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학창시절, 아이들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을 남겨주려 노력합니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고 나면 야구장이나 계곡을 간다든지 미니운동회를 하고 대형빙수를 먹는 등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지원, 친구들과 함께 어울렸던 즐거운 추억을 남겨주려 하죠. 고3이 되기 전 학교에서 가졌던 좋은 경험으로 고3 수험생활도 견디고 훗날 학창시절을 떠올렸을 때, ‘그 시간 참 행복했었지’라고 생각했으면 해서요. 또 학생들의 학습 습관 다잡기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모의고사 후 반성글 써보기, 얼리버드프로젝트(일찍 와서 공부하는 시간 갖기), 친구들 사이 스터디 진행 등과 함께 매일 아침 계획표 검사를 하며 학생들이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수학을 재미있게, 그리고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정신여자고등학교(교장 최성이) 이정연 수학교사. 거침없는 실행력으로 ‘탱크’로 불리기도 하는 이 교사를 만났다.
수포자는 없다, 기초는 쌓고 가자!
그는 어려서부터 교사가 꿈이었다. 아이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뭔가를 알려주고 함께 공부하는 게 마냥 좋았던 어린 시절. 중고등학교 시절, 수학에 흥미를 가지며 자연스럽게 그의 목표는 수학교사가 됐다.
수학교사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수간부터 수업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열정과 애정을 무기로 다양한 수업과 보다 나은 공부법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다. ‘거꾸로 수업’을 진행, 많은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학생 개개인의 수학 자존감·자신감 향상에도 도움을 주려 노력한다.
이 교사는 “많은 학생들이 수학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문제를 맞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며 “매번 중단원이 끝날 때마다 쉬운 문제로 쪽지시험을 치르며 학생들에게 ‘다 맞았다!’라는 경험을 갖게 하고, 통과할 때까지 재시험으로 치러 최소한의 기초적인 내용을 모두가 알고 갈 수 있게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기초적인 것은 쌓고 지나가야한다’는 그의 수학교사로서의 모토는 정신여고 전체 교육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기초수업반. 수포자 혹은 수학 공부에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운영하는 소규모 분반수업이다. 담당교사가 직접 코칭과 티칭을 진행하는 맞춤형 수업으로 수학을 꾸준히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며, 이는 방과후학교 수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죠?”
그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답을 줄 수도 있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기 원하는 그는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자연스럽게 융합교육에도 관심이 생겼다.
“많은 학생들이 수학이 실용적이지 않은 과목이라 생각합니다. 그냥 문제를 많이 푸는 것이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학생들도 많죠. 이런 학생들에게 수학과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 수학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한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사회 문제(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수학적으로 바라보고 수학을 활용해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효과성을 연구하는 활동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수학학습법을 제안하고, 또 수학이 얼마나 많은 곳에서 실제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한 프로젝트.
수학 수업에 필요한 교재를 관련 프로그램과 3D 프린터를 활용해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보는 활동, 이는 학생들이 친숙하게 수학에 다가가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또, 자신의 희망 진로 분야나 관심 학문에 수학자나 수학이 기여한 내용이나 수학이 사용된 사례를 찾아보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독서와 연계한 특색수업프로그램인 ‘사제동행’ 독서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수학으로 인문학바라보기’는 그가 4년째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영화, 문학, 건축, 미술, 음악, 사회, 경제, 철학에서 찾아볼 수 있는 수학적 내용이나 해당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는 수학을 알아보는 수업. 학생들이 책의 내용을 정리해 발표하면 이 교사가 추가 설명을 하고 책에서 살펴볼 수 없었던 다른 분야에 대해서 전달, 학생들의 발표와 활동 수업을 통해 즐겁게 수학에 다가가도록 도와주는 시간이다.
수학에 관심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학자 관련 사제동행, 자연과학과 수학이 어우러진 독서활동도 진행 중이다.
“수학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학생들이 이런 질문을 던지기 전 그가 먼저 꺼내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퍼즐’ 이야기다.
1000피스짜리 퍼즐을 맞추려고 할 때 얼마나 막연하고 답답한 지 경험한 적이 있는지. 그럴 때 각 피스의 위치를 알려주는 게 바로 수학교사의 역할이라는 것.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해서 퍼즐을 완성했을 때 자신들이 퍼즐을 맞췄다고 착각하는 것이 문제다.
“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를 풀 때 어떤 개념, 어떤 공식을 써야할지를 듣고 푼 문제는 직접 푼 게 아니죠. 중요한 건 개념과 공식이 어떤 것인지를 스스로 알고 문제에 적용하는 것으로, 그래야 비로소 ‘직접 문제를 풀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식만 암기하는 건 수학공부가 아닙니다. 1000피스 퍼즐을 도움 없이 스스로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
그가 학생들에게 수학반성문을 쓰게 하는 이유기도 하다. “시험을 본 후 왜 틀렸는지를 확인하지 않는 건 이 문제가 수능에 나왔을 때 꼭 틀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다”라고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이 교사. 그는 틀린 문제를 분석하는 수학반성문을 작성, ‘몰라서’ ‘실수로’ ‘시간이 없어서’ 등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대비를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수학학습을 도와주기 위한 멘토링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많은 학교에서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정신여고 멘토링프로그램은 피라미드형식으로 구성, 멘토 역할이 멘티가 되고 멘티가 또 멘토가 되는 등 여러 역할을 함께 한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스파르타수학’도 학생들의 참여율이 높다. 주1회 교사가 직접 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해 계획에 대해 코치를 진행하는 형식. 올해는 1·2학년 50명 대상으로 1·2학년 모든 수학담당 교사가 참여해 진행한다.
3학년을 위한 ‘67일 기적의 수학’도 수학학습력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 일정 문제를 풀어 교사에게 제시하면 3학년 교무실 앞에 성과를 체크, 수학 공부하는 능력과 함께 성취감·자신감까지 키우는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다.
수학교사로서 ‘수학을 잘 가르쳐주신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이 교사. 이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또, 여러 방법으로 학생들을 돕고 있지만 ‘여전히 힘든 과정’이라 그는 말한다.
아울러 학생들의 행복한 고교시절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는 그다.
“행복한 학교생활 기억에 제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학생들이 저를 떠올렸을 때 ‘그 선생님과 함께 했을 때 행복했다’고 기억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학생들이 즐겁게 수학 공부를 하고, 학교생활을 보낸 것이 앞으로의 공부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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