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람들> 플라스틱제로 및 일회용품 줄이기 270일 째 실천 중인 임현주씨
“날마다 쓰는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 사진으로 찍고 기록해보면 줄여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어요”
죽은 고래의 배 속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 북태평양 한 섬에 사는 알바트로스 어미 새는 자기 배 속의 플라스틱을 게워 새끼에게 먹였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고통 받는 것은 비단 동물들만은 아니다. 우리가 무분별하게 쓰고 버린 플라스틱은 이미 인간의 삶 또한 위협하고 있었다. 이 불행한 부메랑을 멈추기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270여 일째 플라스틱 및 일회용품 줄이기를 실천하고 있는 임현주씨를 만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나부터 줄이고 안 써보자는 마음으로 시작
임현주씨는 지난해 희망제작소에서 진행한 ‘플라스틱 프리’ 공모전에 파주 지역 활동 단체들과 함께 참여했다.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느끼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공모전에서 탈락하면서 조직적인 활동 계획은 무산됐다. 대신 혼자서라도 이를 실천해보기로 마음먹고 지난해 7월부터 플라스틱 및 일회용품 줄이기 일기를 페이스북에 쓰기 시작했다.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사람들도 알고 있지요. 다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사람이 많아요.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대한 담론이나 논리, 조직이 아니라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명의 실천, 한 걸음의 행동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어요. 나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안 써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의 실천이 알려지면서 주변 지인들도 조금씩 달라졌다. 플라스틱제로를 주제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모임에 텀블러를 가져오는 이웃도 늘어났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을 안 쓰려고 노력해봤지만 무척 어렵다’며 자기고백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최근엔 그의 영향으로 플라스틱제로 및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한 이웃도 생겨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배낭 속 필수품
장바구니, 작은 주머니, 텀블러
임현주씨는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되는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을 사진으로 찍어 두고 날마다 페이스북에 사진과 관련된 내용을 기록해 올린다. 그의 실천에 가장 방해가 되는 날은 장례식장을 찾은 날이다. 음식을 담는 모든 그릇이 일회용품이라 하루에 7~8개를 쓰게 돼 마음이 무척 안 좋다고 한다. 즐겨 먹던 믹스 커피 또한 비닐에 담겨 있어 끊었다. 모임을 위해 카페를 찾았는데, 매장에서 종이컵에 음료수를 줄 때면 바로 주인장에게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라며 시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더욱더 속상한 날은 일에 쫓겨 어쩔 수 없이 배달음식을 시켜 먹어야 할 때다. 일회용품에 담겨 나오는 음식을 보며 플라스틱 사용 개수가 삶의 질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단다.
그가 날마다 들고 다니는 배낭에는 장바구니와 작은 주머니 3종, 텀블러가 들어있다. 색깔별로 구분된 작은 주머니는 비닐을 대신하는 것으로 중량을 재서 판매하는 야채나 과일, 빵이나 음식 등 다양한 상품을 담는다. 장을 보다가 작은 주머니에 담아달라고 하면 의아해하는 상인도 있지만 좋은 의도라고 칭찬해주는 상인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270여일을 실천해 온 결과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을 하루도 쓰지 않은 날이 60일 정도, 한두 개를 사용한 날이 60일 정도였다.
기록으로 시작하자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보고 싶어 하는 이웃에게 임현주씨가 가장 먼저 권하는 것은 기록이다.
“일단 내가 날마다 쓰는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을 사진으로 찍고 기록해보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을 쓰고 있나 깨닫게 되지요. 그러다 보면 저절로 줄여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저도 일단은 기록부터 해보자 시작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기록해보니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을 정말 많이 쓰고 있더라고요. 그걸 느끼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의식적으로 줄이게 됐어요.”
임현주씨는 우리 삶의 70%가 플라스틱 소재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생각보다 너무 많아 플라스틱제로를 완벽히 실천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지구특공대가 되려는 각오보다 생활인으로서 내가 날마다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일단 실천하는 것, 그것이 아이들의 미래에 도움을 주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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