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안산에 거주하는 70대 어르신이 찾아와 “귀가 잘 안 들려 보청기를 샀는데 들리지도 않는 걸 팔아먹었다“며 버럭 화를 내셨다. 어디서 구입하셨냐고 했더니 동네 상점에서 검사도 안하시고, 그냥 쓰면 된다고 해서 믿고 구입하셨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이런 피해자들이 자주 방문하여 힘들게 할 때가 많다. 뉴스를 보면 가벼운 감기만 걸려도 대학병원을 찾아다녀 동네병원은 어려워져 문을 닫고 대학병원은 붐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런데 감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질환인 귀가 잘 안 들리는 난청환자들은 노점이나 인터넷, 방문판매원 등 보청기판매하는 곳이라면 아무데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서 보청기를 구입하여 실패하고 버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다른 질병은 조금만 아파도 몇 개월 또는 몇 년씩 예약 후 기다리고, 먼 지역에서 많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찾아다니면서 난청환자들은 길가다 쇼핑하듯이 보청기를 구입하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귀가 얼마나 가치가 있고 소중한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부적합한 보청기착용으로 청각기능을 한번 잃으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데도 대수롭지 않은 모양이다. 난청문제를 단순히 비용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건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삶의 질과 의식수준이 낮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젠 난청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받고 보청기가 필요한지 여부와 착용 시 효과에 대한 검사를 한 후 착용해야 한다. 과거에 무분별한 보청기 착용으로 실패한 사람들 때문에 보청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정작 도움을 받아야할 사람들이 고통 속에 지내기도 한다.
감기보다 훨씬 심각한 질환인 난청은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받고 보청기가 필요하면 반드시 처방을 받아 착용해야 한다. 보청기가 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는 말을 하기 전에 보청기를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구입해서 착용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아무리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라지만 모든 분야에는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방희일 원장/의학박사
연세난청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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