서 늘 감사히 생각합니다.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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